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자를 소개합니다 | 지큐 코리아 (GQ Korea)

나의 의자를 소개합니다

2021-11-01T15:29:40+00:00 |living|

의자에 앉았다.


EAMES MOLDED PLYWOOD LOUNGE CHAIR by H E R M A N M I L L E R
나의 의자 ― 1년 전 내가 일하는 직장인 노바드에서 구매했다. 디자인 가구를 늘 곁에서 보는 게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블랙 우드와 메탈이 어우러진 임스 체어의 모습이 간결하고 멋있었다. 겉모습은 시크한데 앉으면 너무 편안해서 결정을 미룰 것도 없었다.
의자에 앉아서 ― 맘놓고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서 방 한편에 초록색 큰 화분과 이 의자를 두었다. 앉기 전에는 딱딱하고 불편해 보일 수 있으나, 임스가 유명한 이유는 부드러운 선과 비례한 편안한 감성이지 않나. 인체에 맞춘 곡선 시트에 몸이 쏙 들어가고 가부좌를 틀어도 될 만큼 좌석이 넓기도 해서 아주 편안하다. 지는 해가들어오는 시간에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두면 여느 멋진 카페에서의 휴식 못지않다. 김노을, 인노바드 홍보 마케터


BERTOIA DIAMOND CHAIR 1952 by H A R R Y B E R T O I A
나의 의자 ― 5년 전쯤 가구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독일 가정집에서 쓰던 의자를 분양 받았다. 이탈리아에서 금속 공예가로 활동하던 해리 베르토이아는 1955년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 라디오 전시회에서 브라운과 협업한 놀 Knoll의 가구 디자인을 담당했는데, 혁신적이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놀의 가구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계기가 됐다. 다이아몬드 체어가 그중 하나다. 그의 디자인을 접하고 나의 컬렉팅도 브라운 제품 위주의 수집을 넘어 가구, 조명, 당대 디자인 아이콘들로 확장됐다.
의자에 앉아서 ― 메탈 소재라 언뜻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앉으면 라운지 체어의 장점이 극대화되며 금세 편안함과 따뜻함이 밀려온다. 여기에 브라운 진공관 라디오로 음악을 들으면 더. 제이슨, 컬렉터 · 4560디자인하우스 대표


동글이 의자 by D O R I F U R N I T U R E
나의 의자 ― 2019년 가을에 독립하며 구입했다. 거실을 음악 작업을 위한 스튜디오로 만들면서, 회전과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고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등 주변 악기와 어울릴 간결한 디자인의 의자가 필요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을 만나지 못하다 진료용 의자가 떠올랐다. 병원에서는 모양도 색도 단정한 디자인에 기능적이며 위생 관리가 잘 되는 소재의 기구를 주로 사용한다. 이의자는 군더더기 없는 제품을 좋아하는 내게 안성맞춤이었다. 적당히 편하다는 점도 좋다. 편하긴 한데 어딘가 살짝 불편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몸에 좋지 않다)을 예방해주는 듯하다.
의자에 앉아서 ― 동글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대체로 헤드폰을 착용하고 주로 두 가지 일을 한다. 음악을 만들거나, 논문을 쓰거나. 박진영, 뮤지션 뮤츄얼 Mutual · 의사


AR STOOL b y S E O N G S O O K E E M
나의 의자 ― 지난여름에 전시를 준비하며 교량의 구조에서 영감받아, 얇은 판재 여러 개를 교차해서 아치 형태로 만들어보았다. 기성품에서도 선호하는 의자가 있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든 의자에 애착이 간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선보일 가구의 기초가 될 의자를 만들었다는 생각에서도 더 마음이 간다.
의자에 앉아서 ― 가구를 만들기 전에는 판을 결합하는 구조로 트레이나 연필꽂이 같은 소품을 제작했는데, 직접 조립하고 사용하고 분해하는 행위를 반복하며 어떤 의자를 만들지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의자를 보며 이제는 다음 것을 고민하고 준비한다. 의자에 앉기도 하지만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뒤집어보면서, 안정적인지 폭이나 높이는 적당한지, 다음에 제작할 가구는 어떤 모습으로 할지 새겨본다. 김성수, 금속 공예가


LAYERED STEEL by H Y U N G S H I N H W A N G
나의 의자 ― 2020년 청담동 지갤러리 g·gallery를 통해 구매했다. 황형신 작가의 작업을 친구이자 동료로 오랜 시간 지켜봤다. 2018년 열린 개인전을 위한 포스터를 디자인하기도 했는데, 당시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같은 레이어드 Layered – 스틸 Steel 시리즈의 의자들을 처음 보게 됐다. 작가가 존경하는 동시대 스위스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닮은 단순하지만 세밀하게 설계된 형태와 하나하나 작가가 손으로 마감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아름다운 질감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의자에 앉아서 ― 주로 늦은 시간 사무실에 혼자 남았을 때 잠시 앉아 있곤 하는데, 향을 태우고 직접 만든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신다. 대부분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앉아보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보기보다 편하다. 조완, 포스트 포에틱스 대표


CULVER CHAIR by A C M E F U R N I T U R E
나의 의자 ― 2017년 오사카 여행 때 샀다. 운반이 편한 폴딩 구조라서 여행 중인데도 구매를 결심할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 여행하며 산 기념품으로 그때를 떠올려보는 여행 후의 시간을 좋아한다. 헬싱키 플리마켓에서 산 금속 줄자는 불편했던 가족 여행을 그리며 웃게 하고, 유럽 곳곳에서 산 빈티지 유선 시계는 전압이 맞지 않아 제멋대로 멈춘 시침들이 수집에 대한 부질없던 집착을 상기시킨다. 이 의자를 보면 흐르던 땀마저 마르게 하던 그 날의 폭염,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직전까지 살까 말까 고민하던 마음이 그려진다. 하지만 앉으면 그 순간 끌렸던 곡선과 직선의 의자 형태나 오크 원목의 짙은 질감은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고, 그때 함께했던 친구와의 시간만이 상세하게 나타난다. 강지혜, 가구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