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식사와 작품 관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구 스테이크>

2021.11.01GQ

입이 즐거운 공간이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좌측부터ㅣ홍성준, Study Layers 15. 이동욱, 알레테이아. 김안선, 아홉가지 이야기.

최나리, untitle.

황혜정, Satisfying Goo.

한남동 주택가의 고즈넉한 언덕을 딛고 오르면 구 스테이크가 나온다. 10년도 더 전에 국내 최초로 자체 건조숙성고를 제작해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의 참맛을 깨닫게 만든 곳이다. 한입 베어 물면 감탄사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메아리친다. 구 스테이크는 한자의 입 구(口)를 로고로 활용해 이를 은밀하고 근사하게 알린다. 하지만 메뉴에만 시선을 뺏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천천히 둘러보면 눈과 마음을 황홀하게 만드는 미술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구 스테이크는 카라스갤러리와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카라스갤러리는 빼어난 블루칩 작가를 발굴하고 대중적인 공간에서 전시를 여는 솜씨가 발군이다. 이번 협업에선 김안선, 이동욱, 최나리, 홍성준, 황혜정 다섯 명의 작가를 호명했고, 이들은 구 스테이크의 로고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응답했다. 김안선의 ‘아홉가지 이야기’는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과 이들의 대화에 동참하듯 입을 벌린 식탁, 그들 너머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스파라거스 숲을 담고 있다. 작가는 ‘입 구’를 동음이의어인 ‘아홉 구’로 연결 지었다. 아홉은 전설과 신화에서 많이 다뤄지는 숫자로 보는 이들이 그림 안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떠올리길 권한다.
이동욱은 ‘밥상공동체’라는 말에 착안했다. 형형색색의 풍선들로 로고의 네모난 형태를 만들어 맛있는 식사를 나눈다는 건 공동체의 유토피아를 공유하는 행위임을 시각화했다. 최나리는 정사각형 패턴을 배경으로 풍요로운 식탁에 앉은 사람들을 그렸는데, 얼굴은 여백으로 남겼다. 어떤 표정으로 음식을 먹을까? 답은 상상에 맡긴다.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인 이 작품의 제목 역시 ‘untitle’. 홍석준은 한지를 사용해 구 스테이크의 재료와 맛에서 채집한 색을 겹겹이 쌓아 캔버스 안에 응축한 작품을 선보였다. 황혜정이 입체와 평면 두 가지로 작업한 ‘Satisfying Goo’는 맛은 미각과 더불어 촉각을 만족시킨다는 개념을 전한다. 음식을 입으로 들이고 씹고 음미하는 행위는 입 안의 촉각으로 느껴지는 만족감으로 이어지며, 결국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접촉의 욕망을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은 그 시간과 경험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미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구 스테이크는 입과 눈을 통해 황홀하고 우아한 감각을 부추킨다. 실제로 그 맛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피처 에디터
    김영재
    포토그래퍼
    홍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