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누아르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신혜선 "누아르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2022-03-24T17:49:21+00:00 |interview|

바라건대 신혜선이 아닌 캐릭터로, 더 선명히.

진주 베일, 디올. 블랙 톱, 케이트 at 무이.

GQ 남성 패션지 화보는 처음이라면서요?
HS 처음이에요. 그래서 <지큐> 연락 받았을 때 혹시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신 건 아닐까 했어요. 흐흐. 매거진 인터뷰도 정말 오랜만이고요.
GQ 혜선 씨 촬영하는 거 보면서 ‘그래, 처음이 뭐 별건가’ 했어요. 너무 잘하니까.
HS 재밌었어요. 담백하고 깨끗한 콘셉트도 마음에 꼭 들었고요.
GQ 담백한 거, 깔끔한 거 좋아해요?
HS 이렇게 촬영하는 게 오랜만이라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최근에 찍은 화보 대부분이 강렬하고, 컬러풀하고 그랬거든요. 막 눈썹도 빡! 뭔지 알죠?
GQ 그것도 어울렸을 것 같고요. 아무튼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에요. 아니 그래서 혜선 씨는 처음이나 새로움 앞에서 긴장하는 편은 아닌 거죠?
HS 에이, 왜요. 저 걱정이랑 긴장은 달고 사는 편이에요. 낯도 많이 가리고요. 안 믿기겠지만요.

크롭트 재킷, 블랙 보디 수트, 블루 팬츠,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에이,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잘해놓고 원래는 낯가린다, 긴장했다 하면 누가 믿어요. 당연히 안 믿기죠.
HS 그쵸? 히히. 아무튼 저는 뭐든 편안해야 하는 사람인데 막 데뷔했을 때는 전부 불편한 거죠. 낯설고.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일부러라도 편한 모습을 보여주자. 주문도 좀 강하게 걸었고요.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사람이다’ 또는 ‘내가 편하게 다가간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이런 식으로요.
GQ ‘노눈치’, ‘마이웨이’를 위한 마인드컨트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거죠?
HS 비슷해요. 익숙해지니까 그나마 조금 생긴 노하우가 됐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더 편해지더라고요. 요즘은 여기에 한 가지 더 방법이 생겼어요. 현장에 가면 얘기를 정말 많이 해요. 이제 수다쟁이가 다 돼서 아마 주변 분들은 꽤 피곤할 수도 있어요. 정말로요. 헤헤.
GQ 혜선 씨 ‘올빼미’파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것도 엄청난 올빼미요.
HS 오늘은 제가 아침 9시에 집을 나와야 했거든요. 그런데 새벽 6시에 잠들었어요. 아까 메이크업 받다가 조금 졸았어요. 히히. 그런데 대박인 건 오늘 화보 콘셉트랑 내 상태가 너무 잘 맞는 거죠! ‘Lazy day’. 포즈하다 더 리얼을 원하셨음 저 정말 잘 수도 있었어요.
GQ 새벽 시간이 좋아서 늦게 자는 거예요?
HS 저는 새벽이 편해요. 조용해서 집중도 잘되고요. 그래서 대본을 보든, 대사를 외우든 중요한 건 전부 새벽에 해요. 새벽을 좋아한다기보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를 찾아서 하다 보니까 이제는 몸이 적응된 것 같아요.

블랙 니트 톱, 구찌.

GQ 검색창에 ‘신혜선’을 입력하면 첫 번째 연관 검색어로 뭐가 나오는지 알아요?
HS 어쩔티비! 맞죠? 푸하하! 정말, 요즘은 제가 어딜 갈 때마다 아무 맥락 없이 그 소리를 들어요. ‘어쩔티비~’, ‘저쩔티비~’. 저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이렇게까지 많이 봐주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 정도면 뭐 제 인생작이 아닌가 싶을 정도죠. 아, 이럴 거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
GQ ‘어쩔티비’의 인기 속에서 또 어떤 3월을 보내고 있어요?
HS 지금은 영화 <용감한 시민> 촬영하고 있어요. 곧 개봉하는 영화도 2개 더 있고요. ‘어쩔티비’는 잠시 잊고 저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하.
GQ 혜선 씨는 언젠가부터 작품이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저걸 언제 다 찍었을까 궁금하다가도 또 도대체 언제 쉴까 싶고요.
HS 오? 그러고 보니까 “잘 안 쉬는 것 같다”라는 얘기 꽤 들었어요. 제가 작품 하나 끝나면 바로 이어서 다음 작품 들어가는 걸 좋아하긴 하거든요. 아마도 신인 시절 일이 없을 때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워낙 많이 해서 그때의 갈증이 아직도 남아 있나 봐요.
GQ 반대로 제 경우에는 꼭 쉬어야 뭐라도 다시 채울 수 있겠더라고요.
HS 제가 취미가 딱히 없어요. 쉴수록 잡생각만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몸 튼튼할 때 더 많이 하고 싶은데 또 가끔은 살짝 지치긴 해요. 새로운 캐릭터가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연기할 때 보면 아직 내 안에 갇혀 있는 느낌? 환기가 안 된 상태에서 욕심만 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작품과 작품 사이에 스스로 됐다, 싶을 정도의 시간은 좀 만들어두려고 해요.

셔츠, 베이지 팬츠, 모두 로크.

