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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무조건 GT

2021.12.09신기호

포르쉐 DNA의 핵심인 GT 시리즈를 타고 트랙을 누볐다.

이른 아침, 노면이 살짝 젖은 상태에서 트랙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운전한 차는 포르쉐 카이엔 터보 GT였다. 솔직히 이 순간까지 즐거울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비 오는 트랙에서 무게 2200킬로그램에 가까운 SUV를 타고 새로운 것을 느끼기란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포르쉐 SUV 중 가장 고성능이라고 해도 이렇게 빨리 코너를 돌파할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최고출력 650마력을 발휘하는 V8 터보 엔진에선 토크가 쏟아지는 듯 힘을 뿜어냈다. 더 놀라운 건 네 바퀴에 안정적으로 걸리는 접지력이었다. 코너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뛰어들어도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버텼고, 불필요한 롤링이 거의 없었다. 머리가 띵했다. 매섭게 달리는 카이엔 터보 GT 앞에는 718 카이엔 GT4가 달리고 있었다. 운전석에서 느낀 GT4는 생동감이 넘쳤다. 안정적으로 출력을 토하는 4.0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운전자 바로 뒤에서 차를 강력하게 떠밀었다. 그리고 마주한 코너에선 모든 타이어에 접지력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순간이 이렇게 즐거운 차는 드물다. 코너의 입구부터 끝까지 드리프트로 탈출하며 미소를 지었다. GT4의 앞에는 포르쉐 DNA의 중심인 911이 달리고 있었다. 새파란 차체, 커다란 리어윙을 달고 엄청난 배기음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GT3였다. GT3를 운전하며 느낀 건 두 가지다. 운전자가 입력하는 대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실행된다는 것. 510마력을 발휘하는 엔진과 달리 균형감이 뛰어나 다루기가 쉽다는 것이다. 911 GT3는 한마디로 완벽한 차였다. 꼭 트랙 주행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선망의 대상으로 볼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

    콘텐츠 에디터
    신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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