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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위한 ‘생태계’ 추리소설 추천

2021.07.30김윤정

생태계가 인간을 향한 끔찍한 복수를 시작했다. 소설 속에서.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폴란드와 체코 접경 지역, 인적이 드문 고원에서 한 사람이 죽는다. 사냥한 사슴 고기를 먹다 뼈가 목에 걸려 죽은 괴짜 이후로 작은 마을에서 수상한 살인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시신 주변에는 사슴 발자국들이 찍혀있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2009년 작이다. 범인이 누군지, 그 동기가 무엇인지 대단원에서야 밝혀지는 스릴러 형식을 따라 내내 긴장감을 조성한다. 거기다 18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를 인용하는 등 생태 사상과 점성학, 신화 등을 추리 소설 안에 녹여냈다. 눈이 무릎께까지 쌓인 폴란드 고원에서 펼쳐지는 서늘한 살인 사건에 잠시 무더위를 잊을 수 있다. 탐독 후 2017년 아그니에슈카 홀란트 감독이 영화로 각색한 <흔적>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및 미국비평가협회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밤의 여행자들
재난으로 인해 폐허가 된 지역을 관광하는 ‘재난 여행’ 상품만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10년차 수석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고요나. 직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그는 휴가 겸 업무차 사막에 싱크홀인 생겨난 베트남의 외딴 섬 무이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여행지에 고립되어 엄청난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된다. 윤고은이 쓴 <밤의 여행자들>은 얼마전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관하는 대거상을 수상했다. 대거상은 1955년에 제정한 영미권 대표 추리 문학상 중 하나로, 아시아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추리작가협회는 <밤의 여행자들>에 대해 “한국에서 온 매우 흥미로운 에코 스릴러로, 신랄한 유머로 비대해진 자본주의의 위험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으며, <가디언>은 “기후변화와 세계 자본주의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흥미로운 에코 스릴러”라고 소개했다. 낯선 여행지에 고립된 주인공에 감정 이입해 사건을 헤쳐 가다보면 어느새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걸려들 것이다.

    에디터
    글/ 김윤정(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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