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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가필드 "모든 자격은 내가 형성하기 나름이니까요"

2022.01.19GQ

앤드류 가필드는 영혼이 담긴 자신만의 언어로 할리우드에서 끝없이 ‘고민다운 고민을 하는’ 가장 훌륭한 배우 중 하나로 성장했다.

베스트, 터틀넥, 모두 프라다.

“사실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건 없어요. 모든 자격은 내가 형성하기 나름이니까요.”

코트, 셔츠, 팬츠, 모두 더 로우. 슈즈, 크리스찬 루부탱. 네크리스, 반지, 모두 데이비드 율만.

스파이더맨이 재밌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아니, 토비 맥과이어의 빨강 파랑 히어로 복장을 시작으로, 톰 홀랜드까지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두 편이나 스파이더맨으로 분한 건 근사했다. 하지만 앤드류 가필드가 견딜 수 없었던 건 스파이더맨으로 지내면서 파생된 다른 모든 것이었다. 2012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출연에 합의하기도 전에, 가필드는 이 일이 자신을 공인으로 바꾸고 삶을 뒤집을 것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승낙했고, 이후 조금씩 스파이더맨 역할이 자신의 삶을 소모하는 것을 큰 패닉 상태에서 지켜보았다. 2013년 두 번째 스파이더맨을 촬영하면서, 앤드류 가필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에게 쏟아진 돈과 명성, 관심 등이 과하게 느껴졌다. 스파이더맨 팀과 앤드류, 당시 상대역이자 연인이었던 엠마 스톤까지, 모두 파파라치의 표적이었다. 발을 땅에 단단히 붙여야 할 긴박함을 느꼈다.
트라이베카의 초밥 체인점 노부에 앉아 있던 중 ‘유명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 이런! 정말 웃기죠.” 그가 털어놓는다.(지금은 웃어넘기지만 당시엔 심각했다고 말한다.) 정신적인 보호막의 일종으로 가필드는 신화학자인 마이클 미드Michael Meade의 책에 빠져들었다. “그건 소명, 영혼, 운명에 관한 거예요. 자신에게 진실하게 사는 걸 의미하죠.” 식당에서 미드의 책을 읽다가 현재의 커리어가 오히려 자신의 삶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다는 그는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미드가 여는 남자들만의 연례 캠프에 등록했다.

코트, 아미리. 스웨터, 폴스미스. 팬츠, 드리스 반 노튼. 부츠, 그렌슨.

몇 달 후, 가필드는 렌터카를 몰면서 황무지로 향하는 긴 도로에 들어섰다. 휴대 전화 서비스를 모두 차단한 90명의 낯선 남자들과 함께 6일간 숲속에서 지내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이 바로 자신이 찾던 것이었다고 앤드류는 말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뛰어들어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증명하기 시작했어요. 90명의 남자 중에는 진짜 엄청난 하드코어 말종도 있었죠. 그렇지만 전 모든 게 다 좋았어요.” 유명세를 떨쳐버리고 진짜 앤드류가 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누가 되고 싶은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또 다른 남자였다. 계속되는 자기 탐색의 성향은 가필드가 젊은 시절 경험한 영국 연극계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연기가 일종의 더 높은 힘과 소통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년 같고 성실한 그는 극장을 “가장 살아 있는 곳이고, 이 땅에서 내가 해야 할 것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리 오랫동안 극장에 머무르진 못했다. 잘생기고 매력적이며 흥미로운 그는 빠르게 TV와 영화 출연을 예약하기 시작했다. 관객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가장 통찰력 있는 에이전시에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순식간에 폭발했다. 2010년 <소셜 네트워크>에 그를 캐스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몇몇 배우의 경우 아주 적은 시간이나 노력만으로도 관객과 관계를 형성할 수가 있죠”라고 말한다. “보는 즉시 감정적으로 휘말립니다. 하지만 그건 학습된 트릭이 아닌, 기적의 재능이죠.” 앤드류의 친구 로라 던은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지진과 같은 정직함과 순수함을 지녔어요. 동료 배우로서 그와 일하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
던과 앤드류 가필드는 ‘스파이더맨’이 마무리될 무렵, 독립 영화를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 던과 함께 캣 스티븐스와 존 프린의 음악을 들으면서 캘리포니아 1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가끔씩 앤드류에게 아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육아 조언을 구하기까지 한다. “그는 항상 진심을 담아 얘기를 하고, 이런 식으로 얘길 해줘요. ‘워, 잠시 진정하세요. 지금은 자신을 찾거나 잃어버릴 수 있는 순간 중 하나예요. 그걸 발견하는 순간에 동참해줄게요.”’
가필드는 기계적인 유명세에서 벗어나려 애써왔기 때문에, 또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것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 그는 <타미 페이의 눈>에선 부도덕한 흑역사로 가득한 짐 배커 목사로 등장하고, 뮤지컬 <렌트>에서는 작가로, 제작자 조나단 라슨의 일대기를 그린 <틱, 틱… 붐!>에선 라슨으로 분했다. (린마누엘 미란다의 감독 데뷔작이다.)

