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반복을 겨냥한 게임이 아니다. 미궁처럼 얽힌 전개 뒤엔 말문이 막히는 반전이 숨어 있다.
“아냐, 아냐. 난 여기 있으면 안 돼. 난 탈출했다고!” 적을 물리치고 어렵게 이야기의 끝에 다다랐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주인공 셀린은 하얀 그림자의 신호를 쫓아 우주를 떠돌다 우주선의 고장으로 아트로포스 행성에 추락했다. 괴물 생명체가 득실거리는 미지의 행성. 그녀는 고립됐다. 우주선이 크게 부셔졌고 구조 신호에 답이 없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고립은 다른 데 있다. 무한 반복되는 경험. 그녀는 지적 생명체의 흔적이 존재하는 미지의 행성에서 죽고, 살아나고, 다시 죽고, 살아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발견한 모든 것을 잃고 우주선이 불시착한 직후로 다시 돌아간다. “죽음은 게임의 일부입니다. 매 순환마다 새로운 챌린지와 보상이 주어지지만 세계는 변합니다. 변화에 적응하고 진행도를 진척시키세요.” 게임을 시작할 때 나오는 메시지를 통해 ‘리터널’이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로그라이크 Roguelike라는 반복이란 요소가 게임 중심에 있다. 어려운 난이도, 죽으면 모든 것을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 게임 스테이지 무작위 구성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
게이머의 실력뿐 아니라 운이 잘 맞아 떨어져야만 끝을 볼 수 있는 게임 장르다. 보통 반복적인 게임은 금방 흥미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리터널’은 조금 다르다. 플레이어가 죽을 때마다 맵의 구조가 완전히 바뀐다. 동일한 장소지만 지형이 모두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스테이지를 경험하는 것 같다. 밀림, 사막, 설원, 물속 등 단계별로 바뀌는 미지의 공간을 탐색하면서 무기와 아이템을 찾아 지속적으로 캐릭터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기본 무기뿐 아니라 패러사이트라 불리는 유기체를 통한 신체 능력 업그레이드는 플레이어의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그만큼 플레이 스타일을 게이머가 마음대로 정한다. 게임 난이도는 어렵다. 화가 날 정도로 주인공은 무력하다. 하지만 처음 플레이할 땐 앞이 막막하다가도 아이템과 무기 운이 잘 맞으면 쉽게 이야기가 풀리기도 한다. 여기에 플레이스테이션5로 구동되는 놀라운 그래픽 성능과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입체적인 반응이 눈과 손을 자극하며 플레이어를 몰입시킨다.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 그리고 반복적인 게임 패턴. 안 봐도 결과가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엔딩까지 전개되는 이야기는 당신이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르다. 하얀 그림자의 신호를 찾아라. 그게 무엇인지는 게임을 어렵게 끝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 글
- 김태영(게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