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 비와 에드 시런이 주목하는 신예 '올리비아 로드리고' | 지큐 코리아 (GQ Korea)

카디 비와 에드 시런이 주목하는 신예 ‘올리비아 로드리고’

2021-10-19T18:43:16+00:00 |interview|

거짓말처럼 전 세계가 락다운으로 멈춘 사이,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엄청나게 놀랍고 극적인 변신을 보여줬다. 디즈니의 하이틴 스타에서 팝 컬처의 신성으로,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스토리.

베스트, 팬츠, 모두 에트로. 네크리스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것.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새 아파트 꾸미기는 도통 진전이 없었다. 침실에는 액자 하나가 간신히 걸려 있을 뿐이었다. 큼지막한 흰 여백과 트윗 하나가 담겨 있는 액자였다. “카디 비: 네 나이에 비해서 아아아아아주 잘하고 있어. 어떤 독설도 너한테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해. 누구도 네 목소리를 막지 못하게 해.”
“솔직히 말할게요. 카디 비가 쓴 트윗을 보고 울음이 터졌어요.” 로드리고가 말했다. “전 ‘고마워요, 카디. 헛소리는 귀담아듣지 않을게요’라고 다짐했죠.” 지난 6월 말 비벌리 힐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루프톱에서 로드리고는 멀리 보이는 자신의 건물을 가리켰다. “혼자 사니까 좋아요. 그런데 스스로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마트에서 뭘 사야 하는지, 청소와 정리는 어떻게 하는지는 하나도 모른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인생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지난 몇 달간 그녀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들이 어른이 되면 응당 겪을 만한 전형적인 일들을 헤쳐나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10대들이 주로 할 법한 상상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소셜 미디어에 빠진 Z세대부터 평론가인 척하는 X세대 그리고 두 세대 사이의 사람들에게까지 사랑받는,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 팝스타로 급부상한 것이다.
로드리고의 첫 번째 싱글 ‘drivers license’는 이별의 애절함을 다룬 발라드로 8주간 빌보드 핫100 차트를 석권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공개 직후 틱톡을 중심으로 Z세대의 시대 정신을 완전히 장악했다. 지난 5월에 선보인 첫 정규 앨범 <SOUR>는 장르를 넘나드는 서정적인 찬가로 온 우주가 10대들의 것인 양 스트리밍 수가 폭발하며 차트를 점령했다. 또한 평론가들의 열띤 지지 속에서 세대와 무관한 호소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몇몇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로드리고가 아역 배우에서 독보적인 대형 스타로 발돋움했다고 말할 수 있다.
로드리고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테메큘라에서 필리핀계 미국인 아버지와 위스콘신 출신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스트라이프’라는 이름의 애완뱀이 있긴 했지만) 외동딸로 자랐다. 어릴 적 집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로드의 노래가 항상 흘러나왔다. 그게 아니면 어머니가 좋아하는 큐어나 스매싱 펌킨스 같은 록 밴드의 음악이 들렸다. 그녀의 가족에 따르면 로드리고는 일찍부터 예술적 기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겨우 말을 뗐을 때부터 어쩌고저쩌고 노래를 지어 불렀으며,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제대로 꽃을 피웠다.
‘drivers license’로 팝 컬처의 신성이 되기 전, 로드리고는 디즈니 시리즈 <비자아드바크>와 <하이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 더 시리즈>를 통해 운전 면허를 따기엔 너무 어린 세대들의 워너비 스타로 통했다. 특히 <하이스쿨 뮤지컬>의 수록곡을 직접 작곡하고 연주했는데 이를 계기로 게펜 레코드와 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이모 밴드 출신의 프로듀서 다니엘 니그로와도 이때 만났다. 그는 로드리고에 대해 “제가 함께 작업한 사람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성실해요. 젊은 가수들은 서너 테이크를 부른 뒤 당연하다는 듯 ‘수정해주실 수 있죠?’라고 말해요. 로드리고는 다르더군요.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수십 번씩 불러요.”
디즈니발 팝 스타 급행열차를 탔을지라도 그녀는 현명하고 영리하다. #FreeBritney(브리티니에게 자유를)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 여성 예술가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총알을 요리조리 피하듯이 자신을 향한 비난을 현명하게 지나친다. 커트니 러브와 관련한 앨범 커버 표절 논란과 <하이스쿨 뮤지컬>의 동료 배우이자 열애설의 당사자인 조슈아 바셋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도 그랬다.
이를 제외하고 로드리고는 진지하고 에너지 넘치는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다. 수란을 곁들인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으며 그녀는 준비된 질문보다 더 많은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수트, 페타르 페트로브. 셔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GQ 전 세계가 락다운인 상태에서 이렇게 유명해진다는 건 초현실적인 경험일 것 같아요.
OR 완전히 그래요! 다만 어떤 압박감이나 흥분이 느껴지지 않다는 게 약간 이상해요. 만약 콘서트에서 ‘drivers license’를 불렀다면 수천 명이 떼창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GQ 꽤 유명한 사람이 당신의 팬이라고 밝혀서 깜짝 놀란 적도 있나요?
OR 에드 시런이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사랑한다. 그녀가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듯 곡을 쓰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한 걸 보고 굉장히 기뻤어요.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인 그가 스포티파이에서 제 노래를 찾아 듣는다고 생각하면 신기하면서도 이상해요. 진짜 그렇다고? 만약 에드 시런을 실제로 만난다면 재밌을 것 같아요.
GQ 프로듀서인 다니엘 니그로에게 <하이스쿨 뮤지컬>을 보지 말라고 부탁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OR 맞아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로서 진지하게 인정받고 싶었어요. 저의 진면모를 알아주길 바랬죠. 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길 원해요. 친구들에게도 제가 나온 작품은 가급적 보지 말고, 같이 있을 땐 제 이야기 대신 ‘우리’ 이야기를 하자고 해요.
GQ 앞으로도 연기를 병행할 계획인가요?
OR 그 부분은 확실하지 않아요. 5년, 10년 후 제 경력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어요. 지금 둘 다 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할 뿐이에요. 굳이 말한다면,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만드는 일은 오래 전부터 꿈꿨어요.
GQ 10년 후 뭘 하고 있을지 상상해본다면요?
OR 일단 스물여덟 살이 되어 있겠네요. 여자가 팝 스타가 될 수 있는 나이에 제한이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남자의 경우 나이가 들어도 계속 활동하거나 유명세를 유지하는 게 가능한데, 여자들은 서른 살이 넘는 순간 대중의 주목을 받기 힘들어요. 저는 계속해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발표하고,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어요.
GQ 그런 목표를 갖게 해준 앨범이나 음악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요?
OR 로드의 ‘Pure Heroine’인데 열한 살, 열두 살쯤 이 곡이 나왔을 거예요. 어번 아웃피터스에서 바이닐 레코드를 사서 들었죠. 가사가 어찌나 공감됐는지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나요.
GQ 디즈니 시리즈는 아역들이 팝 스타가 될 수 있는 등용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과도하게 억압한 후견인 제도처럼 그곳 출신 스타들이 겪은 부당한 대우가 논란이 됐어요. 혹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거나 겪을 뻔한 적이 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OR 브리트니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끔찍해요. 젊은 여성들을 괴롭히고 조종하지 못하도록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명백히 그런 일들이 일어나요. 실제로 몇 번이나 목격했어요. 나 자신이 온전히 존재하지 않으면 좋은 커리어도, 예술적인 성취도,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어요. 다행히 제 주위에는 절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GQ 브리트니 스피어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신이 그녀의 ‘Dump Him’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봤어요.
OR 배우이자 절친인 아이리스 아패토우와 저는 2000년대 초반 문화에 완전 빠져 있어요. 패리스 힐튼의 <심플 라이프>를 좋아하고, 브리트니 티셔츠는 진짜 쿨해요. 그 시대를 풍미한 케이트 모스의 사진도 멋져요. 아, 위노나 라이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에요. 그녀가 나온 영화는 다 봤고 그녀의 스타일링도 많이 참고해요.
GQ 그런 자료들은 이미지 보드를 만들어 한데 모아두는 편인가요?
OR 네, 핀터레스트에 저장해요.

