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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 "너는 눈치 보지 말고 너대로 해"

2022.01.24김은희

강혜원이라는 중심.

스카프 디테일 셔츠, 발렌티노. 레더 베스트, 스튜디오 톰보이. 로퍼, 디올. 쇼츠, 양말, 넥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오늘 혜원 씨에게서 어떤 향이 풍길지 궁금했어요.
HW 하필 오늘은 향수 뿌리는 걸 깜빡해서. 보디로션만 발랐는데 향수와 같은 향이에요. 바이레도의 ‘로즈 오브 노 맨즈 랜드 Rose Of No Man’s Land’라고, 장미 향인데 뻔한 장미 향이 아니라 중성적이에요. 그런데 잘 느껴지지 않죠? 지속력이 좀 약해요. 향이 그리 오래 가지 않아요.
GQ 혜원 씨의 유튜브 채널 <강혜원>에서 소장 향수를 소개하는 모습을 보는데 향수 개수도 개수지만, 향에는 복잡한 레이어가 있잖아요. 그 층을 둔탁한 듯 섬세하게 묘사해서 흥미로웠어요. “아주 잘 익어 물렁물렁한 복숭아 껍질 향”, “‘댄스 더 나잇 어웨이’(트와이스 곡)가 들린다”, 이런.
HW 헤헤.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은 포근한 향을 맡으면 머리가 아파요. 달달하고 포근한 향 있잖아요. 어떤 재료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이제는 그런 향은 찾지 않게 돼요. 고등학생 때는 좋아했는데.
GQ 이제는 어떤 향에 끌리는데요?
HW 오늘 바른 그런 향이 좋아요. 시트러스 향도 나면서 머스크 향이 배어 있어요. 진짜 좋아요.
GQ 인터뷰 준비하면서 저는 통도사 갔을 때 맡았던 나무 향이 떠올랐어요.
HW 오, 저 통도사 딱 그 옆에 살았어요.

이어링, 까르띠에.

GQ 경상남도 양산이 고향이죠. 그래서 생각났어요. 유서 깊은 목조 사찰과 울창한 숲길. 나무 향이 스며 있는 공기가 좋았어요.
HW 저는 계곡에 자주 갔어요. 옛날에는 통도사 안에 계곡이 있었어요. 지금은 모르겠는데. 지금은 절 규모도 커지고 입구가 한 방향인데, 예전에는 저희 집 뒤부터 통도사 계곡까지 골목길이 있었거든요. 그 길로 맨날 다녔거든요.
GQ 계곡으로 놀러 다녔어요?
HW 초등학생 때요. 주로 동생이랑 갔어요. 한번은 올챙이를 잡아다 집에서 키우면서 다리가 생기는 과정도 관찰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 개구리가 되어 펄쩍 뛰고 있는 거예요. 다시 계곡에 놔줬어요.
GQ 귀한 추억이네요. 자연 속에서 놀았던.
HW 중학생 때까지 양산에서 살았거든요. 양산이란 동네는 좁아서 서로 다 아는 사이예요. 한 발만 나가도 아는 친구 있고. 하루하루가 정말 재밌었어요. 주말에도 학교에 가고 싶어 했어요.
GQ 그러다 왜 ‘나 서울에 가야겠다’, ‘연예인 해야겠다’ 결심했어요? 무엇이 혜원 씨를 이끌었나요?
HW 처음에는 ‘완전’ 마음에 없었는데 나중에 첫 소속사가 된 회사에서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6개월 정도를 권유하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을까 계속 갈팡질팡했는데 부모님께서 그냥 한번 해 보라고, 해보고 아니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 말씀해주셔서 그 응원에 마음먹었어요.
GQ 먼저 캐스팅 제안을 받았군요? 몰랐어요.
HW 이렇게까지 말한 적은 없어서.
GQ 1년 미만 단기간 연습생으로서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다. 아이돌 강혜원을 소개하는 출발점은 보통 여기서부터죠.
HW 맞아요. 그 전엔 이런 길을 상상조차 못 했는데.
GQ 중학생 강혜원의 꿈은 뭐였어요?
HW 저는 간호사요. 그런데 어떨 땐 사진학과에 가서 사진도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계속 바뀌었어요.

시퀸 카디건, 실크 블라우스, 모두 프라다. 쇼츠, 마린 캡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마침 오늘 동명의 사진가와 만났네요?
HW 그러니까요.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동생이 있는 것도 저와 똑같으시더라고요!
GQ 그런데, 돌아가지 않고 아이돌 강혜원으로 계속 활동한다는 건 해볼 만하단 건가요?
HW 네.
GQ 이렇게 단박에?
HW 하면서 계속 계속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니까. 예전에는 꿈이 자주 바뀌었는데 이 일을 하고 나서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느꼈어요. 내가 즐겁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도 즐겁고.
GQ 대중 앞에 선 초반에는 가수 지망생 맞느냐는 시선도 많았잖아요.
HW 제가 부족했으니까요. 저조차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부족한 걸 알았고,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도전한 거였는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느 포인트에서 저를 좋아해주신 건지. 정말 운이 좋았어요.
GQ 지난겨울 발표한 첫 솔로 앨범 <W>가 그런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HW 왜요?
GQ 전혀 의외잖아요. 과거 ‘뚝딱’거리는 춤선에 불안한 음정이던 강혜원이 솔로 음반을?
HW 프흐흐흐. 부정할 수가 없네.
GQ 그런데 들어보니 음색이 이렇게 단단했나 싶은거죠. 음반을 내는 건 혜원 씨 의견이었어요?
HW 우와, 감사합니다. 네, 뭐, 제가 하기 싫다고 하면 회사에서도 시키지 않으니까요. 제가 먼저 의견을 낸 건 아닌데 회사에서 얘기했을 때 빼지 말고 일단 해보자, 그런 마인드가 컸어요.

