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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뉴욕의 스트릿 무드를 담은 챈스의 2021 FW 컬렉션

2021.03.16GQ

힙합 패션의 새로운 태동을 예고한 챈스.

나의 소리를 내어 기회를 잡는 것. 거기에 누군가를 기쁘게 만들기 위해 마이크가 켜지는 일은 없다. 자신만의 에너지를 외칠 때 울려 퍼지는 가사는 메시지로서 생명력을 얻고, 나아가 수만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된다. 이 오리지널리티의 힘이 힙합 문화가 반세기 만에 세상에서 주도권을 거머쥔 이유다.

여전히 힙합 신은 새로운 기회의 장이며 스트리트 문화도 더는 한쪽에 머무르지 않는다. 젊음의 상징이 되어 음악과 패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더 이상 스트리트와 하이엔드의 경계가 무색하다는 걸 모두가 안다. 요즘 트렌드를 말할 때 힙합 키워드도 빠뜨리면 섭하다. 그렇지만 이걸 어설프게 좇으려 정체성을 흐리는 무리 또한 늘어나기 마련. 어느새 지루할 정도로 기류는 바뀌었다.

이제 다음은 뭘지 궁금해지던 찰나, 한 브랜드가 신선한 두각을 드러냈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꼭꼭 씹어 소화한 듯한 첫인상과 언뜻 비장함까지 풍기는 이름. 챈스는 2021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1990년대 스트리트 무드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 만난 그들의 컬렉션 필름부터 감상해보자. 힙합의 발자취가 시작된 뉴욕, 거리의 한 아파트에서 챈스의 옷을 입은 모델들이 거닌다. 그들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비보잉 연습을 하며 때로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체스 한 판을 두기도 한다. 첫 번째로 문을 나선 이가 걸친 오버올 팬츠, 다음으로 테크 베스트와 조거 팬츠를 입고 잡는 데이트 약속, 푸퍼 재킷을 입은 채 한바탕 그리는 페인팅 등. 젊고 자유분방한 일상 속에 담긴 챈스의 옷은 놀랍도록 다채롭다. 캐주얼웨어와 스포츠웨어, 워크웨어까지 이어지는 각각의 스타일들은 스트리트 무드에 한데 녹아 통일성을 잃지 않는다. 일상 속 반전을 꾀하기 위한 생각들도 엿보인다. 재미있는 건 선과 색을 과감하게 선택한 컬러 블로킹 디자인이다. 오렌지와 그린을 조합한 하운드 투스 체크는 꽤 강렬해서 별 패턴처럼 보이기도 한다.

챈스는 비디오그래퍼 카를로스 세라오와 함께 1990년대 힙합 신을 표현하고자 했다. 문화 탄생과 도약, 세대교체로 들끓던 시기를 납득시킬 주제는 ‘Slice of Life’. 비주얼 및 패션으로 젊음의 단상들을 그려냈으며, 여기에는 저마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청춘들뿐이다. 모두가 흥미로운 얼굴을 하고, 심각한 얼굴은 하나 없다. 이들이 내놓는 태도는 하나다. 복잡다단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개성을 잃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개척하는 것. 단순하고도 옳은 답을 보여주고 싶어 챈스는 이 신에 등장한 게 아닐까.

    에디터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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