GQ 실제로 비주얼 메이킹 작업은 어떻게 진행돼요? 멋져 보이는 사진들을 쫙 펼친 다음 “다음 앨범의 콘셉트는 이거예요!”라고 외치나요?
OR 어느 정도 비슷해요. 전 세트장에서 오래 일한 경력이 있잖아요. 그곳에선 의상이 다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제 뮤직비디오를 찍을 땐 전문가들이 “당신이 쓴 노래에 맞게 어떤 비주얼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물어봐요. 제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켜준다고? 진짜 쿨하다고 느껴요.
GQ 그런데 열네 살 때 어른들이 자신을 어떻게 브랜딩하고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요?
OR 네,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열네 살의 로드리고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무엇이고, 어떤 게 어울리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오늘의 제 이미지가 내일은 별로일 수 있잖아요. 주목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아요. 온라인에서 쿨하게 비춰지지 않으면 실제로 쿨하지 않다고 믿는 거죠. 저는 그런 잘못된 마인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태가 됐어요.
GQ 말처럼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나요?
OR 온라인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아, 여기가 진짜 세상이었지’라는 자각을 했어요. 실존하는 것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해서 그게 무조건 진짜라고 할 수는 없어요.
GQ 열여덟 살에 그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니 놀랍네요. 당신이 쓰는 곡의 주제는 꽤 보편적이지만 가사들은 주로 Z세대가 직면한 내용들을 담고 있죠. 당신을 포함한 Z세대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건 뭐라고 생각해요?
OR 확실한 건 아니지만, 우리 세대가 항상 우울하며 툴툴거린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미디어에 묘사되는 모습만 봐도 그래요. 하지만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긴 헛소리들을 더 이상 참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세대가 자랑스러워요.
GQ 노래의 화자는 10대지만 30, 40대 팬도 굉장히 많다는 사실은 어때요?
OR 엄청 놀랐어요. 그리고 이성애자가 아닌 팬이 많다는 것도요. 제 노래가 세상의 모든 이별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진짜 쿨하다고 생각해요. ‘drivers license’를 발매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저보다 나이가 많은 <하이스쿨 뮤지컬>의 스태프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우리도 다 이별을 겪어봤잖아요. 당신의 노래에서 그때 겪었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저한테 속내를 털어놓은 적 없는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 받다니, 기분이 묘했어요.
GQ 팬덤이 엄청나던데요. 이 거대한 그룹이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지나칠 정도로 간섭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
OR 솔직하게 얘기하면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아요. 제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 있다면 저와 일하는 사람들이 알려주겠죠. 저의 지난 연애사를 해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건 정말 괴로워요. 이상하고요. 음, 인간적인 호기심이라고 한다면 약간은 이해가 돼요. 하지만 그런 행동은 제 인생이나 음악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해요.
GQ 곡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어필하고 직접 결정을 내렸던 순간을 기억해요?
OR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는 편이거든요. 이를 단점이라 생각해 조금씩 극복하고 있긴 한데, 어릴 땐 “네 의견이 그렇다면 좋아. 그렇게 하자” 늘 이런 식이었어요. 음악 작업에서 이런 태도는 큰 도움이 되지 않죠. ‘deja vu’를 작업할 때였어요. 원래 보컬 파트에 후시 녹음한 코러스가 붙어 있었는데, 너무 팝스럽고 제 스타일답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대신 신스 사운드가 어울릴 것 같아 그렇게 바꿨죠. 완성된 버전을 들을 때마다 제 생각대로 밀고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GQ 누가 봐도 쾌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지만 슬픈 노래를 만들잖아요. 둘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조화시켜요? 아니면 음악을 통해 슬픈 감정을 해소하는 건가요?
OR 제 노래로는 전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저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에요. 단지 우울한 무드의 노래와 극적인 스토리가 담긴 가사를 좋아해요. 그리고 그런 노래를 만들어 다른 누군가에게 감정의 울림을 주고 싶어요. 음악은 겉으로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해요.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말할 수 없을 때 노래로 대신할 수 있고, 그건 엄청난 치유가 돼요.

