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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체크 "파장을 일으킬 준비가 됐어요"

2021.08.27김영재

글렌체크가 돌아왔다.딱 알맞은 때에 가장 알맞은 음악을 들고.

디스트로이드 티셔츠, 스퀘어넥 티셔츠, 모두 지방시. 보잉 선글라스, 로에베. 점프 수트, 헨리넥 티셔츠, 디올 맨. 선글라스, 벨루티.

재킷, 설밤 at 아데쿠베. 셔츠,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선글라스, 레이벤 at 룩소티카. 라인 디테일 셔츠, 설밤 at 아데쿠베. 드롭 이어링, 로에베.

GQ 아까 촬영할 때 준원 씨는 왼쪽, 혁준 씨는 오른쪽에 서더니 지금도 같은 위치로 앉았네요.
JO 무대에서 늘 이렇게 서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돼요.
GQ 두 사람이 음악을 함께해온 지 얼마나 됐어요?
HJ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으니 14년 정도요.
GQ 적지 않은 시간인데 그중에 4년이란 공백기도 존재해요. 2017년 앨범 이후 글렌체크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는데, 그동안 뭘 했나요?
JO 마지막 앨범을 선보였을 당시 음악적 실험을 많이 시도했어요. 각자 밴드 생활과는 잠시 거리를 두고 프로듀싱 공부도 하고 이태원에서 디제잉 활동도 하며 폭을 많이 넓혔죠. 앞으로 나올 정규 앨범도 오래 준비했어요.
GQ 그러고 보니 2013년 정규 2집 <YOUTH!>를 내고 다음 앨범을 만드는 데도 4년이 걸렸어요.
HJ 이전 앨범의 스타일이 모두 다른 것처럼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요.
JO 요즘에는 순간의 자극을 위한 소모성 음악이 많아요.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도 많으니까. 다만 저희는 명곡, 명반이란 가치를 경험하며 자랐기 때문에 성실하게 노력해서 그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GQ 그래서 준비는 끝났어요?
JO 네, 파장을 일으킬 준비가 됐어요. 앨범은 전작들보다 더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데 두 곡을 먼저 싱글로 선보일 거예요.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곡들로 꼽았어요. 한 곡은 글렌체크 초창기 감성과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조합해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어릴 때부터 무척 좋아했던 1990년대 밴드 사운드를 가지고 새로운 느낌을 낸 곡이에요. 비주얼적으로 표현하자면 스파이크 존즈나 소닉 유스의 뮤직비디오.
GQ 1집 <Haute Couture>는 프랑스와 벨기에, 2집은 스페인, 2017년의 EP는 서울에서 얻은 영감과 감성을 담았다고 했죠? 이번 작업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JO 아뇨, 도시 개념보다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인적인 감정에 중점을 뒀어요. 다른 작업들에 비해 장벽이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고 해둘게요.
HJ 장소보다는 시대에 대한 느낌이 더 들 것 같아요. 빛바랜 1990년대의 감성이라든가.

컷아웃 디테일 풀오버, 화이트 셔츠, 와이드 팬츠, 모두 발렌티노. 부츠, 발렌티노 가라바니. 선글라스, 로에베.

드롭 이어링, 네크리스, 모두 디올 맨.

핀 스트라이프 수트, 설밤 at 아데쿠베. 셔츠,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선글라스, 레이벤 at 룩소티카.

레더 베스트, 스퀘어 넥 티셔츠, 모두 지방시. 보잉 선글라스, 로에베.