GQ 그럼 쉴 때는 뭐 해요?
HS 저 그동안 못 본 일, 한 번에 다 몰아서 봐요. 그거 아니면 쭉 집에 있어요.
GQ 쉴 때도 작품 하듯 일을 몰아서 보고, 그다음엔 집순이가 되는 거죠?
HS 그러네요? 헤헤. 집에서는 왜 그렇게 시간이 잘 갈까요? 방에 암막 커튼을 쳐 놓는데 그래서 낮인지, 밤인지 구별이 잘 안 돼요. 그럼 무얼 하느냐. 어둠 속 방에는 이제 텔리비전과 저만 존재해요. 누워서 보고, 돌아다니면서 보고. 요즘에는 볼거리가 너무 많잖아요? 저 같은 집순이들한텐 딱 좋은 시대죠.
GQ 배우라는 꿈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졌다고 들었어요.
HS 맞아요. 너무 어렸을 때라 ‘왜?’라는 것도 생각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왜 하고 싶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텔레비전을 보면서 공감되던 감정이 당시에 엄청 선명했나 봐요. 다른 것에서는 그것 이상의 감정을 느껴본 적도 없었고요.
GQ 왜 보통은 어떤 드라마를 보고서, 또는 어떤 캐릭터를 보고서 나도 저런 배우가 돼야지, 하잖아요?
HS 아, 저는 <가을동화>를 보고요. 그때 드라마를 보면서 극 속 인물이 울면 나도 같이 울고, 그렇게 동화되는 감정을 처음 느꼈던 거죠. 그 쪼끄만 애가 감정이입을 어찌나 깊게 했던지 후유증이 생길 정도로 집중해서 봤어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강렬해서 잊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블랙 톱, 스커트, 모두 케이트 at 무이.

GQ 꿈을 실현해보니 어떻던가요? 올해로 데뷔 10년 차가 됐잖아요.
HS 그게 양가감정 같아요.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설레고 그래요.
GQ 여전히 설레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고, 어려운 건 어떤 부분이에요?
HS 내가 어려서 느꼈던 공감이나 동화, 동감과 같은 감정들을 이제는 제가 전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죠.
GQ 작품이 해답이 됐을 때가 있어요?
HS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요. 첫 주연 작이었는데, 그래서 공부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때 어려움, 재미, 고민, 한계···, 이런 감정들을 전부 느껴봤어요. 힘들었지만 극단의 감정까지 가봤던 것, 그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GQ 혜선 씨는 캐릭터에 이입하고 분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많이 느껴요? 매번 반복해야 하는 과정이니까.
HS 찰나지만 해소, 환기?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꽤 잘 빠져나오고, 다시 잘 들어가는 편이에요. 모르죠. 어쩌면 쉬지 않고 작품을 했기 때문에 억지로 그렇게 됐을 수도 있고요. 마음에 담고 있으면 다음 걸 하기 힘드니까. 그렇다고 전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블라우스, 아이보리 팬츠, 모두 디올.

GQ 필모에 겹치는 캐릭터가 없더라고요.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즐기는 걸까, 싶어서 물어봤어요.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감정들이 혹시 행복, 즐거움 같은 걸까, 아니면 오히려 힘들까 싶어서.
HS 그런 것도 있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죠. 제 일상은 사실 너무 재미가 없기도 하고.
GQ 에이, 혜선 씨를 잘 모르지만 그건 아니에요.
HS 히히. 정말이에요. 들어보세요. 너무 재미가 없기 때문에 무료함을 작품으로 해소하는 것도 분명 있어요. 이를테면 저는 누군가에게 화를 못낸다? 그러면 화 잘 내는 터프한 캐릭터를 해보고, 내가 너무 소심하다? 그러면 쿨내 진동하는 캐릭터를 만나보는 거죠.
GQ 나중에 꼭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어요?
HS 후우~ 아, 너무 창피한데. 사실 <아토믹 블론드>의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로레인’ 캐릭터요. 너무 멋있었어요. 화려한 액션보다는 처절한 액션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아직 액션을 못 해봤거든요. 몸치라서 할 생각을 못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누아르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GQ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올해가 데뷔 10년 차예요.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줄 수 있어요?
HS 어렵다. 그런데 이런 거 원래 생이 다할 때쯤 하는 거 아녜요? 푸흐흐!
GQ 10년 꼭 채웠으니까 중간점검 정도라고 생각하고요.
HS 점수라···. 그럼 이렇게 할게요. 연기 인생 말고, 그냥 인간 신혜선의 최근 10년 인생! 연기 아니에요, 그냥 저 신혜선!
GQ 좋아요. 그래서 몇 점 줄 수 있어요?
HS 제 점수는요···, 저는 95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히히! 아니, 10년 전 저는 정말 게으르고, 그래서 당연히 성실하지도 않고, 또 어떤 걸 해내야 하겠다는 열정도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배우를 하면서 열정을 갖게 됐어요. 끊임없이 뭔가 해보고 싶고, 무언가를 전해주고 싶고. 그리하여 저는 기특한 마음에 95점! 탕탕탕!
GQ 그럼 나머지 5점은 어디서 빠진 거예요?
HS 에이, 아무리 그래도 100점짜리 인생은 아니었어요. 푸하하!
GQ 활동하면서 혜선 씨를 토닥여준 응원가 같은 말들이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HS 지금 기억나는 건 데뷔 초에 “아, 얘가 얘였어?”라는 말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만족도가 정말 높았어요. 만족도라는 건 제가 받은 평가에 대한 거겠죠. 어쩌면 배우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가 아니라 캐릭터를 보여주는 거니까. 아휴, 그런데 사실 그건 너무 힘든 일이라는 걸 잘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