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의 죽음 | 지큐 코리아 (GQ Korea)

빙하의 죽음

2022-04-04T21:31:14+00:00 |tech|

첨예한 테크놀로지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추웠던 전쟁터에서 이제는 녹아내리는 빙하와의 현대 전투를 돕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 변화는 수천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자연의 섭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자연이 만드는 주기를 붕괴시켰다. 요즘 카사로토는 좀 더 최근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름 끼치는 유물과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일 년에 적어도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아니면 신체 일부라도요.”

빙하학자 크리스티앙 카사로토가 트렌티노 빙하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빙하학자 크리스티앙 카사로토 Christian Casarotto가 해온 어떤 과학적 트레이닝에도 시체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제일 먼저 다리부터 찾았어요.” 카사로토가 말을 시작한다. “살은 남아 있지 않고 관절은 분해되어 있었지만 바지 조각과 부츠에 뼈가 들어 있었죠.” 또 다른 날은 오스트리아-이탈리아 국경 근처 빙하 조사 현장에서 이탈리아 트렌토의 국립 과학 박물관 MUSE 동료들과 함께 아직 머리가 붙어 있는 완전한 형태의 사람 몸통을 발견했다. 상체엔 그레이-그린 컬러 옷 조각이 달라붙어 있고 녹슨 투구가 젊은 남자의 두개골을 반쯤 덮고 있었다. 약 1세기 전, 현재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Trentino-Alto Adige로 알려진 지역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였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이탈리아와 제국 군대 사이의 고지 점령을 건 싸움에서 약 1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얼어 죽을 정도의 온도, 깎아지른 지형, 그리고 추후 적에게 노출될 수도 있다는 위험 때문에 많은 병사가 그들이 쓰러진 곳에 그저 버려지거나 빙하 사이 크레바스를 무덤 삼아 매장됐다. 지구의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한때 프런트 라인이었던 빙하까지도 녹아내리는 중이다. 세계적인 온난화는 빙하 속에 있던-얼음으로 인해 섬뜩할 정도로 잘 보존된-사람들을 발굴하고 있다. 1백 년 이상 그 병사들을 둘러싸고 있던 천연 무덤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카사로토는 트렌티노의 빙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20여년을 보냈다.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평균 기온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 지금, 그는 이 고대 얼음으로 만들어진 강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이를 ‘딥 타임’이라고 부른다. 빙하 시대. 에포케. 지질 시대.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 변화는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자연의 섭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자연이 만드는 주기를 붕괴시켰다. 요즘 카사로토는 좀 더 최근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름 끼치는 유물과 마주치는 경우가 많다. “일 년에 적어도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아니면 신체 일부라도요. 손이나 다리, 그런 것들요.” 아직 새벽 6시도 안 된 시간, 나는 트렌티노 북쪽으로 가 카사로토의 MUSE 차량 안에서 그를 만났다. 6월의 태양열은 벌써 공기를 거의 20도까지 올려둔 상태였다. 검은 머리는 까치집을 짓고 있고 킬킬대는 웃음을 가진 마흔여섯 살의 남자는 운전하는 내내 활기 넘치게 말을 건네고, 연설 중간중간 “판타스티코!”라고 양념을 치거나 때로 어떤 요점을 강조하느라 양손을 운전대에서 떼기도 했다.
빙하의 양호도를 측정하는 핵심 척도는 ‘질량 균형’이라고 카사로토는 설명한다. 이것은 새로 형성된 얼음의 ‘축적’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얼음이 녹는 ‘융삭’ 차에 관한 것이다. 새 얼음은 많은 눈이 축적되었을 때 천천히 압축되면서 빙하 상태로 변하는데, 그 중간 단계가 ‘만년설’이다. 축적된 것보다 녹은 얼음이 더 많다면 빙하의 질량 균형은 마이너스(‘음성’이라 표현되어 있으나 마이너스로 의역한다)가 되고, 그 말은 빙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빙하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계속 커지려면 질량 균형은 0보다 큰 숫자로 유지되어야 한다. 카사로토는 설명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겨울에 눈이 많이 오거나 여름에 덜 녹거나. 은행 잔고와 똑같아요. 더 많이 저축하거나 더 적게 지출하는 거죠.” 오늘 우리는 마르몰라다 Marmolada 빙하의 ‘축적’ 지대로 향하고 있다. 여기서 카사로토는 겨울 말미의 질량 균형을 측정할 것이다. 빙하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는 눈의 깊이가 아니라 눈 속에 공기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지난겨울 누적 강설량 속 물의 함유량을 측정하려 한다. 이걸 계산하기 위해 우린 삽을 들고 파기 시작한다. 구덩이가 사람 키보다 더 깊어지면 카사로토는 칵테일 스틱같이 생긴 뭔가를 꺼내 방금 새로 판 구멍의 벽에 눈들의 개별 레이어를 표시한다. 겹겹의 파이 페이스트리처럼 보이는 층층의 눈 레이어는 서로 다른 강수 현상을 나타낸다고 그가 설명한다. 카사로토는 눈 조각 몇 개를 긁어서 플라스틱 슬레이트 위에 올려두곤 확대경으로 다이아몬드의 흠집을 찾는 보석 세공사처럼 한껏 웅크린 채 관찰한다. “여기 보세요.” 카사로토가 상기된 목소리로 뭔가를 건넨다. “오렌지색 층이 보이세요? 지난 2월에 사하라사막에서 날아온 먼지를 흡수한 눈 층이에요.”

