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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이라는 사람은 왜 연기를 하고 있나

2021.11.26김은희

조용히, 단정하게, 단단하게. 정해인에게 불가능이란.

위부터 | 블랙 PVD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콰트로 블랙 라지 링 7백만원대, 다이아몬드, 블랙 사파이어, 오닉스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나라 링 가격 미정,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콰트로 블랙 이어 클립 4백만원대, 잭 싱글 랩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 6백만원대, 모두 부쉐론.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주식, 코인, 부동산, 데이트 어플, 중고 거래. 이 중에서 올해 해인 씨가 해본 게 있다면요?
HI 어…, <블루 해피니스> 촬영 통해서 중고 거래는 한번 해봤네요. 개인적으로는 전부 해본 적이 없어요. 다른 게 아니라 할 시간이 없었어요. 2월까지는 <D.P.> 촬영했고, 끝나고 바로 드라마 <설강화> 촬영 들어갔고, 단편 <블루 해피니스>도 찍고. 집에서 눈 뜨면 차 타고 촬영장 가고, 끝나면 다시 차 타고 집에 오고 그랬죠.
GQ <블루 해피니스>를 보다 보니 궁금했어요. 감독이 말하길 이 작품의 시작점이 “요즘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 있고 열광적인지 나열해본 낱말들”이고, 그 낱말에 좀 전의 키워드들이 있었죠.
HI 맞아요. 부동산이라든지, 주식이라든지, 코인이라든지. 그런데 저는 거기에 해당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캐스팅된 것 같아요.
GQ 오히려 거리가 멀어서?
HI 네. 제훈이 형이 저를 염두에 둔 게 그래서 같아요. 사적인 자리에서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하다 “저는 주식 몰라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저를 좀 더 유심히 보시지 않았나 싶어요.

체스트넛 브라운 PVD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옐로·화이트·핑크 골드 콰트로 클래식 엑스스몰 펜던트 네크리스 3백만원대, 부쉐론. 화이트 셔츠, 제이백 쿠튀르.

왼쪽 위부터 | 더블 고드롱 플래티늄 웨딩 밴드 2백만원대, 콰트로 레디언트 화이트 골드 웨딩 밴드 3백만원대, 콰트로 클루 드 파리 링 2백만원대, 콰트로 블랙 스몰 링 5백만원대, 콰트로 레디언트 다이아몬드 라지 링 1천만원대, 콰트로 레디언트 다이아몬드 스몰 링 1천만원대, 콰트로 블랙 라지 링 7백만원대, 잭 트리플 랩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 9백만원대, 잭 트리플 랩 다이아몬드 화이트 골드 네크리스 1천만원대, 잭 6-랩 다이아몬드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 2천만원대, 모두 부쉐론. 화이트 블라우스, 로드 앤 테일러.

위부터 |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콰트로 레디언트 화이트 골드 이어 클립 4백만원대, 블루 세라믹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옐로·화이트·핑크 골드 콰트로 블루 타이 네크리스 7백만원대, 콰트로 레디언트 화이트 골드 스몰 링 6백만원대, 모두 부쉐론. 화이트 셔츠, 제이백 쿠튀르.

위부터 | 콰트로 클래식 스몰 싱글 클립 이어링 3백만원대, 네크리스로 연출한 잭 다이아몬드 6-랩 옐로 골드와 잭 다이아몬드 싱글 랩 옐로 골드 각 2천만원대, 1천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스몰 링 9백만원대, 콰트로 레디언트 옐로 골드 라지 링 4백만원대, 모두 부쉐론. 화이트 재킷, 블라우스, 모두 로드 앤 테일러. 블랙 팬츠, 앤 드뮐미스터 at 아데쿠베.

