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훈 "인생보다 어려운 게 골프에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이석훈 "인생보다 어려운 게 골프에요"

2022-05-19T18:03:15+00:00 |GQ GOLF, interview|

이석훈에게 음악과 골프 사이에서 물었다. 뭐가 더 어려워요?

스웨트 셔츠, 퍼플 데님 팬츠, 모두 라스벳. 베이지 롱 코트, 포츠브이.

GQ 요즘 좀 쉬었을까요? 오래전부터 꾸준히 달리고 있잖아요.
SH 바쁘면서도 감사하죠. 그동안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도 잘 마쳤고, 앨범 작업도 했고요. 라디오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GQ 석훈 씨의 ‘열일’에 팬들은 대환영이지만, 동시에 걱정도 되죠. 몸 상할까.
SH 제가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서 약간의 피곤함은 있지만, 괜찮아요. 늘 감사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GQ 석훈 씨는 뭐가 그렇게 매번 감사할까요.
SH 궁금하죠? 그 감사한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준비했어요. 3월 24일에 나오는 첫 번째 정규 앨범이 결과물이에요.
GQ 축하해요! 그런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석훈 씨는 이미 정규 앨범을 낸 가수 같아요.
SH 사실 진작에 싱글이 먼저 나왔어야 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회사도 더 노력해준 덕분에 이렇게 정규 앨범까지 내게 됐어요. 앨범 준비는 1년 전부터 했는데 잘하려다 보니 정규까지 냈네요.
GQ ‘첫 번째’ 타이틀이에요. 음악을 잘하는 이석훈이니까. 이석훈 앞에 붙은 ‘첫 번째’의 의미는 당연히 남다르겠다, 싶어요.
SH 사실 저는 의미를 부여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특별함보다는 변함없는 걸 더 선호하는데, 그래서 바람이라면 이전하고 똑같이 활동하고 싶어요. 노래 열심히 하고요.

화이트 셔츠, 우영미. 팬츠, 폴로 랄프 로렌. 스니커즈, 호간.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이렇게 음악 앞에 진지한, 그것도 정규 앨범 발표를 앞둔 이석훈에게 음악이 아닌 골프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던가요?
SH 나? 나 왜?
GQ 섭외 요청의 시작은 석훈 씨의 SNS 피드였어요. “태어나서 처음 사진 부탁을 했다”는 피드였는데, 그게 김학형, 이형준, 김대현 프로였던 거죠. 첫 사진 부탁인데 그게 프로 골퍼라면, 이 사람은 골프에 진심이구나 싶었죠.
SH 진심이었죠. 그때가 2019년이니까···, 그때의 저는 뭐 거의 골퍼의 삶이었거든요. 한창 골프에 빠져 있을 때였어요.
GQ 언제 처음 골프를 했어요?
SH 2018년 9월쯤요.
GQ 그런데 진심‘이었다’니요, 지금은 아닌 건가요?
SH 아무래도 꾸준해야 하는데 자주 못 하니까. 지금도 마음만은 골프에 열정이 있고 진심이지만, 그때, 처음의 강렬함을 이길 순 없는 것 같아요.
GQ 그래서 프로들과 함께한 그날 성적은 어땠어요?
SH 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나갔거든요. 프로 선수들과 친다고 하길래 “그래!” 하고 갔죠. 그런데 첫날은 나름 괜찮았어요. 타수가 80 중반?
GQ 오호~, 꽤 치시는데요?
SH 그런데 아시죠? 원래 못하는 사람들은 들쑥날쑥해요. 역시 둘째 날에는 백 몇 개를 쳤죠. 크크크. 중간에 그만뒀어요. 같은 팀이었던 김학형 프로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 빠진 건데, 안 그랬으면 백 몇 개가 뭐예요. 몇백 개가 됐을걸요?
GQ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래도 못하진 않는 것 같아요. 느낌이 그래요.
SH 처음 필드에 나갔을 때 제가 잘한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스스로를 높게 봤나 봐요. 그래서 뭐 ‘역시 난 운동 신경이 있어, 1~2년이면 되겠지?’ 했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오만! 그래서 그 시기에 짜증도 많이 냈던 것 같아요. 될 것 같은데 전혀 안 되니까.
GQ 그때 깨달았군요.
SH 네, 과정이죠. 그러다가 보면 이렇게 깨닫죠. ‘인생보다 어려운 게 골프구나.’
GQ 크크크! 이제는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SH 물론요. 프로도 오비를 내고 뒤땅을 치는데 제가 그렇게 욕심을 내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그 뒤로 성적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GQ 과정이라면요?
SH 스코어는 저한테 의미가 없어요. 18홀 중 마음에 드는 샷 2개만 나와도 저는 충분해요. 샷할 때 백스윙이나 리듬, 임팩트가 좋았다면 만족해요.

