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선 '진짜 뱀뱀의 이야기' | 지큐 코리아 (GQ Korea)

홀로선 ‘진짜 뱀뱀의 이야기’

2021-07-20T19:12:47+00:00 |interview|

눈치 보지 말고 이끌리는 대로,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뱀뱀.

 

GQ  이틀 전에 첫 솔로 활동을 매듭지었다면서요.
BB  네, 밀린 잠을 아주 푹 잤어요.
GQ  앨범 공개 전에 부담이나 설렘보단 재미를 느낀다고 말한 걸 봤어요. 활동해보니 어떻던가요?
BB  예상한 대로였어요. 항상 하고 싶었던 음악으로 처음 활동하는 거라 뭐든 다 즐겁게 했어요. 음원 성적이나 조회수에 대해서도 진짜 기대를 안 했거든요. 결과가 좋아서 자신감도 붙었어요.
GQ  기대하지 않았다니 의외네요.
BB  인정할 건 해야죠. 해외에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데 의미를 두고 즐겁고 신나게 하자, 생각했죠.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줬어요. 편의점, 마트에선 주로 차트 상위권에 있는 곡들을 틀잖아요. 거기서 제 노래를 들었는데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GQ  갓세븐 때부터 댓글, 조회수를 다 챙겨 봤다면서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BB  네, 생각지도 못한 반응도 있어서 신기했어요. 타이틀 곡 ‘riBBon’은 무척 신나는 곡인데 저를 오래 봐온 팬분들은 듣고 울컥했대요.
GQ  왜 그랬을까요?
BB  생각해봤는데, 열여덟 살 때 갓세븐으로 데뷔해 ‘아기 뱀뱀’이라 불렸던 제가 7년 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혼자 무대에 섰잖아요. 그 모습을 보고 그런 감정이 들 수 있겠구나 싶어요. 노래 제목에는 다시 태어난다는 리본 Reborn의 의미도 있거든요. 엄마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요. 제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찡했다고.
GQ  갓세븐 멤버들 중에서 이미지 변화의 폭이 컸기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어요. 팬분들은 뱀뱀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봤으니까요.
BB  저도 알아요. 데뷔 당시 저는 얼굴이 애기였죠. 키는 170 초반이었는데 지금은 178까지 자랐어요. 그런데 제가 많이 늙은 건 아니죠? 하하.

카디건, 골드 네크리스,모두 돌체 & 가바나.

플라워 패턴 수트, 겐조. 블랙 스퀘어 부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이전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작정하고 멋진 아들로 변신해 엄마 같은 팬들을 놀라게 해줬나 봐요. ‘리본’이라는 주제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고 들었어요.
BB  맞아요. 제 색깔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첫 솔로 앨범이니까 무조건 이거여야만 했어요. 수록곡들을 소개하는 하이라이트 메들리 필름에 제가 아기를 안고 생일 파티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아기가 지금의 저고, 아기를 안고 있는 저는 과거의 저예요.
GQ  생일 파티를 성대하게 한 셈이네요. 지금 당장 어떤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BB  너무너무 갖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에어프라이어. 요즘 필수 아이템이라면서요.
GQ  맞아요. 잘 쓰고 있는데 이걸 처음 만든 사람한테 상이라도 주고 싶어요. 그나저나 새롭게 태어난 뱀뱀이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나요?
BB  진짜 아이돌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룹으로 시작해 솔로가 된 경우 아티스트로 인정받길 원하는 것 같은데 저는 아이돌이 더 좋아요.
GQ  뜻밖의 생각이네요. 뱀뱀이 보여주고자 하는 아이돌의 모습이나 자질이 궁금해요.
BB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고 무엇이든 소화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뿐만 아니라 뒤에서도 진심을 다해야 해요. 오래 활동하다 보니까 열정을 갖고 이 일을 시작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때의 마음을 잃어버린 경우를 봤어요. 이것도 하기 싫어하고, 저것도 하기 싫어하고. 제가 더 안타깝더라고요. 왜냐면 많은 사람이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잖아요.
GQ  어떻게 처음의 마음가짐을 지키고 있나요?
BB  잘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즐겁지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페이크 퍼 코트, 티셔츠, 골드 네크리스, 모두 돌체 & 가바나.

패턴 셔츠, 모스키노 at yoox.com. 데님 팬츠, 겐조. 스니커즈, 컨버스. 드롭 이어링, 베루툼.

