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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훈 "새로운 곡을 선물하려고 해요"

2021.06.24김영재

귀 기울여 이석훈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그 노래.

니트, 우영미. 데님 쇼츠, MSGM. 슈즈, 니커보커. 안경, 젠틀 몬스터. 브레이슬릿, 버니 몽 아모르.

셔츠, 팬츠, 모두 발렌티노. 벨트, 발렌티노 가라바니. 브레이슬릿, 버니 몽 아모르. 뱅글, 트렌카디즘.

GQ 오늘 사진을 찍으면서 자꾸 웃던데, 웃음소리가 호탕해요. 듣는 데도 어찌나 속 시원한지.

SH 이렇게 써주세요. 으하하하호호호. 표정이나 감정을 잘 못 숨겨요. 리액션도 크고요. 웃음소리가 요란스러워 고쳐야 하나 싶기도 한데, 억지로 그러면 주눅이 들 것 같아요.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니 그냥 편하게 웃자, 그래요. 으하하하.

GQ 요즘 웃을 일 많죠? SG워너비가 다시 주목 받았고 라디오 진행도 맡았어요. 또 개막을 앞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전석 매진을 이뤘다면서요.

SH 그렇지만 지금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의연할 필요가 있고 바짝 긴장해야 해요. 고민도 많아요. 솔직히 다 운인 것 같아요.

GQ 원래 그렇게 겸손해요?

SH 그게, 저는 성공을 그냥 운이라 여겨요. 노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거나 꾸준히 몸 관리를 하는 건 그런 운이 찾아오지 않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예요. 그런 과정에서 다행히 운이 닿았죠. 하지만 너무 행복해, 당연한 결과야, 이런 마음이 들진 않아요. 나름 열심히 준비한 게 다행이다 싶을 뿐이죠. 석훈아, 네가 맞았구나, 하고.

GQ 딱 거기까지?

SH 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저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려고 해요.

GQ 그런 관점에서 이석훈이 가장 빛났던 시절은 언제였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지네요.

SH 한 사람으로서 제일 큰 행복과 전율을 경험했던 건 우리 주원이가 태어난 순간이고, 가수로서는 지금이죠. SG워너비 멤버로든 솔로 가수로든 요즘처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없어요. 꾸준한 가수, 괜찮은 가수, 이 정도였죠.

GQ 요즘 같은 때 이석훈이란 가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부터 찾아 들어야 하나요?

SH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쓴 ‘당신의 자리’와 아들 주원이를 위해 만든 ‘너였구나’. 들어보면 저의 음악적인 색깔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가사의 의미도 그렇고요. 어머니 때문에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고, 가수로 계속 활동하는 것도 우리 가족 때문이에요.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로 인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저를 알아주면 좋겠어요.

GQ 어머니 때문에 가수가 됐다니, 어떤 사연이 있다는 뉘앙스로 들려요.

SH 가수에는 큰 뜻이 없었어요. 실용음악과에 다니면서 노래를 가르치는 쪽에 흥미가 있었죠. 잠깐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도 저와 가수는 맞지 않는다고 확실히 느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레슨 선생님이 오디션을 권하더군요.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하지만 우리 엄마 자랑거리를 만들어드리자는 생각에 오디션을 봤다가 덜컥 합격했어요. 그게 바로 SG워너비 오디션이었죠.

GQ 예상치 못한 전개로 넘어갔네요.

SH 저는 음악에 있어 안 되는 일이 없었어요. 원하는 대학에 한 번에 입학했고, 오디션 합격 후 얼마 안 돼 데뷔했어요. 운이 좋았죠. 그런데 SG워너 비에 합류하고 음악이 일이 되면서부터 너무 힘들었어요. 정신없이 활동했고, 뭘 모른 채 따라다니기 급급했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이렇게 해야 할까?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계속 고민이었어요.

GQ 그럼에도 결국 여기까지 와 있어요.

SH 한번은 그만두려고 했다가 주변의 설득에 넘어 갔어요. 그러다 ‘이젠 진짜 그만’이라는 각오로 군대에 갔는데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서 돌아왔어요. 가수라는 타이틀의 소중함을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음악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고 이 직업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GQ SG워너비의 전성기가 다시 언급되고 있는데 기억하기로는 예전의 인기와 위치가 뭔가 대단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20대 가수 최초로 세종 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했죠.

SH 사실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저는 중간에 합류했고 멤버들이 이미 이뤄놓은 성과에 올라탔으니 체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GQ 반면 이석훈의 합류로 SG워너비의 음악적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있어요.

SH 그런 얘기에 대해서는 무척 감사해요. 하지만 이제야 팀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멤버 이석훈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개인적 존재감이 요즘 들어 뚜렷해지기 시작했어요. 뭐 하나라도 팀에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니트 베스트, 영모. 팬츠, 김서룡 옴므. 안경, 닥스. 네크리스, 포이베 주얼리. 펜던트, 크리스탈 헤이즈. 브레이슬릿, 버니 몽 아모르.

