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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맛있는 술과 커피의 기묘한 조합 4

2021.10.01전희란

2차는 사라졌고, 커피와 술은 뒤죽박죽 놓인다. 그런데 이 조합이 썩 괜찮다는 말이다.

코냑 글라스, 바카라. 에스프레소 잔, 에르메스.

코냑과 커피의 끈적하고 ‘찐한’ 만남. “진한 드립 커피와 대부분의 코냑은 잘 어울려요. 코냑의 들큰한 맛이 당을 첨가하지 않은 커피에 세련된 단맛을 더해주거든요. 실제로 몇몇 일본 다방에서 커피 한 잔, 코냑 한 잔을 ‘카페 로얄’이란 메뉴로 내요. 코냑과 따뜻한 커피를 번갈아가며 마시면 둘의 향이 훨씬 잘 퍼지죠. 입 안에서 만들어지는 칵테일인 셈이에요.” 헬카페 임성은 대표는 말한다. 이피 커피 앤 바의 장경진은 한술 더 뜬다. “뜨겁게 데운 에스프레소 잔을 하나 준비해요. 술과 커피를 함께 담을 것이니 더블 사이즈가 좋겠죠. 여기에 라빠르쉐 각설탕 한 알, 그리고 코냑 한 잔. VSOP면 충분해요. 에스프레소를 내릴 때 설탕과 코냑에 직진하지 않고 잔을 타고 내려가도록 내리면 약간의 층이 생겨요. 향을 음미하며 절반 정도 마시고 반쯤 녹은 설탕을 코냑에 휘휘 저어 디저트로 긁어 먹으면 아주 근사하죠.”

커피 잔, 에르메스. 원두가 담긴 글렌캐런 잔은 에디터의 것.

“커피는 위스키의 훌륭한 체이서예요. 둘의 캐릭터에 따라 조합도 달라지죠. 가령 찐득한 단맛과 달콤한 피니시를 지닌 셰리 위스키에는 재스민과 얼그레이, 베리류의 상큼한 산미를 지닌 콜롬비아 혹은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매치해요. 바닐라 향과 뜨거운 켄터키 허그를 지닌 버번위스키에는 묵직한 보디와 초콜릿 풍미의 과테말라, 피트 향과 짠맛을 품은 위스키에는 사과와 청포도 등 과일의 산미가 돋보이는 에티오피아 원두. 핸드 드립 혹은 콜드브루를 희석하면 좋아요. 위스키 캐스크에서 생두를 숙성하는 ‘배럴 에이지드 커피’도 요즘 유행하는 커피 가공법 중 하나예요. 핸드 드립으로 내려 동일한 배럴의 버번위스키와 번갈아 마셔도 훌륭하죠.” 드림라이크 커피의 나원중 대표는 말한다. “글렌모렌지 시그넷과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를 동시에 마셔 보세요. 비율은 차가운 물과 1:1 혹은 1:1.5, 온도는 미지근하게, 술은 이왕이면 더블로요.” 이피 커피 앤 바의 장경진 대표가 거들고, 헬카페의 임성은은 아메리카노 아마레토를 이야기하며 입맛을 다신다. “디사론노 아마레토는 따뜻한 커피, 차가운 커피와 모두 잘 어울려요. 달콤 새콤한 느낌으로 커피의 산미를 새롭게 즐길 수 있죠.” 잘 내린 커피 한 잔, 디사론노 1샷, 조금의 설탕이면 충분하다.

커피와 맥주의 기묘한 조합이 꽤 그럴 듯하단 걸 깨달은 건 커피랩의 19금 메뉴 ‘카페 콘 비라’를 만난 순간. 라거에 에스프레소 한 잔 섞은 메뉴를 빠르게 들이켜면 정신은 말짱해지고 기분은 헤롱거리는 ‘저세상 텐션’이 된다. 커피 향이 감도는 흑맥주를 넘어 커피 이름을 내건 맥주도 요즘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아이스카우트 아포가토’는 달콤하고 고소한 로스팅 커피와 초콜릿의 느낌이 강렬하게 풍겨오는 커피 풍 맥주. 유당을 첨가해 부드럽게 혀에 감기는데 이름처럼 아포가토를 마시는 느낌이다. 커피를 니트로 마시는 듯한 맥주, 이름도 본격적인 ‘플랫 화이트’는 입술을 적시는 작고 부드러운 거품이 감미롭다. 프릳츠 커피는 맥파이와 협업한 ‘첫차’를 내놓았다. 라거 효모를 사용한 이 발틱 포터 맥주에선 산뜻한 산미와 프루티 향이 풍긴다. 원두와 맥주가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다가 마침내 기분 좋게 화합한 느낌이랄까. 이것은 커피인가, 맥주인가. 그런 논의는 집어치우자.

콜드브루 컵, 프릳츠 커피. 소리잔은 에디터의 것.

“소주 한 병에 진하게 내린 더치 커피 한 잔 혹은 두 잔을 넣어 마셔보세요. 굉장히 잘 어울리고, 이질감이 없죠. 소주는 사실 꽤 단 술이에요. 독하고 쓴맛이 그 단맛을 가리고 있을 뿐. 물과는 달리 향이 잘 스며드는 알코올에 커피 원두를 인퓨징해서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마시면 훌륭한 커피 칵테일이 돼요. 드립백으로 추출해 섞는다면 추출 후 온도를 낮춘 뒤 믹싱하세요. 원하는 농도를 지키기 위함이죠. 원두 종류는 기호에 따르면 돼요.” 헬카페의 임성은 대표가 말한다. 닭발 크림 떡볶이만큼이나 요상하게 느껴지는 막걸리와 커피의 조합도 꽤 괜찮다. 왜, 막걸리카노라는 상품도 있지 않은가. “송명섭 막걸리나 금정산성 막걸리를 마시고 스타벅스 더블 샷 에스프레소 & 크림을 마시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입니다. 마치 뉴욕식 소주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둘을 섞어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지평생막걸리처럼 뾰족한 맛 없이 상쾌한 쌀막걸리는 하이볼 비율(커피 1 : 막걸리 3.5~4)로 섞으면 런던식 모주를 마시는 기분.

    피처 에디터
    전희란
    포토그래퍼
    강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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