데님 베스트, 데님 팬츠, 모두 마쥬. 크롭트 카디건, 펜디. 네크리스, 마마카사르.

GQ 좀 더 본격적으로 노래해보고 싶은 거예요?
HW 뭔가, 노래로 솔로 데뷔를 하고 싶어서 이 앨범을 냈다기보다는, 저는 진짜 처음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아이즈원) 활동하면서 많이 늘었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건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 거예요. 이제야 사람들이 제가 노래하는 모습도 보게 됐고 좋아해주시기도 했는데, 그런. 그래서 회사에서 의견 주셨을 때 팬분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래, 해보자’ 그랬어요.
GQ 과거 아이즈원 무대가 거듭될수록 달라지는 춤 실력에서도 느끼긴 했지만 이번 <W> 트랙들을 들으면서 이런 메모를 했어요. 강혜원이라는 사람에게 필요했던 것은 시간이었구나. 가진 재능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말이죠.
HW 시간도 시간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었기에 할 수 있었어요.
GQ 조용히 자기 자랑 잘하던 강혜원은 어디 갔어요?
HW 진짜로.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내게 뭐라고 하지?’ 이런 마음도 있긴 했어요. 특히 안무 배울 때. 프흐흐.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지금도 (배윤정) 선생님과 잘 지내요.
GQ “내가 할게” 이 한마디에도 힘이 있었다고 봐요. 어려운 미션이 있을 때, 곤란한 상황일 때 혜원씨가 먼저 “내가 할게” 나섰잖아요.
HW 그냥 항상 최선,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면 결국 제가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하는 상황이 최선일 때가 많더라고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저도 행복하고.
GQ 아까도 말했듯 ‘단기 연습생인데 운 좋게 데뷔한’ 케이스로 꼽히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연습 기간은 짧았을지언정 고향을 떠나온 열일곱 살부터 데뷔하게 된 스무 살까지 공백이 있잖아요.
HW 맞아요. 첫 회사에서는 처음 말했던 것과 다르게 데뷔 팀이 갑자기 없어져서 나오게 됐고, 그다음 회사에서도 무언가 잘 안 맞았어요. 그런데 저는 거기에 대해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GQ 어째서요?
HW 그런 성격이 아니어서. 그때는 또 열일곱 살이었으니까 ‘아직 어린데 다시 하면 되지 않을까?’, ‘다시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GQ 아직 어려서 더 불안했을 수도 있잖아요.
HW 제가 사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첫 회사에서 친해진 언니들과 아직도 잘 지내는데, 생각해보면 항상 ‘나는 꼭 큰 회사로 갈 거야’ 이런 마음이 아니라 ‘이 언니가 있으면 앞으로도 나는 계속 버틸 수 있겠다’ 이런 마음으로 계속 회사에 나갔어요. 지금 그 언니는 카페 사장님이 되긴 했지만, 하하하. 하여튼 곁에 좋은 사람이 늘 많았고, 일이 좀 틀어지고 그런 게 제게 큰일은 아닌 것 같아요.

비즈 디테일 뷔스튀에, 스퀘어넥 니트 톱, 모두 구찌. 데님 팬츠, 이자벨마랑.

GQ 카메라 앞에서만 덤덤한가 싶었는데.
HW 제가 좀 매사 무덤덤해요.
GQ 요즘 촬영 중인 웹 드라마 현장은 어때요? 대학교 복학생 역할이죠?
HW 일단 대학교 건물 내부에 들어가본 게 처음이거든요. 되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맡은 캐릭터에 대해 좋아하는 강의를 적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저는 대학을 다녀본 적 없으니까 친구들한테 물어보면서 애들은 이런 강의를 듣고 좋아하는구나 알게 됐어요. 다들 ‘교양’ 좋아하더라고요.
GQ 교양에도 여러 과목이 있잖아요.
HW 모르겠어요. 저도 그래서 “무슨 강의?” 그랬더니 “그냥 ‘교양’이라고 하면 다들 알아” 그래서 “응”.
GQ 하하하, 그게 끝이에요? 또래의 대학 생활이 궁금하거나 조금 부럽진 않고요?
HW 지금도 저는 충분히 행복하니까···, 아! 그건 궁금해요. 과연 내가 대학에 갔다면 매번 A 학점을 받을 만큼 열심히 다녔을까?
GQ 강혜원이 강혜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HW 음···. “너는 눈치 보지 말고 너대로 해. 뒤처리는 내가 할게.”
GQ 이 자리의 강혜원은 눈치 본 적 있는 거예요?
HW 눈치는 아닌데 살면서 망설이게 되는 일이 많잖아요. 그런데 제가 미래에 대해 더 망설였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고, 앨범도 ‘내가 노래 못해서 사람들이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 눈치만 봤다면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이렇게 망설이고 시간 끌다가는 할 수 없는 일이 정말 많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내 선택이잖아요. 망설이지 말고 일단 해봤으면 좋겠어요. 계속 주변만 신경 쓰면 저를 잃게 되는 것 같달까요. 항상 자신을 중심에 두고 다른 것들을 생각하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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