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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n년차들이 말하는 내가 연애 안 하는 이유

2021.04.02주현욱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마주하기 했지만, 솔로들의 옆구리는 여전히 시리기만 하다. 솔로가 된지 n년차를 맞은 이들에게 연애를 안 하는 이유를 물었다.

연애 안 한 지 1년 정도 됐다. 그냥 연애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연락하는 걸 잘 못하는데 연애하면 그런 걸 매일 해야 되지 않나. 귀찮다. 그래서 1년이나 된지도 모를 정도로 연애에 대한 별생각 없이 살았는데 요즘은 좀 느낀다. 봄이 와서 그런지 길거리에 커플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보기 싫어서 핸드폰을 꺼내 인스타그램을 들어간다. 벚꽃을 보러 간 커플들 사진이 올라온다. 아. 차라리 마스크를 눈에 끼고 싶다.
솔로 1년차, 정OO, 작가

나름 살만하다. 나는 연애는 잘 모르겠고 그냥 사랑에 푹 빠져보고 싶다. 좋아서 미칠 지경에 다다를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애달프다. 가끔은 두렵고 벅찰 때가 있지만, 사랑의 힘은 대단하고 위대하다.
솔로 2년차, 하OO, 배우

솔직히 우선순위가 외모라고 생각한다.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니면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특히 입술이 예쁜 사람이 좋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이상형을 찾기가 힘들고 친구들도 소개를 꺼리는 경우가 생긴다. 내 이상형은 남주혁, 박서준. 그리고 이진욱…(웃음).
솔로 2년차, 윤OO, 사무직

간혹 내가 옷 입는 스타일이 평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담스럽다며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직업 특성상 이성이 나의 스타일을 이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해에서 우선적으로 걸러진다. 결국에는 나라는 사람 자체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맘 편하다. 이상형은 이런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스타일은 중요하지 않다. 외모를 보는 기준도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능력도 딱히 보지 않는 편이다. 난 연애를 하고 싶다.
솔로 2년차, 김OO, 빈티지숍 운영

연애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줄었다.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서른이 넘으니 혹시나 새로운 연애가 결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 더 조심스럽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최근 함께 솔로였던 친한 친구가 먼저 솔로를 탈출하게 되어, 조금 위기감이 들기는 하지만 혼자도 썩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내고 나 자신과 일에 집중하는 사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먼저 괜찮은 사람이 된다면 더 좋은 사람이 찾아오겠지?
솔로 2년차, 손OO, 디자이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 옆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 혼자 팔베개를 베다 보니 어깨가 휘어가는 듯하다. 연애를 일부러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살면서 마음에 드는 여성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추파를 던지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언젠가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후루룩 먹다가 고개를 살짝 들었을 때 눈이 마주쳐 고량주 추가하는 그런 인연을 만나게 될 거라고 믿는다.
솔로 2년차 엄OO, 큐레이터

3년차에 접어든 솔로다. 따뜻해지는 날씨에 남자친구랑 손잡고 꽃구경도 가고 싶고 여기저기 먹방 여행도 다니고 싶다. 하지만 연애를 자의로 또는 타의로 쉬다 보니 느낀 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는 거다. 나도 나이가 서른이 되고 보니 사람을 새로 알아가고 끼워 맞추는데 지겨워졌달까?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나도 빨리 짝을 만나야 하나 싶지만 비혼주의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다 보니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연애 정도는 즐겁게 하고 싶다.
솔로 3년차, 정OO, 의류업

이별 이후 혼자이고 싶어 하는 마음과 게으름이 n년 솔로의 원동력인 것 같다. 간혹 스쳐가는 인연에서 “연애를 시작해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지난 연애에서 비롯된 감정 소모, 그리고 PTSD의 기억들이 나를 멈추게 한다. 지난 사람들에게 느꼈던 나의 단점과 관점에 대한 틀을 깨기가 어려워 같은 결론을 마주하게 될 걱정에 새로운 사람을 나의 영역 안에 두기 어려워진다. 가끔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인간관계의 회의감이 나를 안주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에 만날 사람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나를 준비하는 지금의 모습들도 좋은 것 같다.
솔로 3년차, 김OO, 모델

4년차… 처음엔 일이 너무 바빠져 힘들어 퇴근 후 집에 가서 쉬기 바빠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1, 2년 연애를 못 또는 안 하면서 혼자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에 연인과의 싸움, 신경전 등을 보며 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기에 만족하며 솔로 라이프를 아주 자유롭게 즐기기 시작했다. 솔로 무~야호~
솔로 4년차, 현OO, 트래블러

한편으론 혼자이기에 편한 점이 많아 좋기도 하다. 그런데 연애를 안 하다 보니 연애 세포가 죽은 건지, 사랑이라는 감정을 잊은 건지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에 익숙해져 절실함이 없다고 해야 할까?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 감정이 매 말라버린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아직 운명을 못 만난 걸 지도. 그렇다고 굳이 나 자신을 숨기고 연기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지도 않다. 어렵다 연애. 이제 벚꽃이 만개하는 봄이다. 마음 한편에 겨울잠 자고 있던 연애 세포가 다시 꿈틀거린다. 올해에는 꼭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솔로 5년차, 곽OO, 사업가

자는 동안에 연애 꿈꿔본 적, 단 한 번도 없다. 외모를 따지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능력과 성격은 보지 않는다. 내가 연애를 못하는 건 사귀기 전 단계에서 호감도를 얻지 못함과 동시에 상대방과의 교류도 별로 없고, 이제는 정말 솔로가 된지 오래돼서 그런지 어떻게 해야 될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솔로 6년차, 하OO, 보험사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