관광객들이 마르몰라다의 눈 위를 덮은 ‘담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다음으로 그는 메탈 원통형 도구를 사용해-마치 바닥면만 잘라낸 거대한 와인 병 느낌으로-각 눈 층의 샘플을 약 0.5리터씩 떠서 작은 저울과 연결된 가방 속에 던져 넣는다. 각각의 눈 샘플의 눈의 밀도와 그에 따른 수분 함량이 계산되어 나온다. 그가 늦여름에 측정할 얼음 측정값을 빼면, 연간 빙하 질량의 평균 수치가 나온다. 좋은 겨울이었다. 그는 만족스럽게 뭔가를 기록한다. 중간 밀도의 눈이 빙하 위 약 4미터-0.5리터당 물 160밀리리터-두께로 덮여 있었다. “작년에는 이 수치의 절반이었거든요.” 각 강수량이 늘 다른 것처럼 모든 빙하에는 빙하질에 영향을 주는 특성이 있다. 축적 또는 융삭 속도는 빙하의 표면적이나 경사각, 빙하 아래의 암성 구성을 비롯한 모든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빙하의 내부 역학과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여부에도 영향을 준다. 빙하는 비활성 무생물로 여기지만 세계의 빙하 중엔 하루 최대 30미터까지 이동 가능한 경우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알프스를 포함해 많은 빙하에는 미생물이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카사로토는 부모의 정만큼이나 애착을 가진 주요 빙하 7개의 특징을 묘사하는 걸 즐긴다. 각 빙하는 특징이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카사로토가 연구해온 20년간 연간 질량이 항상 마이너스였다는 것이다. “2013년에서 2014년 사이에 거의 0에 가까워진 적이 한 번 있었고 잠깐 동안 양수였지만 그 기간은 매우 짧았죠. 그리고 지난 15년간은 감소율이 가속화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10년간만 보면 끔찍한 수준이고요.” 가장 긴 시간 동안 질량 균형을 측정해온 빙하, 즉 카사로토가 얼은 시체 일부를 찾아낸 체베달레 Cevedale 산괴의 일부인 카레세르 빙하 Careser Glacier는 그 질량이 특히 가파른 기세로 극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 측정의 역사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꽤 괜찮은 양숫값이 나온 1977년을 마지막으로 1986년까지 내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960년대에는 한 덩어리의 큰 빙하였던 것이 이제는 7개의 작은 조각으로 분리됐어요. 빙하는 움직임을 멈췄죠. 움직이지 않으면 더 이상 빙하라고 볼 수가 없고요.” 7개의 작은 조각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개별 조각의 크기가 1헥타르보다 작으면 빙하 내부의 역학 운동이 중단된다. “7개 조각 가운데 다섯 조각은 이미 멸종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빙하가 죽어버릴 때의 충격은 곧바로 주위 환경에 영향을 주는데,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이다. 산악 빙하는 강수를 얼려 저장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천연 급수탑 같은 역할을 한다. 겨울에 얼어 얼음 상태로 있다가 봄이 되면 물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속도로 방출된다. 이것은 계곡, 평야 아래 개울, 강 그리고 호수로 흘러가는 물의 흐름을 조절한다. 카레세르 빙하처럼 상태가 좋지 않으면 흘러내리는 물의 평균 유속이 단기적으론 증가한다. 그러나 빙하가 새로운 얼음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 이하로 녹아내리면, 장기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흐름이 사라진다. “물을 저장하는 과정 없이 바로 쏟아져 내려오죠. 조절되지 않은 강수는 치명적이에요. 돌발적인 홍수를 일으키기도 하고, 눈사태와 산사태가 자주 일어나죠. 생태계 전체가 뒤집힐 수 있어요. 작은 빙하가 있던 트렌티노 계곡 일부는 물의 흐름이 아예 바뀌어버린 것이 관찰됐어요.” 녹고 있는 산악 빙하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데, 2019년에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감소로 인해 최대 16억 5천만 명의 인류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영국의 브리스톨 대학교 University Of Bristol 빙하학 교수인 젬마 와드햄 Jemma Wadham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향후 수십 년 동안 상당한 인구가 받게 될 영향은 “생명과 생계 그리고 인류의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 또는 그 이상”이다.

