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마티유 블라지의 ‘보테가 베네타’ 2022 윈터 컬렉션

2022.03.31박지윤

마티유 블라지의 아주 시적인 녹색.

런웨이가 시작된 장소, 그곳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눈부신 초록색이 반기는 팔라초 산 페델레 건물을 통해 들어가면 더스티한 초록색 카펫 위에 고철의 큐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웅성거리던 소리들이 줄어들고 불이 꺼졌다 다시 환하게 조명한다. 음악 소리가 심장 박동의 속도를 올린다. 서로가 귓속말로 이야기를 나눠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볼륨을 높이면, 새로운 디렉터인 마티유 블라지의 보테가 베네타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 군더더기 없는 옷들이 걸어 나온다. 보테가 베네타다운, 닮은, 본연의 모습들. 여전히 브랜드의 색감을 담은, 더 새로운 면모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유넥의 화이트 탱크톱에 여유 있는 누벅 팬츠, 러프하게 너풀거리는 곱슬머리를 한 모델, 핀 스트라이프의 스탠더드 셔츠. 마티유 블라지는 이번 2022 윈터 컬렉션을 시적인 장면으로 잇는다. 이것은 또한 과거의 보테가와 지금의 보테가를 연결한다. 완전히 다른 보테가 베네타를 기대하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티유 블라지는 그저 조용하고 고요한 힘을 보여주며 보테가의 원형 안에서 또 다른 그의 센스를 담아냈다. 게스트들은 자신이 깔고 앉은 방석이 런웨이에 선 모델의 손에 들려 있을 줄 알았을까? 귀여운 아이디어에 저절로 옅은 웃음을 짓게 된다. 유연한 누벅에 데님을 실사로 프린팅한 팬츠,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엮은 스트랩을 길게 늘여 물을 길어 나르는 농부를 연상시키는 칼리메로 Kalimero 백, 광택이 흐르고 각 잡힌 레더 아이템들, 봉긋 솟은 원피스의 어깨끈,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둥그런 셰이프의 코트까지. 촘촘한 디테일에서 뿜어져 나오는 결점 없는 라인들은 보테가 베네타의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컬렉션의 실루엣은 화가이자 조각가인 움베르토 보치오니의 작품 ‘공간 속에서의 연속적인 단일 형태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간결하지만 풍성한 피스들부터 작가의 다른 회화 작품의 다채로운 컬러까지 닮아 있다. 이번 2022 겨울 컬렉션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밀라노의 보테가 베네타의 공기는 서울의 ST 송은 빌딩에서 스크리닝 쇼로 구현됐다. 두툼한 기둥들 사이 큐브들과 그 위에 폭신한 검은색 쿠션이 비치되고, 자리에 앉아 이번 쇼를 즐겨줄 셀럽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배우 유아인과 고소영, 뮤지션 코드쿤스트, 비비, 안무가 리아킴 그리고 최근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빛 메달 러시를 보여준 황대헌 선수까지 자리를 빛내주었다. 20미터에 육박하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현지 밀라노 쇼의 웅장함을 느껴본다. 마티유 블라지의 보테가 베네타, 새삼 더 비범한 보테가 베네타가 시작됐다.

    콘텐츠 에디터
    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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