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의 요즘 버킷 리스트 | 지큐 코리아 (GQ Korea)

요즘 사람들의 요즘 버킷 리스트

2022-04-04T21:22:12+00:00 |culture|

누구나 상상으로 그쳤던 일, 실제로 내가 이뤄낸 남다른 버킷 리스트를 소개한다.

해외에서 돈 벌어 해외에서 소진
영어를 못 하는 상태로 멜번에 정착해서 1천만원 모으는 데 9개월이나 걸렸다. 그땐 나이도 어렸을 뿐더러, 페이를 주급으로 받아서 돈을 모으는 거보다 쓰는 게 더 쉬웠다. 바짝 정신 차리고 돈을 모으자마자 뉴질랜드를 거쳐 호주 케언즈부터 시작해 본격 여행에 나섰다. 스카이다이빙, 스킨스쿠버, 사막투어, 서핑까지 정말 할 수 있는 액티비티는 다했다. 여행을 마친 뒤 싱가포르에서 2주간의 시간을 가지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때 호주에서의 크고 작은 경험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후회 없이 행복했다.
임안나, 헤어 스타일리스트

비밀연애
‘비밀연애는 정말 스릴이 넘칠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버킷 리스트다. 같은 직장도 되고, 같은 모임 안에서의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여자친구를 만들어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도전하는 게 꽤 재미있었다. 주변인들의 ‘넌 여자 언제 만날래?’라는 잔소리와 걱정에 굴하지 않았다. 당당한 솔로인 척, 외로워서 정신이 나간 솔로인 척 연기하는 게 꿀잼 포인트다. 카톡 프로필 바꿔두기 필수, 데이트는 항상 스파이 작전을 방불케 하는 동선을 짜서 만났다. 매일매일이 서바이벌 게임 퀘스트 깨는 기분과 희열을 느꼈다.
이성원, 프리랜서

스키지도자 자격증
작년 서른의 여름, 새벽 ‘빠지’를 찍고 회사에 출근할 정도로 수상스키를 정말 열심히 탔다. 그렇게 늦가을까지 놓지 못하다 막연히 생각해왔던 겨울 스키를 제대로 배워보기로 했다. 매주 주말 수족냉증과 함께 스키 강사 친구들의 일정만큼이나 스키를 탔다. 스키는 이미 내렸기에 물러설 수 없었고, 행복하게도 주변에 도와주는 이들이 참 많았다. 백에 부츠보다 백팩에 스키 부츠를 담고 다닌 결과, 대한스키지도자연맹(KSIA) 자격증이 내 손에 들려있다. 스키어에게는 우스운 LV. 1이지만, 다음 버킷은 LV. 2에 도전하는 거다!
변윤희, <인트렌드> 패션 PR

몸 만들기
못 믿겠지만 어릴 땐 몸이 왜소했다. 키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농구부에 들어가면서 확 컸고, 다 크면 제대로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아니, 꼭 이루겠다는 버킷 리스트였다. 소위 말하는 몸짱. 그렇게 점점 식스팩에 어깨가 넓어졌고 이후 인스타그램 피드에 틈틈이 몸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형 멋있어요!’ ‘식단 알려주세요!’라는 쓸데없는 메시지만 온다. 이러려고 열심히 운동했나 싶다. 주변에서 사진 좀 그만 올리라고 핀잔도 준다. 최근에는 살이 조금 빠졌다. 다시 골격근량을 채워 넣고 이번 여름엔 바지만 입고 다닐 거라 다짐한다.
이우석, 모델

아무 것도 아닌 추억 만들기
워낙에 즉흥적인 성격에다 해보고 싶은 건 꼭 해야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인지 남들이 말하는 거창한 버킷 리스트는 원래 없었다. 상상으로만 그쳤던 일 가운데 이뤄낸 건 너를 따라 여름날에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다. 멀찍이 눈앞에 보이는 큰 산이 너의 존재보다 훨씬 작아 보이더라. 그때 처음 느꼈다. 아무것도 안 해도 행복할 수가 있다고.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좋았다. 결코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다.
김민선, 아트 디렉터

파인 다이닝 플렉스
한 번도 가본적 없었던 유럽이 그나마 친숙했던 이유는 축구였다. 또 음식을 좋아해서인지 늘 유럽 문화와 음식이 궁금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 받은 정산으로 꿈에 그리던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내가 가장 잘 나간다!’라는 마인드로 비행기 티켓도 없이 미슐랭 3스타의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파리 생제르맹 구단주가 함께 식사를 한 곳이라고 해서 나도 엄청난 부자가 된 것 마냥 들어섰다. 총 50만원 정도의 식사 비용을 지불했다.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그곳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온도, 애티튜드는 나를 더 높은 위치로 나아가고자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임이 틀림없었다.
안민현, 브랜드 디렉터

게이 친구
어렸을 때부터 하이틴 감성에 꽂혀있던 나는 미국에 가서 일하게 되면 꼭 연애 상담 마스터인 게이 친구들을 만들겠다는 버킷 리스트가 있었다. 어쩌다 FOREVER 21 본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쿨한 게이 친구들을 만났다.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모든 연애 고민과 상담도 그 친구들에게 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이별의 시련을 겪게 되었을 때, 장신의 게이 친구들이 날 위해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화려한 파자마를 챙겨 집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 남자한테 차인 건 나인데, 자기들이 차인 것처럼 슬퍼해주더라. 그렇게 눈물을 글썽거리는 친구들과 그날 밤 영화를 보며 아이스크림 한 통을 싹 비웠다. ‘아, 이건 마치 하이틴 영화다’라고 생각하며 얼마나 든든했던지!
강유리, <하이어뮤직> 마케팅

비범하고 유쾌한 바디 프로필
때는 2012년이다. 배우 하정우, 공효진 주연의 영화 <러브픽션>을 좋게 봤다. 극중 공효진이 하정우에 누드를 찍어 사진 공모전에 내놓아 상을 받는 장면이 있다. 전라에 하정우는 기괴하고 우스깡스러운 자세를 하고 있었지만 정말 유쾌해 보였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 30대의 버킷 리스트였던 바디 프로필을 영화 속 하정우처럼 찍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전시회를 열어 친구, 지인들을 모아 파티를 벌여보겠다고 다짐했다. 그 과정은 굉장히 버라이어티했고, 놀러 온 지인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한 잔 두 잔 넘어가는 술잔에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고, 그날 모두 벽에 걸린 내 포즈를 따라 하며 사진 찍기 바빴다. 덕분에 마음껏 웃었다.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하는 바디 프로필을 나만의 방식으로 채워본 느낌은 정말 아직도 잊지 못한다.
김태현, 미디어 콘텐츠 PD

먹고 싶은 한 끼 때문에 해외여행
평소 잡생각이 많은 성격이라 되도록 심플하게 살아보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보고자 하는 편이다. 스무 살 이후로 줄곧 ‘과연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진행 중인데, 이참에 늘 가족들과 갔던 도쿄 하라주쿠 ‘최애’ 라멘이 먹고 싶어서 혼자 2박 3일간 게릴라 여행을 했다. ‘재벌들은 우동 먹으러 일본 가나?’라는 생각과 함께 ‘난 이제 어른이니까’라는 마음이 합쳐졌던 것 같다. 라멘은 이치란 보다 큐슈 장가라가 훨씬 맛있다.
이동연, 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