SAT의 빙하위원회 위원장 크리스티앙 페라리.

젬마 와드햄 교수는 또한 중국, 인도, 파키스탄의 약 2억 7천만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는 강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며, “인더스강을 예로 들어보죠. 상류의 강물은 대부분 빙하가 녹은 물이에요. 약 2050년부터 양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갑자기 물 부족을 겪게 될 거예요. 아주 위험하죠”라고 짚었다. 그의 최근 저서인 <Ice Rivers>에 이러한 표현이 나온다. “녹아내리는 빙하는 기후 변화의 인도주의적 시한폭탄이다.” 2018년 미국 국무부 전 파키스탄 특별대사 리처드 홀브룩 Richard Holbrooke은 저널리스트 로넌 패로 Ronan Farrow와의 인터뷰에서 인더스강을 유지시키는 빙하가 점차 줄어드는 문제를 계속 무시한다면 “제3차 세계 대전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약 1백50년 역사를 가진 알파인 클럽 SAT(Società Alpinisti Tridentini)의 빙하위원회 책임자인 크리스티앙 페라리 Cristian Ferrari에 따르면, 고산지대 연구에서 더 길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트렌티노에서조차 이 문제를 실제보다 덜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SAT의 본부가 있는 트렌토 중심부, 눈에 띄는 핑크색 현지 석재를 이용해 지은 아름다운 팔라조에서 만난 페라리는 한 세기도 더 전에 그린 수채화와 자료 사진들을 꺼내 대조가 잘 보이도록 나란히 늘어놓으며, 수십 년 동안 이 지역의 빙하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한눈에 비교해 보였다. “20년 정도 후에는 아마 지금보다 제 할 일이 줄어들 것이고, 측정할 수 있는 빙하도 적게 남아 있을 것임을 볼 수 있죠.”
흑백의 오래된 코타크롬 필름 사진을 쭉 늘어놓으니 변화가 무척 확연하다. 그럼에도 페라리는 대중은 물론 정치인에게도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저 이야기하는 것조차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심각성을 알리고 주의를 끌고자 노력하지만 미디어는 다른 재미있는 뉴스가 없는 8월에만 빙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하죠.” 물 공급 이슈가 카사로토와 다른 이들이 이미 지적한 대로 산 바로 아래 도시와 주변 지역은 물론 국가 전체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탈리아는 전력 수요의 약 15퍼센트를 댐에서 생산하는데, 이것은 빙하를 통해 공급되는 수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산업은 특히 이탈리아 전역에서 두 번째로 큰 수력 발전 용량을 보유한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주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D.O.C. 등급의 와인을 생산하는 트렌티노 계곡에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착 품종인 테롤데고 Teroldego나 게뷔르츠트라미너 Gewurztraminer 재배에 안정적인 수원에 의존하고 있다. 또 매년 약 50만 톤의 생산량으로 이 지역 농업 생산량의 약 35퍼센트를 차지하는 사과 재배 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은 관광산업이다. 자연 유산에 크게 의존하는 이 지역의 겨울 관광은 연간 약 1천3백 명의 숙박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이것은 전체 관광 수입의 약 48퍼센트를 차지한다. 한때는 살벌한 전투가 벌어졌던 이 고산지대는 현 시대에 와서 다시 한번 산업적 형태로 다시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머물던 스키 리스트에서 발을 떼고 펠리체 롱기 Felice Longhi와 알레산드로 달도스 Alessandro Daldoss를 따라 프레세나 Presena 빙하의 눈을 딛자, 머리 위 20미터 높이의 산비탈에 설치된 강철 케이블이 떨리기 시작한다. 크레인으로 고정한 케이블에 장착된 ‘피스텐불리 600 스노캣’이라는 윈치(기중기)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12.8리터 메르세데스-벤츠 엔진의 굉음은 더욱 거세진다. 건장해 보이는 5명의 남자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기계 앞에서부터 달리기 시작하자 기계의 불도저 날이 거대하고 놀랍도록 섬세해 보이는 흰 천으로 대체된다.
지금은 파소 토날레 Passo Tonale 스키 리조트의 일부가 된 프레세나 빙하는 과거에 프런트 라인이었다고, 포르테 스트리노 제 1차 세계 대전 박물관(Forte Strino First World War Museum)의 관장인 펠리체 롱기가 설명한다. “케이블카 아래쪽을 보면 아직도 눈 사이로 철조망이 삐쳐 나온 것이 보일 겁니다.” 그러나 현세의 사람들과 지역 사회는 구시대의 전쟁보다 지금의 위협을 더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빙하의 소멸을 막거나 최소한 늦추기 위해 필사적인 후방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파소 토날레의 슬로프와 리프트를 관리하는 업체인 카로셀로-토날레 컴퍼니의 부사장 달도스가 작업을 지시하고 있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금색 미러 선글라스를 쓰고 나이 든 록스타 스타일의 머리를 쓸어 올리며 무뚝뚝한 자기 확신의 자유방임형 사업가 또는 모험가 같은 어투로 말한다. “우리가 처음 이 방식을 시도했을 때 모든 사람이 비웃었어요. 지금은 모두가 이곳에 와서 자신의 빙하 지역에 어떻게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지 배우려 하죠.”

