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한국의 멋

2021.08.31전희란

디스 이즈 코리안 그레이트 뷰티.

© 사진 김잔듸, 재단법인 예올 제공

오 마이 갓. 갓은 오랫동안 한국 남성의 멋을 호방하게 드러내는 물건이었다. 치밀한 짜임에서 나오는 갓의 기품은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호 정춘모 장인과 이수자 도국희, 그리고 디자이너 스튜디오 워드가 합심해 양태 수직 펜던트 추 조명을 창조했다. 그 빛나는 아름다움을 매일 두고 볼 수 있다.

신경균, 천홍 – 무지개, Ø47.2cm × 45.2cm, White porcelain, 2015 © 사진 김광섭, 노블레스 컬렉션 제공

달항아리는 거대한 반쪽짜리 우주가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당차고 신비한 세계다. 장인의 숱한 실패와 인고 끝에 마침내 떠오른 둥근 우주앞에선 누구든 숭고한 마음이 앞선다. 신경균의 달항아리 ‘천홍’은 달에 거울을 비춘 듯 그 깊이도 그윽하다.

허명욱, 無題 Untitled 2020 ・ Ottchil & Gold leaf on fabric・41 x 33 cm, 16 x 13 in

옻칠은 인내의 시간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결과다. 그러니까, 어쩌면 영원히 완성이란 건 존재하지 않을지도. 유화 물감이나 아크릴처럼 그 자체로 다채로운 발색이가능한 옻은 그릇이나 소반위에 칠해 정다운 생활 속에 담기도, 과감하게 칠해 캔버스에 걸 수도 있다. 평생 옻칠을 하다 손톱 사이사이에 문신처럼 흔적이 남은 허명욱은 그 두 가지를 모두 한다.

© 사진 김잔듸

건축의 미래는 과거로부터 올때도 있다. 윤리적이고, 사람다운 삶을 담던 다정한 그릇. 우리 한옥이 새삼 재평가받는 이유다. 치밀하게 직조되었으면서도 결코 겉으로 요란떨지 않는 겸손한 집. 사진 속 집은 한옥 건축가 이문호가 북촌에 지은 소담한 집이다.

© 사진 주용균

한복은 자연을 닮았다. 고요하고 정적인 한편 역동적이며 변화무쌍하다. 그 반전의 멋에 넋놓고 취할 때가 있다. 맵시를 드러내는 대신, 바람을 초대하며 넉넉한 공간을 구성하는 여유. 전통적인 선과 형태를 동시대의 예술로 표현하는 담연의 한복에서 그것이 오롯이 전해진다.

이강소, 청명 – 20036, 2020, Acrylic on canvas, 112 x 145.5 cm-1-1 © 갤러리현대

그리는 동시에 그리지 않고, 그리면서도 동시에 지우고자 하는 태도. 단색화 대표 작가로 꼽히면서도 “단색화라 정의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강소의 그림 속에서는, 상충하는 지점에서 더 큰 에너지가 생성된다. 채워지지 않은 틈 사이로 피어오르는 작가의 혼, 거기서 관객은 무한한 상상을 꿈꾼다.

    피처 에디터
    전희란
    포토그래퍼
    김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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