카디건, 셔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링, 버나드 제임스.

가필드는 “배커의 지저분한 정신 세계에 사는 건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배우로서 제가 겪은 가장 큰 경험이었어요.” 라슨의 역할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그를 시험했다. 앤드류는 연극은 경험했지만 뮤지컬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촬영 전 1년 반을 준비했고, 미란다에게 노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확신했다. 물론 라슨처럼 노래하는 걸 배우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미란다는 “작곡가들은 좋든 나쁘든 뮤지컬 공연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말한다. “대개 노래를 부르도록 고용한 배우만큼 좋은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다른 종류의 헌신이 있어요. 후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오디션을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죠.” 미란다의 표현 대로, 가필드는 원초적인 가창력을 기르고 이 가사를 생각해낸 사람처럼 노래를 불러야 했다. 몇 달간 노래 수업이 이어졌다. “그냥 방 안에서 정신이 나간 상태였어요.” 재밌는 건 “노래를 배우는 것이 실제로 노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고 그는 덧붙인다. “라슨처럼 목소리를 어떻게 내는지, 음정에 도달하고 음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어요. 양파 껍질을 벗기듯 목소리를 열어라! 기본적으로 하나하나씩 층을 벗겨가면서 목소릴 자유롭게 하는 것이죠.”
라슨을 연기하면서 가필드는 해방되었다. 이 영화는 그가 <렌트>를 쓰기 전, 머릿속에서 찰칵거리는 소리들, 그러니까 채워지지 않는 잠재력에 대한 고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앤드류 가필드는 라슨의 모든 것을 연기하기 위해 머리카락과 팔꿈치 그리고 목소리를 사용한다. 그에게도 오랜 갈증처럼 느껴졌던 더 깊은 아이디어에 접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미란다는 “앤드류 가필드가 조나단 라슨이라는 적수를 만났다”라고 표현한다. “이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조나단 라슨은 실존적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그 응답을 곡으로 쓰는 사람이었어요. 질문 하나를 던지자면, 여러분은 1년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들에게 1년의 측정 기준은 52만5천1백 분이에요. 매 순간을 매달리는 이런 정신이 나에게 중요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는 방법이죠. 앤드류 역시 이 점에서 동질감을 발견했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런 종류의 과정이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끊임없는 정신적 추구가 나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알아요. 일과 그 밖의 모든 면에서요.” 앤드류는 얼마 전 어머니를 잃었고, 죽음은 이런 확신을 더 깊게 만들었다. “덧없는 본질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이런 인식이 오히려 삶에 의미를 부여하죠. 모든 일의 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되짚는 것이 제가 관심을 느끼는 유일한 거예요.”

블레이저, 팬츠, 모두 위니. 블랙 톱,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구두, 펜디. 네크리스, 데이비드 율만.

그래서 최근의 상황이 위태로워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영혼의 재정비를 위한 과정에서 스파이더맨을 들춰내는 건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끊임없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가 새로운 스파이더맨이냐고 물어왔다. 하지만 2018년 이후 가필드는 스파이더맨으로 일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하지 않는 것이 더 편할 때가 많았다. 런던에 있는 집을 개조해 지하실을 일종의 미니멀리즘 선실로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앤드류는 수영도 하고, 연습도 하고, 목공예도 만든다. 이 모든 건 그가 연예인으로서 다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서였다.
“그때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어머니를 잃고 나서 모든 것이 완전히 재정렬되는 것처럼요. 완전히 다른 음영, 질감, 컬러를 띠게 되었죠. 내면도 달라지고 맛도 다르게 보고, 청각과 후각도 다 달라졌어요. 아무것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만난 적은 없지만, 많은 걸 알고 있는 새로 형성된 사람들이에요.” 연극에서도 그렇지만, 스파이더맨 역시 인생을 바꾸는 상호작용이 있었다. “좋은 문학 작품을 읽을 때면 작가가 손을 뻗어 ‘나도 그래’라고 말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세상 일이 너무 밝고 시끄러워서 외딴 느낌이거나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 때, 하루의 끝에 구심점이 되어주는 건 이런 것들이죠.”
앤드류는 “다른 모든 것을 참아내는 이유”라고 말한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실존적 불안이 사라지면, 갑자기 자신의 소속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갑자기 내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다는 것도 기억나고요. 사실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건 없어요. 모든 자격은 내가 형성하기 나름이니까요. 우린 여전히 여기에 있고, 여기 있을 만한 존재론적 의미를 찾아내죠. 그래서 ‘나’로 온전히 있을 수 있는 겁니다.”

    Writer
    Sam Scgube
    Photographer
    Katie Mccurdy
    Stylist
    Mobolaji Dawo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