로비아 빙하.

그는 그의 직원들이 6 x 15미터 길이의 지오텍스타일(인공 토목섬유) 스트립의 상단 가장자리를 고정하기 위해 눈 속에 강철 못을 박은 후 소시지 모양의 샌드백으로 옆면을 꾹 누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시트는 달도스 팀이 여름 내내 프레세나 빙하의 얼음 1백만 제곱미터를 덮을 때 사용할 1만 개 이상의 시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장정들은 틈새가 없도록 휴대용 재봉틀로 시트를 꿰매고 마치 실크 뭉치를 다루듯 조심스레 각 스트립을 펼쳤다. 스노캣은 “삐삐삐” 소리를 내며 후진해서 빙하 아래로 내려간다. “카넬로니(파스타로 속을 채운 롤 형태의 음식)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죠. 사실 원리는 완전히 똑같습니다.” 톱텍스 Toptex GLS라는 폴리프로필렌 부직포 펠트 시트는 특수 목적으로 개발한 신소재로 오스트리아 기업인 텐케이트 지오신세틱스가 생산한다. 이 시트는 프레세나 빙하가 여름에 녹아내리는 속도를 늦추고 삭마율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프레세나 빙하를 비롯한 여러 빙하에서 지오텍스타일 시트 사용을 연구해온 밀라노 대학교 University of Milan의 빙하학자 안토넬라 세네세 Antonella Senese에 따르면 그 이면의 과학적 접근은 생각보다 꽤나 간단하다.
2020년 과학 저널 <콜드 리전스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 Cold Regions Science and Technology>에 발표한 안토넬라 세네세의 논문 속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흰색 지오텍스타일은 빙하가 햇빛을 반사하는 능력인 ‘알베도’를 50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오텍스타일의 단열 효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시도해본 것 중 가장 효과적인 지오텍스타일 시트는 현재의 두 배 두께 시트였습니다.” 그가 묘사한 것처럼 빙하를 ‘담요’로 덮는 것과 같다는 설명은 별로 직관적이지 않지만, “빙하의 알베도와 단열 효과 향상은 실제로 빙하가 녹는 것을 최대 69퍼센트까지도 줄일 수 있다”고 세네세는 설명한다. 프레세나에 사용한 지오텍스타일의 영향은 확실히 긍정적이다. 달도스는 휴대 전화 속 사진을 넘겨가며 지난해 여름 말에 시트를 덮은 구역과 덮지 않은 구역 간 차이를 보여줬다. 두 구간이 만나는 지점에는 가파른 낙차가 있었다. “5미터 정도 높이예요. 여기에 올라가려면 사다리가 필요했죠.” 달도스와 그의 팀은 오직 환경 문제 해결에만 동기부여를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지구 온난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건 비즈니스예요. 우리는 그린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미안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린피스 활동이든 비즈니스 결과든, 매년 여름 이 정도의 눈을 저장한다는 것은 프레세나 빙하에는 새 생명이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케사로토의 데이터에 따르면 트렌티노의 모든 빙하 중 질량 균형이 일관되게 흑자 상태를 보이는 곳은 프레세나가 유일하며, 이 수치는 파소 토날레가 시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부터다.
이 괄목한 만한 소득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해발 3천미터의 칼바람이 불어닥치는 빙하 위 경량 방수포 뭉치를 펼치는 설치 작업은 매년 여름 군대식 물류 작업을 필요로 한다. 달도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11명으로 구성된 팀과 두 대의 스노캣이 한 달 반 동안 작업해야 합니다. 물론 날씨에 따라 다르고요. 작년엔 운이 좋았어요. 재작년엔 3일에 한 번씩 비가 왔기 때문에 거의 3개월이 걸렸죠. 폭풍우가 오면 일을 할 수 없으니까요.” 날이 맑은 6월 초순의 평화로운 날에 시트를 설치하는 과정은 비교적 쉬워 보였다. 하지만 달도스는 지금 보고 있는 상단 작업은 쉬운 구간이라고 말한다. “가파른 곳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크램폰(빙하 위를 걷기 위해 신발에 부착하는 도구)을 사용해야 해요.” 달도스는 항상 현지인 인부만 고용한다. 로프를 다루고, 하네스를 걸 수 있고, 고산지대 환경을 아는 사람들 말이다. “그게 자격 요건이에요. 남자들이어야 하고요.” 달도스가 자기 다리 사이에 손을 척 올리며 말한다. 지오텍스타일은 빙하의 소멸을 늦추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이것이 달도스의 무기고 속 유일한 병기는 아니다. 크리스티 앙 카사로토의 은행 잔고식 비유에 따르면, 그와 그의 팀은 시트를 덮는 방식으로 지출을 제한하는 것뿐 아니라, 7대의 거대한 눈 대포를 이용해 꾸준히 눈을 퇴적시킴으로써 수입을 늘리는 방식을 통해 정기적으로 질량 균형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지오텍스타일 담요로 덮인 프레세나 빙하.

인공 눈을 생성하려면 막대한 양의 물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테크노알파인의 가장 효율적인 최신 모델 TR10 팬 건은 표준 무게와 습도의 눈을 생성하도록 설정했을 때 시간당 약 90CBM의 눈을 만들 수 있다.

제설 기기 브랜드 테크노알파인의 제품 매니저 베냐민 포츠.

