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 주연 유태오 감독 <로그 인 벨지움> | 지큐 코리아 (GQ Korea)

유태오 주연 유태오 감독 <로그 인 벨지움>

2021-11-25T14:34:30+00:00 |interview|

소년처럼 투명한, 청년답게 솔직한 남자 유태오로부터.

배경 속 독일어는 유태오 배우가 <지큐> 독자들에게 직접 쓴 연말 메시지. “나는 당신의 광대고, 당신은 나의 왕과 왕비다”ㅣ유태오 배우가 입은 울 재킷, 울 팬츠, 모두 오프 화이트.

GQ 요즘 많이 바쁘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미리 인터뷰 질문을 몇 개 추려서 보냈는데, 좀 봤어요?
TO 정말 죄송해요. 사실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저는 뭔가 준비하면 말이 꼬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편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오늘까지 참다 왔어요.
GQ 평소에 화면으로 유태오를 보면서 꾸밈없는 사람일 것 같다고 짐작했는데, 제가 맞았네요?
TO 하하. 고마워요. 그런데 정말 저는 세상을 선입견 없이 바라보려고 노력해요. 그러려면 솔직하고, 투명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아, 그래서 저는 ‘척’하는 사람이 싫어요.
GQ 그럼 요즘 얼마나 바쁜지도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세요.
TO 물론이죠. 먼저 <패스트 라이브즈>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어요. 지금 마무리 촬영 중인데 틈틈이 곧 개봉하는 영화 <로그 인 벨지움> 홍보 스케줄도 준비하고 있고요. 12월부터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되는 드라마 <연애대전> 촬영이 예정돼 있어서 역시 준비 중이고요.
GQ 아니, 쉬는 날은 있어요?
TO 정말, 그러고 보니까 2018년에 ‘칸 영화제’에 다녀오고부턴 한 번도 못 쉰 것 같긴 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그렇게 계속 달려오면서 커리어가 하나씩 쌓이니까 행복하죠. 자연스럽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속담도 알게 됐고요. 하하.
GQ 그렇게 바쁜 와중에 직접 영화도 만들었어요. 감독 데뷔작인 <로그 인 벨지움>이 개봉을 앞두고 있죠?
TO 맞아요. 사실 처음에는 영화로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당시 제 상황을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영상이었죠.

GQ 촬영 차 출국한 벨기에 앤트워프가 팬데믹으로 봉쇄됐죠?
TO 네, 혼자서 이런저런 작품을 해보려고 나갔는데 코로나로 갑자기 국경이 잠겼어요. 혼자 호텔에 갇히게 된 거죠. 호텔 로비까지 닫히는 상황이 되니까 밖에 있는 사람들과는 메모로만 소통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창문을 통해서만요. 무서웠죠.
GQ 영화에서만 보던 재난 상황을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리게 됐으니까요. 그것도 해외에서.
TO 그래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일기를 쓸까, 글을 쓸까 고민했는데, 문득 전화기를 보니까 틈틈이 찍어둔 영상이 꽤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영상으로 모든 걸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GQ 그럼 그때부터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던 거예요?
TO 아니요, 그때까지도 영화로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와서도 그런 생각은 없었죠.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편하게 보여주려고 단편으로 편집해뒀으니까요.
GQ 단편요? <로그 인 벨지움> 러닝 타임은 1시간이 조금 넘던데요?
TO 첫 편집본은 45분 정도 나왔어요. 그걸 영화를 만드는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고맙게도 재밌다면서 장편으로 만들어보라고 얘기해줬어요. 그래서 60분이 넘어가는 장편으로 다시 편집을 시작했는데 아차, 이번에는 1시간 40분이 나온 거 있죠. 결국 다시 잘라내고, 또 잘라내서 65분에 맞췄어요.
GQ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일이 더 어렵다는데, 어떤 장면들을 그렇게 많이 드러냈어요?
TO 술을 마시는 장면도 있었고, 누드 장면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자극적인 요소들이 자칫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분해하고, 흐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작품이 명백해지도록 자극적인 건 전부 빼기로 했죠.
GQ 바보 같은 질문인 걸 알지만, 솔직한 유태오니까. 본인 영화에 얼마나 만족해요?
TO 아, 정말 어려워요. 만든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진 않아요. 예산이 없었고, 게릴라로 촬영한 상황들을 고려한다고 해도 계속 부족한 부분이 보여요. 그런데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GQ 그럼 관객 입장에서는요?
TO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이 “재밌다”, “유태오답다”, “창의적이다”라는 이야기들을 해줬는데 사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영화는 일단 재밌어야 하거든요. 재미없으면 못 견디는 편이에요. 하하.