GQ <블루 해피니스>는 ‘제훈이 형’ 이제훈 배우가 처음으로 감독으로서 연출한 작품이죠.
HI 맞습니다.
GQ 이제훈 씨가 감독으로서 시나리오를 쓰기에 앞서 처음부터 적어두었다고 한 키워드가 또 하나 있는 걸로 아는데, 해인 씨도 아시죠?
HI 하하하하.
GQ ‘정해인’.
HI 맞춤형 대본이라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GQ 시나리오를 쓰면서 “정해인의 모습, 얼굴, 말투, 행동을 머릿속에 입히고 써내려갔다”더군요.
HI 참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럽죠.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따라오는 거니까.
GQ 우선, 이제훈 배우와 작품에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친해지게 된 거예요?
HI 몇 년 전에 상암동에서 열린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직관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인사하게 됐는데 그 뒤로 자연스레 친해졌어요.
GQ 우연히 만나서 나눈 인사가 길어진 걸 보면 그럴 만한 교집합이 있는 것 아닐까요?
HI 제가 느끼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교집합 같아요. 가진 에너지도 비슷한 것 같고.
GQ 제훈 씨도 얼마 전 <지큐>와 인터뷰 나누었는데 일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 같더라고요.
HI 엄청. 장난 아니에요. 일터에서 만나는 제훈이 형, 좀 궁금해요. 배우 대 배우로서 만나보고 싶어요. 사적으로 만났을 때와 일터에서 만났을 때 다른 사람이 있잖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제훈이 형은 공과 사가 확실한 사람이에요. 정확한 사람.
GQ 그런 점도 교집합 중 하나라고 들리네요.
HI 저보다 더 섬세한 것 같아요. 이번에 형이 감독으로서 이끄는 현장을 경험해보니 저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배우에게 굉장히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아무래도 본업이 배우이다 보니까 배우의 입장을 더 잘 알고 다가와 주더라고요. 뭐랄까, 플레이어 입장에서 얘기해주니까 이해가 더 잘됐죠.
GQ 그런데 또래 배우잖아요. 또래 배우가 본인 제작사도 차리고,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작품을 연출하고, 배우와는 또 다른 행보를 곁에서 보면 자연스레 자극이 될 것 같아요.
HI 선배님이 그런 좋은 본보기를 보이면 후배들은 그에 대해 당연히 존경심이 생기고,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그 자극이 경쟁심이라든지, 질투라든지, 그런 자극은 아니에요. 물론 현대 사회가 경쟁 사회이긴 하지만 그냥 ‘멋있다’ 싶은? 좋은 방향성을 제시해준다고 생각해요. 젊은 배우가 그렇게 한다는 건 새로운 도전이고 참 멋진 일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주는 자극이 분명히 있죠. 그리고 일단 연기,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참 멋있잖아요.

위부터 | 화이트 세라믹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옐로·화이트·핑크 골드 콰트로 화이트 스몰 링 9백만원대, 콰트로 화이트 타이 네크리스 7백만원대, 콰트로 레디언트 화이트 골드 스몰 링 6백만원대, 화이트 세라믹을 세팅한 옐로·화이트·핑크 골드 콰트로 화이트 라지 링 6백만원대, 모두 부쉐론. 블랙 수트, 커머번드, 모두 제이백 쿠튀르.

위부터 | 다이아몬드, 머더 오브 펄, 쿼츠, 차보라이트, 블랙 사파이어, 핑크 래커를 세팅한 블라디미르 르 샤 옐로·화이트 골드 라지 링 9천만원대, 옐로 골드 세뻥 보헴 L 브로치 2천만원대, 모두 부쉐론. 블랙 벨벳 재킷, 블라우스, 타이, 모두 로드 앤 테일러.

위부터 | 다이아몬드, 차보라이트, 머더 오브 펄, 쿼츠, 블랙 사파이어, 핑크 래커를 세팅한 블라디미르 르 샤 화이트 골드 미디엄 링 6천만원대, 다이아몬드, 그린 마노, 차보라이트, 블랙 사파이어, 핑크 래커를 세팅한 블라디미르 르 샤 옐로·화이트 골드 펜던트 네크리스 3천만원대, 모두 부쉐론. 블랙 레더 재킷, 막시제이. 화이트 셔츠, 8 by yoox.com.