GQ  앞으로 즐겁게 하려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뭐라고 생각해요?
BB  무조건 신나야 해요. 느린 곡이라 해도 리듬을 탈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다양한 스타일. 솔로 앨범에는 센 곡도 있고, 밝은 분위기의 곡도 있고, 감미로운 발라드, 가벼운 멜로디도 있어요. 다 달라요. 저는 앨범에 비슷한 스타일이 반복되면 듣다가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요. 곡마다 어, 이건 뭐지? 하는 게 있어야 끝까지 듣게 돼요.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라 생각해요.
GQ  음악을 통해선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BB  제 이야기요. 진짜 뱀뱀의 이야기.
GQ  가사를 직접 쓴 ‘Pandora’라는 곡에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이끌리는 대로 해”라는 내용이 있더군요. 이런 당당한 마인드는 언제 처음 가졌어요?
BB  그건 팬분들한테 고마워해야 해요. 갓세븐으로 첫 월드 투어를 했을 때 멤버들이 다 깜짝 놀랐어요. 우리의 인기를 처음 실감했거든요. 우와, 해외에서 우리가 이 정도야? 했죠.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GQ  이번 앨범이 한국에 뱀뱀의 색깔을 알리는 성격이 짙었다면 해외 활동에 초점을 맞춘 앨범에 대해서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어요?
BB  에이, 미리 알려주면 재미 없죠. 첫 솔로 앨범을 두고 뱀뱀이 칼을 갈고 나왔네, 다음에 보여줄 게 남았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는데 못 담은 것이 훨씬 많아요. 다음을 기약하면서 아껴뒀죠. 솔직히  ‘riBBon’이 최고의 곡은 아니에요. 휴대 전화에 더 좋은 곡들이 잔뜩 있어요.

재킷, 쇼츠, 보디 체인,모두 뮌. 화이트 컷아웃 티셔츠, YCH.

GQ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실력이 늘었다는 걸 느끼기도 했을까요?
BB  이번에 처음 해본 작업이 있어요. 직접 곡을 선별해서 앨범을 구성하는 거랑 안무 뽑는 거. 여러 안무를 받아서 혼자서 수정하고 요리조리 파트별로 섞었어요. 해보니 소질이 좀 있더라고요. 아흐, 쑥스럽고 민망해요. 자기 자랑하는 건.
GQ  영상에도 관심 많죠? 4분 남짓한 하이라이트 메들리 필름은 음악, 설치미술, 퍼포먼스를 포괄한 한 편의 미디어 아트 같았어요. 사람들한테 꼭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예요.
BB  영상이 멋지면 음악도 끝내주게 들리는 법이죠. 하하. 처음에 앨범 전곡을 한데 엮어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했어요. 하지만 결과물을 보고 나서는 박수를 쳐줬어요.
GQ  특히 첫 장면, 몽환적인 사운드의 ‘Intro’ 곡을 배경으로 우주 공간에서 우주복을 입고 하는 퍼포먼스는 감탄이 나올 만큼 인상적이었어요.
BB  고마운 말이네요. 우주를 좋아해요. 영상도 자주 찾아보고 우주에 가보는 게 버킷 리스트예요.
GQ  소식 들었어요? 최근 우주 관광 시범 비행에 성공했대요.
BB  그러니까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 실제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궁금해요. 다른 행성에도 가보고 싶고 외계인과 같이 술도 마셔보고 싶어요. 하하.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정도 꿈을 가져야 뭐든 이룰 수 있어요. 일론 머스크가 우주 관광 사업에 나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비웃었지만 거의 근접했잖아요. 그런 걸 보면 미친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해요.
GQ  그런 생각, 갖고 있겠죠?
BB  다음 앨범에 실리는 곡은 전부 뮤직비디오를 찍고 싶어요. 이왕이면 이집트처럼 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요.
GQ  그래요? 기대할게요. 하이라이트 필름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신처럼 커다란 존재가 된 뱀뱀이 지구 위에 앉아 쓸쓸히 노래를 부르잖아요. 늘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쉴 때는 좀 더 차분해지는 편인가요?
BB  그럴 리가요. 혼자 있을 때도 가만히 있진 않아요. 이를테면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청소기를 돌려요. 이게 제 기본 텐션이에요.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날씨가 흐린 날은 무기력해져요. 축 늘어지고 말아요.
GQ  어쩌죠?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데요.
BB  눈은 괜찮은데 회색 하늘이랑 비는 진짜 싫어요.
GQ  왜 그렇게 싫은지 궁금해요.
BB  하늘이랑 사람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공감했어요. 하늘에 따라 컨디션이 좌지우지되는 편이거든요. 햇볕이 쨍쨍한 날 가장 에너지가 넘쳐요. 그래서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처럼 하늘의 이미지가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요.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오렌지 수트, 스카프, 모두 김서룡 옴므. 슈즈, 후망.

오렌지 수트, 김서룡 옴므.

GQ  하늘이나 날씨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 있어요?
BB  솔로 앨범에 수록된 ‘Look so fine’. 불필요한 주위 시선에 지친 사람들에게 누가 뭐래도 지금 그대로가 좋다고 응원하는 곡이죠. 하늘이 푸르고 화창한 날 버블티를 들고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걷는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연습생 때 매일같이 걸었던 곳인데 지금도 자주 가요.
GQ  이런 상상 어때요? 길을 걷고 있는데 하늘에서 상자 하나가 자신의 발 앞에 뚝 떨어진다면, 그 안에 뭐가 있으면 좋겠어요?
BB  재밌네요. 뭐가 좋을까? 으음, 제 미래가 쓰여 있는 책요.
GQ  자신의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내용을 미리 알게 된다면 사는 게 뻔하지 않을까요?
BB  듣고 보니 그렇네요. 제 미래를 정할 수 있는 노트가 좋겠어요. 쓰는 대로 실제로 이뤄지는. 생각만 해도 너무 갖고 싶은데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오늘은 김치찌개를 먹는다”고 쓰는 거죠.
GQ  김치찌개를 먹는 데 그 노트를 쓰겠다고요?
BB  네, 그 정도로 맛있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