인공 눈 생성-물과 얇은 공기층이 완벽한 크리스털 결정으로 형성되는 마법-은 대부분의 스키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리조트는 수익성이 높은 크리스마스 기간에 슬로프를 눈으로 덮기 위해 기술에 점차 더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독일어권 지역 일대에 거대한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눈 대포 기기 제조업체 테크노알파인 TechnoAlpin의 본사 건물을 갓 만들어진 눈 결정으로 뒤덮인 모습을 연상시키는 반투명 흰색 유리로 고급스럽게 지은 것을 보면, 이 산업이 얼마나 성장 가능성 있고 수익성이 높은지 반증하고도 남는다. 매장이 있는 층 발코니에 서서 커피를 마시며, 제품 담당 매니저 베냐민 포츠Benjamin Pötz는 이제 막 설립 30년이 된 기업이 연간 2억 5천만 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전 세계 제설 시장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테크노알파인은 최근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위해 눈 대포, 파이프, 펌프 및 인공 호수까지 모든 인공 눈 인프라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수백만 유로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우리는 공장 바닥이 내려다보이는 갠트리를 거닐면서 기술자들이 제트 엔진 같은 장비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지켜보고, 포츠가 날씨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 귀기울였다. “결정 핵 생성기라고 부르는 노즐을 이용해 얼음을 만듭니다. 압축 공기에 소량의 물을 뿌리고 공기가 감압되면 마치 스프레이 캔처럼 순간적으로 차가워지면서 얼게 되는 것이죠.” 결정핵 생성기 주위에는 더 큰 물방울을 분사하는 노즐이 연결되어 있었다. “조금 더 큰 물방울은 방금 만들어진 작은 얼음 위로 뛰어올라 더 큰 결정을 만듭니다.” 포츠가 설명한다. 이렇게 얹어지는 물방울의 크기나 수량을 조절하면 거의 모든 무게의 눈을 원하는 만큼 정확하게 생성할 수 있다. “자연 현상과 동일한 과정일 뿐입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는 있다. 인공 눈을 생성하려면 막대한 양의 물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테크노알파인의 가장 효율적인 최신 모델 TR10 팬 건은 표준 무게와 습도의 눈을 생성하도록 설정했을 때 시간당 약 90CBM의 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초당 10리터의 물과 23KW/h의 전기가 필요한데, 이 수치는 가장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가전제품 중 하나인 전기 오븐 사용량의 약 열 배 정도 수준이다. 기술도 결코 싸지 않다. 모바일 장착용 싱글 모델 TR10로 스키 리조트 하나를 채우는 데 약 5만 유로가 든다. 프레세나와 같은 빙하에서 사용하려면 움직이는 얼음 위에서 마운트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복잡한 추가 장치가 필요하고, 파이프가 구부러지거나 부러질 수 있으므로 추가 유지 관리 비용이 든다.

프레세나 빙하에 담요를 덮고 벗기는 작업팀의 운영책임자 알레산드로 달도스.

“우리는 매년 눈을 만드는 데만 20만 유로를 소비합니다.” 달도스가 설명한다. 그들이 사용 중인 지오텍스타일 시트도 비용이 많이 들긴 마찬가지다. 날씨로 인해 찢어지기도 하고, 열을 흡수하는 먼지가 펠트 안에 끼어 들어가면 알베도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몇 계절이 지나면 교체해야 한다. “시트를 씌우고 벗기는 데 매년 20만 유로 정도가 듭니다. 유지 관리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프로젝트는 50만 또는 60만 유로까지 올라가죠.”