베스트, 에트로. 네크리스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것.

루프톱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발레파킹한 차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로드리고는 내게 조잘조잘 많은 질문을 던졌다. 차는 어떤 종류를 타요?(로드리고의 것과 같은 고급 차량이 아님), 카초 에 페페 드셔보셨어요?(그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요리임), 해변에 가는 거 좋아하세요?(당연함), 로프트에 사세요?(그냥 웃어 넘기다가, 잡지 에디터가 되어 로프트에 살고 싶다는 꿈을 꿨던 열여덟 살의 내가 떠올라 급정색했음).
락다운 기간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고 ‘백악관에 초대받은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것을 제외하면, 로드리고의 지난여름은 앞날이 불확실하고 유예된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 고등학교 졸업생들과 거의 비슷했다. 친구들과 휴가를 보내기로 한 그녀는 마침내 숙제 목적이 아닌 자의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기 시작했다. 연애는, 그녀의 말에 따르면 후순위에 놓여 있다. “지금 아주 행복해요. 이 상태를 깨고 싶지 않아요. 뭔지 아시죠?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제가 원하는 위치에 놓여 있어요. 그 외의 것들은 케이크 위의 장식처럼 별 의미가 없어요.”
로드리고는 여러 가지 사회적 자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일찍부터 자아와 페르소나를 구분하는 법을 배웠어요. 저를 모르는 사람들의 비판은 제 자아가 아니라 페르소나를 공격한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저는 페르소나도 최대한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유지하려고 해요. 약간은 이상하고 복잡한 이분법이죠.”
다행히 그녀는 좋은 해결책을 갖고 있다. “피하는 게 상책이에요.” 그리고 소셜 미디어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어봐서는 안 될 것으로 간주한다. 얼마 전 로드리고는 친구가 장난으로 휴대 전화에 어린이 잠금 기능을 걸어두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덕분에 하루에 단 30분만 앱에 접속할 수 있다. “이건 행운이나 다름 없어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모든것을 다 알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