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달리다 보면 결국 중요한 것들만 남게 돼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류승범 "달리다 보면 결국 중요한 것들만 남게 돼요"

2022-03-02T21:23:17+00:00 |interview|

류승범의 마음에 물었다. 지겹지 않은 것, 그래서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플로럴 프린트 플리스 풀오버 40만원대, 데님 쇼츠 가격 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웨스턴 부츠는 에디터의 것.

GQ 아빠가 된 승범 씨, 축하 인사 먼저 전해요!
SB 고맙습니다. 딸은 ‘나엘리’라는 이름을 가졌어요. 정말 많은 분이 나엘리의 탄생을 축복해주셨는데요, <지큐> 인터뷰를 통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GQ 요즘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하루가 가득히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아요. 아니면 되려 육아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요?
SB 진심으로 육아를 하시는 모든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하하! 요즘은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기쁨이에요. 문득문득 스스로를 축하할 정도죠. 가족이라는 커다란 축복이 찾아와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GQ 승범 씨는 요즘 매일이 기쁘고, 감사하고.
SB 맞아요. 부모가 되는 건 삶에 커다란 변화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그 변화가 순간적이라기보다는 매일을 함께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또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생기는 것 같고요.
GQ 아빠가 되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스친다고들 하던데, 승범 씨도 그랬어요? ‘아, 이제 난 이 작은 아이에게 평생 꼼짝 못 하겠구나.’
SB 하하하! 이게 공감이 되니까 저절로 웃음이 나오네요. 그렇죠. 어찌 보면 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꼼짝할 수 없게 만드는 존재가 간혹 필요하기도 하니까요.
GQ 아내와 딸 사이에서, 꼼짝 못 하는 류승범이 쉽게 상상이 되지는 않네요.
SB 에이, 왜요. 모든 아빠가 그렇지 않을까요. 흐흐.

GQ 아니, 요즘에는 틈틈이 트라이애슬론 훈련도 한다면서요?
SB 네, 그런데 레이스가 목적은 아니에요. 몸을 단련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꽤 재밌어요. 요즘은 주로 달리기를 훈련하고 있어요.
GQ ‘훈련’이라는 단어가 꽤 진지하게 다가와서 그러는데, 보통 한 번에 얼마나 달려요?
SB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보통 10~15킬로미터를 달려요.
GQ 와, 훈련 맞네요.
SB 달리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좋아요. 무엇보다 달린 후에 깨끗해지고 맑아지는 상태도 너무 좋고요.
GQ 지금은 슬로바키아에서 지내고 있죠? 동화 같은 나라라고 들었어요.
SB 제가 있는 곳은 아주 작은 도시예요. 나무들이 울울하고, 새와 별이 많은 곳이죠. 도시 전체가 곧 공원인 느낌이에요.
GQ 이야기 들으면서 거기를 달리는 승범 씨를 잠깐 상상해봤어요. 상상할수록 부러워져서 아주 잠깐만.
SB 동네가 좋아요. 인구가 많지 않아서 조용하고요. 집 바로 앞으로는 작은 강이 흐르는데, 강의 색이 자주 변해요. 푸르다가, 어느 때는 또 흙색이고. 거기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어요. 어떤 물고기가 잡히는 지는 모르겠네요.
GQ 좀 더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
SB 오른쪽으로는 작은 언덕 위에 오래된 유럽식 교회가 있어요. 때가 되면 교회는 종을 울리고요. 무엇보다 마을로 진입하면 양쪽으로 펼쳐지는 들판이 정말 멋있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뒷동산에 올라서 그 들판을 내려다보는데, 꼭 바다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해요.