수트, 셔츠, 슈즈, 모두 벨루티. 안경, 마노모스.

슬리브리스 톱, 나이키. 팬츠, 오디너리 피플. 안경, 마노모스. 브레이슬릿, 버니 몽 아모르.

GQ 이석훈에게 SG워너비는 어떤 곳이죠?

SH 어린 아이가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학습하는 곳이 초등학교인데, SG워너비는 저에게 그런 곳이예요. 진호와 용준이에게 많이 배웠어요. 일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그 친구들을 만난 게 참 다행이에요. 일에 있어서는 둘 다 진중해요. 만약 쉽게 들뜨고 가벼운 친구들이었다면 지금까지 팀이 유지되기 어려웠을 거예요.

GQ 그래서 SG워너비는 지금 어디쯤에 있나요?

SH 저한테 활동 계획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좀 그래요. 저 혼자 결정하는 느낌이 들어서. 셋이 함께 있을 때 물어보면 좋은데….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공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니, 새로운 곡을 선물하려고 해요.

GQ 선물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SH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는데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다? 예의가 아니에요. 명품이 아니더라도 팬분들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곡을 선물하고 싶어요. SG워너비로서 감사 인사를 드린 다음 제 것을 보여드리는 게 순서라고 생각해요.

GQ 이석훈으로서 다음은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되겠네요. 2018년부터 뮤지컬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그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SH 재미있으니까, 가수 무대와는 다른 에너지가 있어요. 또 공식적으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가수 이석훈의 이미지가 A이고, 사람 이석훈 의 이미지가 B라면, 뮤지컬 배우 이석훈은 정해진 게 없어요. 어떤 역할이든 될 수 있죠. 게다가 무대에 서는 일이고, 관객들이 좋아해주기까지 해요. 안 할 이유가 없어요.

GQ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한 무대와 의상으로 정평이 난 작품이죠.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고 있나요?

SH 귀족이면서 군인 출신인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역을 맡았어요. 대다수의 사람이 저에 대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그보단 진중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어깨를 펴고 걷는 연습부터 시작해서, 노래도 평소처럼 부드럽게 부르기보단 또박또박 전달하는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 언제 또 멋진 의상을 입고 이런 역할을 해보겠어요.

GQ 여기서 촬영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소리를 내면서 목을 풀던데요.

SH 뮤지컬에서 소리를 내는 건 가수로서 노래하는 것과는 달라요. 길이 다르죠. 공연 두 달 전부터 목을 풀어야 공연 시점에 이르러 뮤지컬 톤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연습을 많이 한다는 게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못 하면 땡이에요. 관객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러 오세요. 무조건 잘 해야 하고, 특별해야 해요.

GQ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나요?

SH 노래요? 기술적인 부분을 배워서 어느 단계까지는 도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타고난 재능 없이 그 이상의 실력을 내긴 어려워요. 노력과는 별개의 문제예요.

GQ 노래 말고 재능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있어요?

SH 그래프로 치면 음악적인 부분이 매우 두드러질 뿐 그 외에는 재능이라고 할 게 없어요. 가수가 안 됐다면 어떤 일을 했을지 상상이 잘 안 돼요.

GQ 이런 상상을 해본 적 있어요? 본인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든다면 어떤 곡들로 채울 수 있을지.

SH ‘라라라’는 당연하고, ‘당신의 자리’, ‘너였구나’도 빼놓을 수 없어요. 군 제대 후 불렀던 ‘가슴 뛰도록’도 생각나요. 요즘 역주행해 인기를 얻고 있는 곡도 있고, 은근히 많네요.

GQ 엔딩곡은요?

SH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라는 SG워너비의 곡이 있어요.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의 OST인데 행사나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자주 불러요. 가사가 정말 좋아요. “웃어주시오. 이젠 돌아서겠소. 다시 사랑할 수 있길 바라오. 다만 아주 가끔 기억해주시오. 서툴렀던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여기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 가족에 관한 내용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부를 때마다 울컥해요.

GQ 이석훈은 노래와 목소리를 표식처럼 세상에 남기고 있죠. 제법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SH 거기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앞으로 더 신중하게 음악을 해야겠네요. 요즘은 뭔가를 결정할 때 아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요. 주원이가 커서 갸우뚱할 만한 건 하지 말자, 하죠. 우리 아빠 멋있다고 여길 만한 것만 하고 싶어요.

GQ 노래를 통해 진짜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SH 가수가 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고 뮤지컬과 라디오 진행도 하고 있어요. 노래로 할 수 있는 일은 대충 다 해본 것 같아요. 말하고 보니 저는 되게 복 받은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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