카로셀로-토날레 컴퍼니 같은 스키 리조트 운영 업체의 경우 50만 유로 정도는 연간 비용으로 잡아두기에 충분히 수용할 만한 금액일 수 있다. 그러나 트렌티노 또는 세계 다른 여러 지역의 ‘야생’ 빙하에 사용되는 기술들은 높은 비율로 많은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여기에 설치하는 비용만 20만 유로를 쓴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다른 기계들을 사용하고, 사람을 고용하죠. 예를 들어 트렌티노의 가장 큰 빙하인 아다멜로 전체를 커버하려고 한다면, 그곳으로 이동하는 헬리콥터가 필요하고, 거대한 장비를 빙하로 가지고 갔다가 다시 가지고 와야 하는 방법도 찾아야 하죠. 아마 2백만 유로 이상을 쓰게 될 거예요. 그러면 말이 안 되는 거죠. 너무 비싸져요.”
게다가 환경 비용도 발생한다. 프레세나 프로젝트의 아이러니는 빙하를 저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 집약적 기술이 빙하 소멸의 근본적인 원인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2~3년마다 지오텍스타일 시트를 교체하려면 화석연료로부터 파생되는 폴리프로필렌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눈 대포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양의 전기, 스노캣을 운행하기 위해 태우는 디젤, 그리고 사람들이 험난한 고지대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추가하면 접근 방식의 한계가 명확해진다.
개선 방안도 현재진행형이다. 테크노알파인의 베냐민 포츠는 최근 스위스에서 완전한 수력 발전으로 구동되는 제설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말한다. 풍력발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토넬라 세네세는 더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지오텍스타일을 연구 중이다. 미네랄워터 브랜드 산 펠레그리노가 연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생화학물질을 테스트하고 있어요. 지오텍스타일의 지속 가능한 사용을 위한 규제나 기준이 곧 확립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세네세가 지적하듯 ‘야생’ 빙하에서의 기반 시설 필요성 자체를 없애버리지는 못한다. 장비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굴착과 파괴, 스노캣으로 인한 오염, 이 모든 것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인간의 개입이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의 속고 있는 것을 막는 데 어쩌면, 최소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죠. 유명한 빙하에 지오텍스타일을 덮어두는 것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는 효과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비용은? 살아남은 빙하 부분은 계속해서 보호하고 관리하고 돌보아야 한다. 다음 세대는 한때 거대했던 이 얼음 강의 잔해를 보기 위해 몰려들지 몰라도, 동물원에 갇힌 지구상의 마지막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보다 더 야생성을 잃은 상태가 아닐까?
마르몰라다 빙하를 반 정도 올라갔을 때 카사로토가 목을 축이기 위해 잠시 멈춰 섰다. 일찍 출발했는데도 몸이 익을 듯이 더웠고, 투어용 스키를 신고 베이스에 등반용 스킨을 묶은 채 수직 8백미터의 오르막을 오르려는 분투는 효과적으로 대화를 단절시켰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고어텍스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신소재 스킨이 눈과 부딪치는 “지익 지익” 소리가 전부였다.