GQ 무례하고 섣부른 생각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승범 씨가 달라졌구나 싶은 거죠. 지금 들려준 생각들, 삶을 대하는 태도들이.
SB 맞아요, 변해가고 있죠. 변화를 추구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GQ 좋은 거죠.
SB 네, 거기에서 새로운 것들을 다시 배우고, 느끼고 또 나아가야죠. 제 몫인 것 같아요.
GQ 잠깐이지만, 다시 파리로 돌아와 며칠을 보냈어요. 촬영 일정이지만 그래도 파리는 여전히 멋지죠?
SB 그럼요. 파리는 매 순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곳이죠.
GQ 파리에서 꽤 오래 지냈던 걸로 기억해요.
SB 파리는 저의 30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예요.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파리에서 보냈죠. 함께 성장했고요.
GQ 승범 씨에게 파리는 도시 이상이겠어요.
SB 맞아요. 제 삶의 흔적이 선명한 곳이니까요.
GQ 파리의 하루 중, 승범 씨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들은 떠올려본다면 어떤 장면들이 있을까요?
SB 너무 많은 시간과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아침에는 갓 구워낸 크루아상과 커피를 마실 때. 혹여나 무료한 오후라도 될까 싶으면, 수많은 예술 작품이 다시 활력을 전해주고요. 친구들과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떨며, 와인 한두 잔 마시다 보면 불쑥 찾아오는 낭만도 있죠. 그건 정말 특별한 낭만.
GQ 멋지네요, 무료할 때면 기운을 주는 예술 작품들이 있다니.
SB 그렇죠? 그곳에서 10년을 보냈지만 아직도 구경 못 한 예술 작품이 넘쳐나요. 그래서 더 있고 싶고, 알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요.
GQ 아내분이 “어릴 적 우린 모두 화가였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죠. 승범 씨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꼭 그림처럼 그려져요. 여전히 그림을 그리죠?
SB 네, 제 딸도 요즘 그림 그리는 것에 흠뻑 빠졌어요. 모두가 함께 그림을 그려요.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아요.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GQ 승범 씨에게 너무 개인적인 질문만 했나 봐요. 작품 이야기도 좀 나누고 그래야 하는데.
SB 하하! 아닙니다. 좋은걸요.

GQ <무빙> 출연 소식을 들었어요.
SB 저도 출연하게 돼서 매우 기뻐요. 배우로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내다 보니까 꼭 시차를 겪는 듯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 중에 만나게 되는 작품들은 더 소중하게 느껴지죠.
GQ 맡은 캐릭터가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라고 들었어요.
SB 입양아 ‘프랭크’라는 인물이에요. 특별한 임무를 받고,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죠. 아, 그런데 이거 이야기주신 것처럼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인 만큼 더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GQ 그다음은 작품으로 만나야죠.
SB <무빙> 대본을 읽는 동안 울컥울컥, 정서를 건드리는 부분이 많았어요. 초능력자들의 비애를 그려낸다는 점도 매우 신선했고요.
GQ 원작 웹툰도 너무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더 기대되고요.
SB 맞아요. 저는 무엇보다 대본을 다 읽고 난 후에 가슴이 따뜻했던 기억이 있어요.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GQ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했어요. 개인적으로 승범 씨의 필모가 흥미로운 건 작품의 양이 많기도 하지만, 출연한 작품이 ‘다양해서’ 더 좋거든요. 승범 씨는 어떤 작품에 욕심이나 기대가 생기는 것 같아요?
SB 욕심과 기대가 생긴다면, 그건 아름다운 것에 생기는 것 같아요. 욕심보다는 기대가 좀 더 크겠네요. 제가 살아가면서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표현할 수 있기를 늘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고요. 이 마음은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해요. 변하지 않았어요.
GQ 같은 질문을 캐릭터로 가져와 물으면 비슷한 대답이 돌아올까요?
SB 본성요. 연기했던 인물들의 교집합은 ‘본성’이었어요. 본성은 글을 통해서도 전해지거든요. 대본이지만, 인간적인 교류 같은 것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프랭크’도 그랬고요.
GQ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문득 가치관을 묻고 싶어졌어요. 승범 씨는 어떤 기준이 있을까.
SB 와우, 가치관이라. 어렵네요. 저는 복잡한 생각을 덜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자주 달리고요. 달리면 많은 것이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달리다 보면 결국 중요한 것들만 남게 돼요.

티셔츠 가격 미정, 릴랙스드 핏 헤링본 유틸리티 팬츠 30만원대, 스트라이프 박서 가격 미정, 뉴스보이 캡 23만원대, 블랙 첼시 부츠 가격 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도트 타이는 에디터의 것.

GQ 그럼 지금 류승범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 가지를 떠올려보면 어떤 단어들이 채집될까요?
SB 건강, 사랑, 나눔.
GQ 왜 이 단어들을 떠올렸어요?
SB 이 세 가지는 평생 함께할 수 있는 거니까. 지겹지 않은 것. 그래서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GQ 분명하네요.
SB 네, 저는 추상적이지 않아요. 보다 구체적인 것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상상만으로 즐거워하는 건 부족하죠.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실천해야 직성이 풀리고요. 같은 이유로 그래서 ‘여행’은 구체적인 사람들이 이끄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GQ 잠깐의 여행이었죠. 촬영 때 찾은 노르망디 해변은 어땠나요?
SB 노르망디는 어딘가 쓸쓸한 면이 있죠. 그래서 정이 더 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