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샷 전 티 한잔.
감잎차
여름과 겨울을 훌쩍 넘어 아침 이슬 내려앉은 어느 봄가을 아침에 당도한 듯하다. 뜨뜻한 물에 풀자 기지개를 켜듯 펴지는 이파리들, 아지랑이처럼 올라오는 녹색 향에 티없이 높고 푸른 하늘이 떠오른다. 골프장에서 즐기면 좋을 차를 묻자 티컬렉티브 김미재 대표가 감잎차를 내어주었다. 4월 초 경남 하동 감나무에 피는 어린 순만으로 만들어 1년에 단 3일 동안에만 생산되는 차다. “감잎차는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뇌에 공급되는 산소의 양을 늘려 고도의 두뇌 운동인 골프에 적합하게 뇌를 활성화시켜주리라 기대합니다. 또 자몽의 20배에 달할 만큼 비타민 C가 풍부해 선조들은 피부 미백과 여드름 완화를 위해서도 감잎차를 마셨다고 해요. 라운드할 때 필드 위 햇볕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피부 보호에도 좋은 역할을 해줄 거예요. 우려내면 다홍빛을 띠는데, 감잎만의 달콤하고도 구수한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유기농 진저샷
찻잎 한 스푼을 작은 면 주머니에 넣어 카트 안에 달고 다닐까 싶다. 생강, 레몬그라스, 금잔화, 당근, 저기 저 산 아래에서 한 움큼씩 갓 뜯어낸 듯 신선한 향이 찻통을 열자마자 솟구친다. 1백 퍼센트 유기농 재료가 뿜어내는 자연의 향에, 후각만으로도 스트레스로 떨리는 눈 밑이 가라앉는 것만 같다. 덴마크 왕실이 즐기는 공식 차 A.C. 퍼치스 티핸들을 공식 수입, 판매하는 에디션덴마크의 에디터 레일라가 티 샷에 생기를 더해줄 차로 유기농 진저샷을 추천한다. “진저샷은 생강의 알싸함으로 시작해 레몬그라스의 산뜻한 향이 스치고, 감초와 당근의 은근한 단맛으로 마무리되는 티입니다. 따스한 성질을 가진 생강이 몸을 데워주어서 운동 전 워밍업하며 마시기에도 좋고, 염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어 강도 있는 운동 후 느껴지는 근육의 피로를 풀어줄 거예요. 카페인이 없어서 언제 마셔도 부담없는 진저샷과 함께 라운딩의 시작과 마무리를 해보세요.”
빅토리아 그레이
가벼우면서도 상쾌한 맛을 전하는 클래식한 차 실론 홍차를 마실까, 색다른 기분을 내어볼까 고심할 때 빅토리아 그레이를 발견했다. 코발트 블루 알료를 발견한 이슬람 어느 현인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틴을 여는 순간 자잘히 가득 담긴 보라색 콘플라워 잎의 미적 공세에 어쩔 도리 없이 감탄하고 만다. 베르가모트 향을 입힌 찻잎에 감초 뿌리, 라벤더, 콘플라워 잎이 어우러져 풍기는 생기는 봄의 정원이다. 돌돌 말린 콘플라워 잎은 따뜻한 물에 닿자마자 살살 풀려 파랑새처럼 물 위를 떠다니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번뇌가 가라앉는다. 라운드 전 메이트들과 공식 레시피에 따라 한 잔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골프는 라이프타임 베스트 라운드. ‘한소끔 식힌 100도 이하 따뜻한 물에 한 사람당 반 티스푼씩 찻잎을 담고 5분 동안 우린다. 우유를 더해 마셔도 좋고 그러지 않아도 좋다’.
잉글리시 로즈
호사스럽다. 물을 주면 금세 피어날 것만 같은 작은 장미 꽃봉오리들과 곱게 말린 꽃잎이 그득하다. 장미를 두고 꽃 중의 꽃이라 부르는 연유를 이해하지 못했건만, 잉글리시 로즈 찻잎에 코를 박고서야 또 탄복하고 수긍한다. 말려도 고운 윤기가 나는 장미꽃에서는 달큰한 꿀 향이 난다. 유복한 향과 맛에 눈길과 손길이 온화해질 수밖에. 위타드 오브 첼시의 김민석 사업팀장에게도 잉글리시 로즈는 골프의 동반자다. “최초의 꽃차 중 하나인 로즈 티는 수세기 동안 사랑의 상징뿐 아니라 영국 왕족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클래식하고도 세련된, 고급스럽고도 점잖은 골프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며, 특히 장미 향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어 맘대로 되지 않는 샷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줄 것입니다. 40그램의 콤팩트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틴 패키지는 100그램 패키지보다 라운딩 시 가방에 넣기도 훨씬 간편하죠.”
- 피처 에디터
- 김은희
- 포토그래퍼
-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