더 많이 오를수록 우리의 관점은 바뀌어 갔다. 우리 뒤로 산기슭의 빙하를 이용한 수력발전 시설 페다이아 Fedaia 댐의 깊고 푸른 직사각형이 보인다. 오른쪽에는 사소룽고산맥 Gruppo Del Sassolungo의 상징적인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파사 밸리 Fassa Valley가 열린다. 우리 왼쪽 어딘가에서 개가 짖으며 언덕 위로 향하는 스카이러너의 그림자를 뒤쫓는다. 그것조차 없었더라면, 이곳엔 우리뿐이었다.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췄을 때 카사로토가 손에 쥔 스키 폴로 바위 아래 들어앉은 돌 덩어리를 가리킨다. “저게 제1차 세계 대전 때 만든 케이블카예요. 여긴 오스트리아의 영토였고 그들은 빙하에 얼음 도시를 건설했어요. 12킬로미터에 걸친 얼음 터널을 만들었고, 병원과 예배당, 3백여 명을 수용할 수면 공간이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당연히 빙하의 높이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겠죠.” 카사로토가 돌 덩어리를 바라본다. 잘 모르는 사람 눈에 마르몰라다는 돌로미티 Dolomites의 백미로 알려진 붉은 바위와 흰 눈 그리고 깊은 그림자가 만드는 풍경이 마치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의 환상으로 보였고,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여전히 꽤 많은 양의 얼음과 눈이 해발 3천3백43미터를 뒤덮고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는 분명하다. 이곳의 빙하는 지난 70년간 전체 부피의 거의 80퍼센트를 잃었다. 카사로토는 말한다. “아마 15년, 잘해야 20년 정도 남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빙하학적 용어로 15년 또는 20년이란 거의 찰나, 눈 깜짝할 사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이 길고, 그리고 숨통을 조여오는 빙하의 죽음을 어떤 방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마르몰라다의 파괴로 이어질 화석연료 소비는 빙하들을 먼저 조각으로 부순 다음 훨씬 빠른 속도로 작은 조각을 녹인다. 변화는 이미 시스템 속에 갇혀 있으며, 다수의 연구는 파리 기후협정에 명시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로 제한’하는 목표가 지켜진다 하더라도 세계 빙하의 10퍼센트는 금세기 안에 사라질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장엄한 얼음과 눈은 아마 그 죽음 속에 포함될 것이다. 카사로토의 측정치를 보면, 지난겨울은 마르몰라다에 괜찮은 계절이었지만 한 계절 동안의 좋은 강설량은 빙하를 살리기에 충분치 않다. 사실상 MUSE 모델이 보기에 카라로토가 지금 관리하고 있는 빙하 중 2080년 이후까지 살아남을 것으로 보이는 빙하는 오직 하나, 아다멜로뿐이다. 카사로토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가 그 빙하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완화 치료를 제공하고 있는 의사와 같은 느낌으로 조심스럽게 측정하고 다룬다. 가사로토가 무엇을 하던 간에, 아마 경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다니, 올해는 아마도 긍정적일 것입니다.” 카사로토는 스키에서 스킨을 분리해 차 탈 준비를 하면서 희망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물론, 다가올 여름은 어떨지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