왼쪽 위부터 | 콰트로 레디언트 화이트·옐로 골드 이어 클립 3백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스몰 싱글 클립 이어링 3백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엑스스몰 싱글 클립 이어링 2백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타이 네크리스 라지 1천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라지 링 1천만원대, 클루 드 파리 핑크 골드 웨딩 밴드 2백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스몰 링 5백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다이아몬드 웨딩 밴드 6백만원대, 모두 부쉐론. 플리츠 타이 장식 블랙 수트, 제이백 쿠튀르.

GQ 배역을 벗어나 마주하는 정해인은 어떤 사람일까, 이제훈 감독이 머릿속에 입히고 써내려갔다는 정해인의 모습, 얼굴, 말투, 행동이 어디에 묻어났을까 생각하며 <블루 해피니스>를 감상해봤어요. 이거겠다 싶은 지점이 몇 개 있더라고요.
HI 어느 지점요?
GQ 하나는, 여자친구가 드디어 함께 살게 되어 좋다고 하는 말에….
HI 되게 현실적인 얘기하잖아요.
GQ 월세, 가스비, 전기세, 관리비 다 절반이라서 좋다고 답하죠.
HI 그런데 저도 그래요, 정말. 현실적인 얘기를 먼저 해요. 뭐랄까…, 감상적인 얘기에는 공감이 몇 박자 늦더라고요.
GQ 무드 브레이커예요?
HI 실제로.
GQ 눈치가 없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HI 눈치는 되게 빨라요. 눈치는 되게 빠른데 뜬구름 잡는 얘기나 추상적인 얘기보다도 현실적인 얘기들, 현실적인 일을 해결하는 얘기들, 오늘과 당장 내일에 관한 얘기들, 이런 걸 좋아해요. 건설적인 얘기. 미래지향적인 얘기.
GQ 이미 찬영(극 중 정해인의 배역 이름)과 비슷한 점이 나왔네요.
HI 비슷한 면이 아주 많았어요. 그 사람이 지닌 기본 가치관, 인생관 같은 게 특히.
GQ 해인 씨가 느낀 찬영의 인생관은 뭐였어요?
HI 열심히 사는 것. 하루하루 노력하고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걸 인정해주지 않을까, 그럼 됐다 하는 것. 그리고 요행 바라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GQ 그랬던 찬영이 주식 투자를 하고 매일 그래프만 들여다보며 전전긍긍하잖아요.
HI 전 안 그래요. 만약 제가 주식을 한다면 전 묻어두고 잊는 스타일일 거예요. 왜냐면, 그 오르락내리락하는 변화에 내 삶이 영향받고 싶지 않아요.
GQ 극 중 찬영이 자주 들은 말이 무엇인 줄 아세요?
HI 거기까진 생각 못 해봤는데. 궁금하네요.
GQ “아유, 이 순수한 놈. 넌 변한 게 없냐.”
HI 하하하하하, 나중에 형한테 물어봐야겠어요. 나한테 한 말인지.
GQ 그런데 비슷한 맥락으로, 정해인 배우와 함께 작업한 감독님들이 하는 말이 있어요. 특히 <D.P.>의 한준희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표현이 와 닿았는데 “정해인이 가지고 있는, 멜로 속에 스치는 융통성 없어 보이는 얼굴” 덕분에 작품이 빛을 발했다고 하더군요.
HI 푸흐흐흐흐.
GQ 처음 들어요? 현장에선 감독님들이 아무 말 없던가요? <유열의 음악앨범> 정지우 감독은 “정말로 정직한 사람 같다. 능수능란하게 위장하고 꾸미는 게 잘 안 되는 사람”이라던데요?
HI 융통성이 없는데 조금씩 키우려고 하고 있어요. 융통성이 너무 없으면 힘들어요, 많이. 많이 다치고. 융통성이 좀 있어야 해요.
GQ 그 말이 싫어요? 정해인이라는 사람을 꿰뚫어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표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HI 싫지 않죠. 너무 좋은 말이죠. 맞는 말이기도 하고. 정직…, 저는 일에 대한 소신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일에 임하는 자세. 데뷔 초부터 저한테 스스로 계속 던지는 질문인데 ‘정해인이라는 사람은 왜 연기를 하고 있나’, ‘왜 이쪽 일을 하고 있나’, ‘왜 계속하고 있나’, 이 질문을 계속 던져요. 스스로에게. 결국에는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해서거든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봐주시는 분들이 같이 행복을 느끼면 좋겠고,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결국 혼자 하는 일이 아닌 거죠. 그 행복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게 있어요.

