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차들보다 존재감이 선명한 자동차 4 | 지큐 코리아 (GQ Korea)

어떤 차들보다 존재감이 선명한 자동차 4

2022-03-15T15:30:44+00:00 |car|

오늘은 환하게 빛나는 밤이고 싶어.

MINI CONVERTIBLE S엔진 → 1998cc 최대토크 → 4600rpm 최고출력 → 192hp 변속기 → 자동 7단 DCT 0-100km/h → 7.1sec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했었나. 잘 달리는 차니까. 겨우 내 구석구석 못 달릴 곳 없이 네 바퀴를 굴려댄 탓에 미니 컨버터블의 몰골은 꼭 한바탕 뛰어 놀다 들어온 개구쟁이 같았다. 운전석에만 앉아서 짜릿한 속도감에 정신을 홀딱 빼앗겨 그새 블랙 톤의 모던했던 범퍼가 회색빛이 되었는지, 볼드하게 굽이치던 실루엣의 입체감은 먼지로 뒤덮여 어디로 갔는지, 무심한 드라이버는 도통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우아한 소프트 톱에 물을 끼얹고 거친 솔질을 할 순 없으니까. 낮은 차체 옆에 나란히 웅크리고 앉아서 부드럽게 먼지를 닦아내고, 왁스를 바르며 번쩍이던 처음을 기억한다. “이 명랑한 컬러가 특히 좋았지.”

 

GENESIS G80 ELECTRIFIED배터리 → 87.2kWh 최고출력 → 272kW 최대토크 → 700 Nm 최대 주행거리 → 472km 0-100km/h → 4.9sec
우아한 세단의 오너는 부지런해야지. 창문에 개구리 발바닥 같은 지문이 쩍, 찍히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얼룩덜룩한 스니커즈처럼 지저분한 타이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며, 빛을 튕겨낼 힘조차 없어 보이는 탁한 그릴과 휠은 차마 볼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 무엇보다 크림처럼 매끄럽고 모래처럼 고운 도장면은 늘 요란하지 않게, 은은한 빛을 잃어서는 안 되지. 중얼중얼, 매뉴얼처럼 하나씩 되새기며 미션을 클리어하듯 길쭉한 세단을 단장한다. 내일 코트 벗을 일이 없더라도 셔츠는 다려 입는 것처럼, 비 소식으로 텅 빈 세차장을 혼자 사용하는 건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일도 아니다.

 

AUDI Q5엔진 → 1984cc 최대토크 → 4500rpm 최고출력 → 265hp 변속기 → 자동 7단 0-100km/h → 6.1sec
터널을 빠져나오자 말끔해진 Q5가 모습을 드러냈다. 솜씨 좋은 바버를 만나 훤해진 얼굴처럼 보닛은 말쑥하고, 올리브색 도장면은 제 빛깔을 찾았다. 샤워기로 휙휙 씻고 나와 물기는 대충 훌훌 털고, 보디로션은 생략한 채로 티셔츠를 척, 주워 입는 남자처럼, 무심한 듯 터널을 통과한 Q5의 다음은 드라이 존이 아닌 출구였다. 남은 물기는 달리면서 말리면 되고, 오랜만에 깨끗하진 바퀴는 어차피 곧 더러워질 테니까. 덕지덕지 왁스를 바르고 앉아 있는 꽃미남 자동차들 사이를 당당하게 빠져나와 퇴장하는 뒷모습은 꼭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속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클리프처럼 쿨내가 진동했다!

 

MASERATI LEVANTE GT HYBRID엔진 → 2000cc + 48v MHEV 최대토크 → 2250rpm 최고출력 → 330hp 최고속도 → 245km 0-100km/h → 6.0sec
커다란 그릴 앞에 떡, 버티고 앉은 마세라티 문장이 관리가 잘된 실버 주얼리처럼 은은하게 빛난다. ‘언제는 저렇게 티 없이 깨끗하지 않았을까’ 시샘하게 만드는 르반떼 GT 하이브리드의 고풍스러운 자태가 오늘따라 더 아름다워 보였다. 까만 밤하늘 아래 선 르반떼는 유독 하얗고 선명해서 조형물 같기도, 또 우주선 같기도 했는데, 아무튼 비현실적으로 빼어난 모습에 홀려 한참을 바라보게 만드는 알 수 없는 매력에 결국 녹다운되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낸다. 어쩌면 환히 빛나는 라이트는 별 같고, 조명이 모두 꺼진 도시는 꼭 밤하늘 같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아니, 무슨 이유가 있겠어. 르반떼라서 그랬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