니트 카디건, J.W. 앤더슨. 데님 팬츠, 리바이스. 스니커즈, 골든구스.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성격만큼 왠지 플레이도 시원시원할 것 같아요.
SH 저 예민한 편이에요. 어느 정도냐면, 프로 선수가 저한테 이렇게 말해주죠. “형, 프로들도 그렇게까지는 안 해요.”
GQ ‘그렇게까지’라면?
SH 예를 들어서 백스윙을 할 때 내가 원하는 높이, 그 궤적이 나오지 않는 것 같으면 전 안 돼요. 자세가 안 나오면 못 쳐요. 안 치죠.
GQ 승부욕 비슷한 건가요?
SH 살짝 달라요. 사람과의 승부욕은 아니죠. 저는 저를 이기는 걸 좋아해요. 이를테면 긴 콘서트를 마쳤을 때나 3~4개월짜리 뮤지컬을 마쳤을 때! 기분 정말 좋거든요. 해냈다, 싶을 때 희열을 느끼죠.
GQ 그렇게 어렵고, 예민할 수밖에 없는 골프가 석훈 씨는 왜 좋아요?
SH 제가 사람 대 사람이랑 겨루는 스포츠를 싫어해요. 부딪치고 이런 거 노노. 그래서 개인 스포츠를 좋아해요. 볼링! 아, 야구도 좋아하는데 직접적으로 싸우지 않으니까, 그래서 좋아하죠. 어? 그러고 보면 저 양궁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 푸하하!
GQ 교집합이 보이네요.
SH 이유라면 제 성향하고 골프랑 잘 맞는 거죠.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남보다는 내 자신과 싸우는 그런 과정요.
GQ 근데 남자들은 장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석훈 씨는 어때요?
SH 저는 전혀~ 관심없어요. 오직 과정. 장타를 칠 때도 오로지 관용성, 방향성 정도에만 관심을 둬요. 얼마만큼 멀리 때리는지는 관심 밖이에요.
GQ 석훈 씨 스타일이 어느 정도 짐작이 돼서 하는 질문이에요. 마이크를 든 이석훈과 골프채를 든 이석훈 사이에 분명 닮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SH 이런 생각 안 해봤는데···. 정말 닮았네요 그러고 보니까. 결과보다는 과정. 노래도 그렇거든요. 음역대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애드리브는 얼마나 잘하는지는 제게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잘 표현해서 전달하고, 설득하느냐가 중요해요.
GQ 그럼 다른 점도 있어요?
SH 음, 편안함? 하하! 마이크를 잡는 게 아무래도 편안하죠. 자, 봐봐요. 골프와 달리 인터벌이 없죠? 어드레스가 길지 않아요. 멘털도 그렇고요. 골프는 잘해도 의심하고, 못하면 더 의심하잖아요. 에이, 노래가 편하죠.
GQ 어려운 골프, 그중에서도 유독 안 돼서 맹연습 중인 거 있어요?
SH 하, 이건 하나를 말할 수가 없어요. 다 안 돼요. 크크크! 저는 이상한 자세로 잘 칠 바에는 안 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전부 신경 써야 돼요.
GQ 그 정도면 골프에 대한 욕심이 굉장한 거잖아요.
SH 그럼요. 저 정말 1년 동안 골프만 한다고 하면 자신 있어요.
GQ 싱글요?
SH 아뇨, 어느 정도의 실력요. 싱글은 이미 했어요. 지금도 잘 맞는 날은 85 정도, 그러다 다시 100이 넘고···. 흐흐.
GQ 연습만 꾸준하면 쑥쑥 늘겠어요.
SH 제가 처음 라운딩을 갔을 때 형들이 “너 오늘 100개 치면 형이라고 부를게” 그랬거든요. 그런데 정말 100개를 친 거죠! 그때 다들 1년 안에 싱글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나락으로···. 네.

데님 재킷, 풀오버, 데님 팬츠, 모두 리바이스. 골프 장갑, 닥스 런던. 선글라스, 플럼 아이웨어.

GQ 골프와 노래의 공통점을 찾아볼까요?
SH 골프는 ‘머슬 메모리’가 중요하다고 알고 있어요. 노래도 똑같거든요. 타고난 걸 이용해서 잘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어요. 후천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골프도 그런 것 같아요. 꾸준한 노력. ‘머슬 메모리’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노력요.
GQ 이렇게 구력 단단한 가수에게 골프 이야기만 너무 많이 해서 미안해요. 4월에는 어떤 계획들이 있어요?
SH 4월에는 전국 콘서트를 해요. 12회를 소극장에서 하고요. 아마 솔로 정규 앨범 이슈로는 가장 커다란 활동이지 않을까 싶어요. 라디오에서도, 방송에서도 인사드리고요.
GQ 저···, 다시 골프로 돌아올게요. 너무 궁금해서. 내일 라운딩 간다고 했죠?
SH 네, 라데나GC로요. 꽤 오랫동안 골프를 못했어요. 그러다 저번에 하루 틈이 생겨서 스크린 골프를 했는데 꿈틀꿈틀하는 거죠. 그래서 가요. 하하.
GQ 오랜만에 가는데 그래도 목표는 있겠죠?
SH 95개만 쳐도 탱큐죠. 그런데 아휴, 못 칠 것 같아요. 내일은 완전 명랑 골프니까 캐디님께 인사 먼저 드리고 쳐야죠. 죄송합니다~, 공은 안 찾으셔도 돼요~, 버리세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