GQ 축하할 일이 하나 더 있죠?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어요. 그것도 무려 주연으로요!
TO 할리우드는 늘 꿈이었죠. 기대되고, 흥분되고, 아직도 정말 꿈속에 있는 것처럼 묘해요. 그런데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요. 한국 배우로서, 더 크게는 할리우드에서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한국 대표 배우로 서게 되는 거니까. 책임감이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지각하지 않고, 현장에서 대사 잘 외우고. 코로나도 조심해야 해서 항상 혼자 있어요.
GQ 몇 년 전, <지큐> 인터뷰에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 있어요. 독일과 대한민국에서 모두 ‘교포’로 인식되며 이방인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죠. 그런데 조금 전 대답은 그때와는 좀 달리 들렸어요.
TO 그 사이 교포라는 ‘낙인’이 교포라는 ‘배지’가 됐어요. 3, 4년 사이에 그렇게 됐어요. 참 운이 좋은 사람 같아요. 그 사이 세계가 한국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한국의 문화와 콘텐츠들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니까요.
GQ 3, 4년 동안 얻은 것도, 느낀 것도 많았죠?
TO 얻은 것은 경험이죠. 다양성을 가지고 경험해왔던 감정들이 저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줬어요.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배우에게 굉장한 선물이거든요. 하지만 소속감은 여전한 갈증이고요.
GQ 소속감이라면 정체성 같은 걸까요?
TO 맞아요. 결과적으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예전과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몇 년 전에는 자기 연민에 빠져서 좀 힘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시간들마저 고맙게 느껴져요. 그리고 그건 어쩌면 아티스트의 특권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아티스트들의 숙제라면 끊임없이 고민하고, 표현하고, 창작해내는 과정이니까. 저는 그 시간들을 통해서 성장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얻고 있었던 거죠. 아티스트로서.
GQ 그런데 조금 전에 한국 콘텐츠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거리던데요? 한국을 사랑하는 게 느껴질 정도로.
TO 사랑하죠. 증거도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스마트폰도 갤럭시만 쓰고 있어요. 하하. 사실 예전부터 한국 문화에 대해 커다란 동경 비슷한 걸 느껴왔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왜 세계 사람들은 한국의 많은 매력을 알아보지 못하는지 늘 아쉬웠고요. 그런데 요즘 그런 마음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어서 기뻐요. <기생충>, <오징어게임>처럼 가장 한국스러운 콘텐츠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걸 보고 내 생각이 맞았구나 싶었거든요.

브라운 롱 코트, 보테가 베네타. 베이지 니트, 르메르.

GQ 한국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도’는 어땠어요?
TO 너무 좋았어요. 즐거운 동시에 고생도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느꼈어요. 저는 요리사인 입장에서 아, 요즘 ‘요리사’라는 단어 잘 안 쓰죠?
GQ 하하. 아니면 셰프?
TO 셰프! 무엇보다 셰프 입장에서 고급 식재료를 사용해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어드릴 수 있었던 게 가장 보람됐어요.
GQ 정말 고급 식재료만 사용하던데요?
TO 맞아요. 제주도 고급 식재료라면 흑돼지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셰프 입장에서는 그것도 안 돼요. 하나 더 가야죠. 흑우! 해산물도 이런 식으로 퀄리티를 높였어요. 하하.
GQ 방송 보면서 이건 준비해서 되는 요리가 아닌데, 싶었어요. 보통 내공이 아니더라고요.
TO 사실 부담이 많았어요. 커플마다 좋아하는 음식 취향이 다 다른 거죠. 매일이 미션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제가 제 무덤 판 거나 다름없어요.
GQ 왜요? 책임감 때문에?
TO 허세 때문에요. 제가 제작 미팅 때 다 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 아 참 괜히 욕심을 내서. 하하.
GQ 곧 연말이에요. 크리스마스 때 직접 다이닝 테이블을 차린다면 어떤 요리를 선택할 거예요?
TO 메인으로는 퓨전 고기 요리 하나를 준비하고, 디저트는 무조건 사과에 계피와 설탕을 섞은 레시피면 좋겠어요. 팬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이 좋겠네요. 저에게는 크리스마스의 향이라면 캐러멜라이징된 향과 계피 향, 그리고 사과 향이 한데 어우러진 그런 음식 냄새에 추억이 있어요.
GQ <지큐> 독자들에게 연말 메시지를 독일어로 남겨주셨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TO “나는 당신의 광대고, 당신은 나의 왕과 여왕이다.” 저는 항상 배우를 광대라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역할로 사회를 비추는 직업요. 제가 연기를 통해 사회를 더 잘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커다란 기쁨이 될 거예요. 그런데 그건 배우건, 아티스트건, 화가건, 가수건 마찬가지죠. 모두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GQ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해야 하는데, 준비한 질문 대신 이렇게 물어볼까 봐요. 인터뷰의 마지막 답변은 어떤 말로 끝맺고 싶어요?
TO Stay happy, with love.

*이 콘텐츠는 삼성 갤럭시 S21 울트라로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