다이아몬드, 차보라이트, 그린 마노, 블랙 사파이어를 세팅한 블라디미르 르 샤 화이트 골드 펜던트 네크리스 3천만원대, 부쉐론.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콰트로 레디언트 이어 클립 3백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엑스스몰 싱글 클립 이어링 2백만원대, 콰트로 클래식 스몰 싱글 클립 이어링 3백만원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콰트로 레디언트 이어 클립 4백만원대, 모두 부쉐론. 블랙 재킷, 로드 앤 테일러.

왼쪽 위부터 |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깃털 모티프 플륌 드 펑 스몰 링 1천만원대, 플륌 드 펑 라지 링 5천만원대, 플륌 드 펑 네크리스 7천만원대, 모두 부쉐론. 블랙 롱 코트, 블랙 팬츠, 모두 앤 드뮐미스터 at 아테쿠베. 화이트 셔츠, 노이어. Layered - Steel Zinc Chair Series, 2018 황형신.

위부터 | 레드 세라믹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옐로·핑크 골드 콰트로 레드 다이아몬드 스몰 링 9백만원대, 콰트로 레디언트 핑크·화이트 골드 웨딩 밴드 7백만원대, 레드 세라믹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옐로·핑크 골드 콰트로 레드 미니 링 펜던트 네크리스 4백만원대, 콰트로 레드 타이 네크리스 7백만원대, 모두 부쉐론.베이지 셔츠와 팬츠, 모두 드보 at 무이.

GQ 뭘까.
HI 자존감. 버티는. 다들 그렇겠지만.
GQ 자존감과 버틴다. 자존감으로 버티는 건가요? 지금 해인 씨의 자존감은 0부터 100까지의 수치 중 어느 정도인데요?
HI 촬영을 하면 한 50에서 40?
GQ 생각보다 낮네요?
HI 그렇죠. 왜냐면 늘 벽에 부딪히고, 어렵고, 제가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게 돼요. 부탁하고, “어떤 게 좋은 것 같냐” 물어보고, 주변 배우들과 동료들에게 어렵다, 도와달라 그러고. 제일 많이 하는 대상이 감독님. 감독님한테 늘 SOS 하죠. 그렇게 해서 결과물이 잘 나오면 좋은 거니까. 같이 만들어서 잘 나오면 좋은 거니까.
GQ 그렇게 물어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존감이 낮으면 자기 안에 갇히기 쉽잖아요.
HI 그건 자존심 때문 같아요. 저는 그런 자존심은 없어요. 물어봤을 때 내가 후져 보이진 않을까, ‘뭐야, 그것도 몰라?’라고 여기진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걱정에 대한 자존심은 없어요. 모를 수도 있지. 잘 못할 수도 있지. 그러면 잘하는 사람한테 “알려주세요” 하고 배워서, 도움받아서, 잘하면 되는 거잖아요. 물어보지 않는 게 더 어리석다고 생각해요.
GQ 40~50 수준의 자존감이라기에는 상당한데요?
HI 지금은 촬영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100입니다.
GQ 정해인의 2021년 키워드를 뽑아본다면요?
HI “열일”,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GQ 새로운 도전이라는 건?
HI 전부. 매일이 늘 새로운 도전 같아요. 매 작품마다, 매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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