GQ 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뭐였나요?
JO 1집이 신스팝, 2집이 디스코, 3집이 알앤비, 어번 솔풍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결이 없어요. 곡마다 장르, 사운드가 다 달라요. 하지만 앨범 자체는 통일감이 있어요. 한 앨범처럼 느껴져요. 그 밸런스를 잡는 게 굉장히 어려웠지만 나름 답을 찾았어요. 그래서 가장 풍성한 앨범이 아닌가 생각해요.
GQ 지난 EP는 글렌체크의 음악을 즐겨 듣던 사람들도 생소하다고 느꼈을 정도로 실험적이었어요. 대중과의 접점에 대한 고민도 했나요?
JO 엄청 고민했어요.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해결책을 찾다가 가장 쉬운 접근법을 택했어요. 보컬적인 측면인데, 이전 곡들보다 보컬 비중이 도드라지도록 신경 썼어요. 노래 연습도 많이 했고요.
GQ 여전히 가사는 영어고요?
HJ 네, 여전히요.
GQ 장르와 사운드 면에서 다양성이 큰 앨범이라고 했지만 전체를 묶는 하나의 주제란 게 있겠지요?
JO 간단히 말하면 두려움을 없애고 본능을 따르라. 막무가내로 살라는 게 아니라 생각의 방식에 관한 거예요. 예를 들어 자신이 바랐던 모습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뒤늦게 꿈을 좇으려고 하면 온갖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합리적, 이성적 사고이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인데, 그 두려움을 덜어내야 진정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노래로 정리했어요.
GQ 그런 곡을 만들 땐 좀 다른 기분인가요?
JO 이전에는 콘셉추얼한 예술 작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매달렸거든요. 이번에는 마음의 앙금을 푼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제일 후련한 작품이에요. 사실 앨범을 빨리 내고 싶었지만 곡이 안 써졌어요. 사람들이 이걸 듣고 우리를 평가할 거란 강박에 빠져 엎었다가 다시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죠. 결국 과부하가 걸렸고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내려놓는 과정에서 첫 곡이 나왔어요. 이게 초창기 스타일을 조합해 만든 곡이에요.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니까 작업이 쫙 진행됐어요.
GQ 공개를 앞둔 기분도 전과 다를 것 같아요.
JO 이게 될까,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하는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요. 우린 이 앨범이 진짜 좋아, 그러니 사람들도 좋아해줄 거야, 같이 즐겨줄 거야, 이런 기분이에요.
HJ 공백기가 길기도 했고 공연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니 어서 빨리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GQ 공연의 오프닝 곡으로 뭐가 적당해요?
HJ 왠지 신곡보다는 1집 중에서 임팩트 있는 곡이 괜찮을 것 같아요.
JO 그렇다면 ‘Vogue Boys And Girls’로 가야죠.
GQ 10년 전 데뷔 당시 글렌체크는 음악 신의 한 방이었어요. “새롭다”, “외국 밴드 같다”는 평가 속에서 2년 연속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 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았고 해외 음악 신의 주목도 받았어요. 글렌체크가 가장 빛났던 시간은 언제라고 생각해요?
JO 그때가 최고의 시간인 건 맞지만 준비가 덜 되어 있었어요.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갑자기 판이 커지니까 우왕좌왕했어요. 많은 기회도 주어졌죠. 하지만 그걸 좇지 않았어요. 진정 원하는 걸 놓칠 수 있고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이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요. 지식과 지혜도 쌓이고 내면적인 안정감도 생겼거든요. 그래서 가장 빛날 시기는 앞으로 만날 거라고 생각해요.
HJ 데뷔 때부터 미디어적 부분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러 협업을 시도했지만 아무래도 리소스가 부족해 원하는 대로 실현되지 못했어요. 지금은 부족했던 부분을 많이 보완했어요. 계획 중인 것도 있고 다른 미디어와의 협업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페이턴트 코트, 레더 팬츠, 부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컷아웃 디테일 풀오버, 화이트 셔츠, 와이드 팬츠, 모두 발렌티노. 부츠, 발렌티노 가라바니. 선글라스, 로에베.

GQ 이번 기회에 누군가 처음 알게 된 글렌체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어떤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HJ 앨범마다 색깔이 다 다른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요. 순서대로 들으면 글렌체크의 변천사를 느끼고 입맛에 맞는 곡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JO 다 들어보세요, 결국 이 말인 거죠.
GQ 그런데 평소에 둘이 자주 만나는 편이에요?
JO 활동을 쉬는 동안에는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매일 봐요.
GQ 음악 말고 주로 어떤 대화를 해요?
HJ 게임 아니면 둘 다 공상 과학 영화의 세계관이나 철학적인 부분을 좋아해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나눠요. 최근 미국 정부가 UFO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외계인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GQ 음악이란 공통분모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은 잘 어울렸을까요?
JO 물론이죠. 우리 관계가 음악으로 처음 맺어진 게 아니니까. 학교에서 만났으니 교육 시스템이 우릴 맺어준 셈이죠.
GQ 이제 보내줘야 한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글렌체크 말고 두 사람에 대해서도 막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JO 혁준이는 되게 똑똑한 친구예요. 너디 Nerdy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뭔가 파고들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타입이죠. 저도 그런 면이 있지만 혁준이는 훨씬 깊어요. 곡 작업할 때도 제가 큰 그림을 짜면 혁준이가 기술력과 디테일로 그걸 구현해요.
HJ 준원이 형은 제가 아는 사람들 중 제일 열정적이에요. 포기를 모르고 난관을 겪어도 어떻게든 돌파해요. 진짜 혁신적인 사람이에요.
JO 사람을 설명할 때 혁신적이라는 단어는 잘 안 쓰지 않나요? 일론 머스크 정도면 모를까. 듣고 보니 기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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