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넘어 이젠 작가의 내면 속으로.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는 연주회장의 소박한 구석 자리에 앉는 걸 좋아했다. 자신 뒤로 아무도 앉을 수 없다는 연유로. 구석진 자리에서 헤세는 오케스트라 화음과 7월 한여름 밤 곤충들의 소리와 관객들의 감미로운 긴장에 몸을 파묻었다. 그러했다고, 헤세가 적어두었다. “헤세가 쓴 모든 글 가운데 음악을 대상으로 한 글”을 헤르만 헤세 전문 편집자 폴커 미헤스가 모아 펴냈다. 슈만의 음악을 들으며, 바흐의 어느 토카타에 부친 사색과 편지와 소설과 일기가 담겼다. 헤르만 헤세의 서정이 흐른다.
<호호호>
창작의 결과에는 어떤 형태로든 창작자의 습성이 묻어 있다 생각한다.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촬영 수칙에 어린이 배우를 존중할 것을 적어둔 것처럼. 일요일의 청소 시간, 새로 산 공책, 좋은 빵 나쁜 빵 이상한 빵 무엇이든, 윤가은이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기록했다. 영화가 싫어지고 자신을 알고 싶어 써내려간 관찰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웃게 하는 모든 것은 영화로 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그는 적었다. 다행이다. 영화계의 인재를 잃지 않게 되었다.
- 피처 에디터
- 전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