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브랜드 텔파(Telfar)가 한정판 가방을 구매하는 새로운 방식, 드립(Drip)을 패션계에 제안한다.
부쉬윅 버킨(Bushwick Birkin)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가방 브랜드 텔파(Telfar)에서 텔파 TV를 런칭했다. 이는 한정판 신발이나 의류를 싹쓸이하는 자동 구매 프로그램, 리셀 봇을 피해 진정한 소비자에게 가방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됐다. 텔파가 작년 여름 자사 홈페이지에서 시도했던 ‘가방 보안 프로그램’과도 맥락이 이어진다. 그간 주간 제품 드롭을 진행하는 동안 가방이 단 몇 분 안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브랜드는 창업자, 텔파 클레멘스가 세운 슬로건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텔파 TV는 로쿠, 애플TV,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시청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최초의 자체 방송국이기도 하다. 텔파는 뉴욕 패션위크S/S 2022 기간에 방송국을 런칭했는데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은 비건 더플 백을 포함해 가방 판매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팝업, 드롭에 이어 텔파가 새롭게 제안하는 쇼핑법 드립(Drip)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텔파 TV를 통해 24시간 혹은 36시간 게릴라 쇼가 열린다. 언뜻 보면 라이브 커머스와 비슷한 형식이지만, 정해진 시간동안 텔파를 추종하는 팬이 만든 비디오를 상영한다. 텔파 인스타그램이 팬이 만든 비디오와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는 것과 같다. 텔파 신봉자들이 자신의 작업을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쌓아가며 브랜드 정신을 강화하는 동안, 화면에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QR 코드를 통해 베스트 셀러 또는 신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제작된 가방의 양은 채널의 시청자 수와 동일하다. 이제 셀파의 특정 가방을 구입하고 싶다면 텔파 TV가 유일한 통로다.
10월 초 텔파 TV에서 진행했던 ‘가방 보안 프로그램 3(Bag Security Program III)은 좀 더 개인화된 쇼핑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36시간 제한된 시간동안 크기, 색상, 수량 제한 없이 맞춤 가방을 선택해 내년 3월에 배송하는 이벤트였다. 이런 방식은 열리지 않는 재입고 창을 기다리며 애태우느라 지친 쇼핑객을 위한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가방을 손에 놓는 것 외에도 텔파 TV를 시청하면서 텔파 클레멘스와 전화 연결되거나, 내가 만든 동영상이 상영되고 그 댓가로 무료로 가방을 선물받는 행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 에디터
- 글/ 김윤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