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와 함께 봐도 머쓱하지 않은 OTT 영화 6 | 지큐 코리아 (GQ Korea)

엄마 아빠와 함께 봐도 머쓱하지 않은 OTT 영화 6

2022-05-10T16:11:41+00:00 |movie|

어버이날 뭐할 거예요? 같이 TV 봐요. 넷플릭스, 왓챠, 애플tv+, 티빙에서 고른, 부모님과 함께 봐도 편안한 어버이날 선물 영화 6.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 넷플릭스
부모님은 생각보다 이국 음식을 좋아하시고, 해보지 못한 경험을 즐거워하신다. 토마토 수프와 몽골리안 비프를 싹싹 드시고, 루프톱 카페에서 시럽에 적셔 먹는 티라미수를 앙증맞아 하시는 모습을 보며 깨달은 사실이다. 알아서 자식보다 더 재밌게 인생을 즐기시는 어머니 아버지 청년 라이프에 신파를 불어넣고 싶지는 않으나, 적어도, 어딘가 아주 좋다고 소문난 데 갔을 때 그 낯섦에 움츠러들거나 가볼 생각조차 못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여 골라보았다. 미슐랭 2스타 셰프이자 세계 14위 레스토랑의 주인 안드레가 올리브 나무가 심어진 자신의 ‘레스토랑 안드레’를 폐점하기로 결정한 전후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다.
폐점이라니. 지금 가장 잘나가는 파인 다이닝을 공유해야 맞는 것 아닐까. 아니다. 폐점하는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에는 왜 이런경험을 시간과 돈을 내어 해봐야 하는가 자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 힘의 원천이 곧 폐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이다. 그 필연이란 게 대체 무엇인지는 이번 어버이날, 부모님과 함께 캐러멜 팝콘을 먹으며 감상해보시기를 바란다.
문을 닫든 말든,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에는 성심성의껏 최고의 미식 경험을 위해 준비한 요소와 분위기가 그득하고, 접시 위에 올려지는 프렌치 메뉴들은 그 맛이 어떠할까 군침 고이게 만든다. 그러니 이국 음식과 새로운 경험에 도리어 활기를 느끼는 부모님과 꼭 보고, 가고, 경험해보고 싶어질 수밖에. 보러가기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완벽주의자인 셰프 안드레 치앙은 미슐랭 3스타에 도전하고 세계 1위 레스토랑을 노리는 것보다 잠시 놓치고 있는 자신의 여유가 귀하기에 레스토랑 안드레를 폐점하고, 이후 대만에서 운영 중이던 다른 레스토랑 RAW로 돌아가 초심을 찾고자 한다. 그러니 이 다큐멘터리를 즐거이 감상하셨다면 내친김에 부모님과 대만행비행기 티켓을 끊어봐도 좋겠다. RAW 역시 합리적인 가격과 놀라운 미감으로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레스토랑이다. @raw_taipei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티빙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를 추천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게다가 보다 더 액티브하다는 면에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빼놓을 수 없다. 백종원이 진행하는 음식 프로그램이라면 믿고 보는 부모님도, 조미료를 아끼지 않는 백종원 레시피가 못마땅한 부모님도 즐거이 감상할 수 있을 푸드 트립 다큐멘터리. 여행 마음 흔드는 이국 배경,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백종원식 음식 만담, 맛깔지게 먹거리를 담아내는 미장센까지. 이미 보지 않은 사람 찾기가 힘든데 건네는 추천이면 어떡하나 싶지만···, 여러분은 보셨다면 이제 부모님께 예능 신세계를 열어 드릴 차례입니다. 보러가기

 

 

<청춘의 덫> SBS 공식 웹사이트 전 회차 무료 공개
“글쎄 쟤가 쟤를 못 떠나게 하려고 일부러 다리 아픈 척하는 거라니까 글쎄!” 드라마 <불새>(2004)를 보며 잔뜩 신이 나서 스토리 핵심 요약 족집게 설명을 해주던 엄마의 열정적인 얼굴과 그 순간이 희한하게도 잊히지 않는다. 나이가 5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의 아빠의 경우는 주말 드라마를 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광경이 종종 목격되곤 했는데, 호르몬 변화가 만든 순간이라고 해도 어쩐지 그 모습이 부모님도 여전히 어린이 같고 귀여워 자꾸 놀리고 싶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한번 화끈하게 가보자구!
1999년에 방영된 <청춘의 덫>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윤희(심은하)를 두고 부잣집 딸내미와의 사랑을 찾아 떠난 동우(종원) 욕하는 것만으로 24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품. <불새>의 아픈 척 가짜 다리 사각 스캔들 따위는 밀레니얼 베이비 컬처로 귀엽게 보일만큼 서사의 굴곡이 대차다. 이후로도 <내 남자의 여자>, <천일의 약속> 등 서스펜스 로맨스라 이름 붙여도 좋을 자신만의 장르를 지닌 작가 김수현의 작품으로, 당시 심은하의 세련미와 유호정의 패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다. 이 드라마를 부모님은 어떤 얼굴로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실지, 그것 역시 관전 포인트. 보러가기

 

 

<차마고도> 왓챠‘KBS 다큐’ 공식 유튜브 채널
<동물의 왕국>을 틀 때마다 동시간대에 하던 만화 영화가 보고 싶다고 떼쓰던 어린 나를 위해 포기했던 아버지의 TV 채널권을 기리며···. 자식을 위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 대신 ‘방귀대장 뿡뿡이’ 같은 어린이 채널 노래를 자연히 암기하게 됐던 부모님의 예는 나의 것만이 아닐 터. 아이를 위해 접어 두어야 했던 부모님의 취향 콘텐츠는 무엇이 있는지 이김에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 아버지는 다큐멘터리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이제야 나도 아빠의 기호를 닮아간다. <차마고도>는 실크로드보다도 앞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험난한 교역로인 차마고도를 최초로 탐사한 KBS의 다큐멘터리. 그 끈질긴 기록자의 시선에 ‘명품 다큐멘터리’라는 수식이 유치하지 않다.(실제로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상 처음으로 에미상에도 노미네이트됐다.) 개인적으로는 방영 당시 아빠와 나란히 <차마고도>를 보다 독수리에게 시신을 먹여 장례를 치르는 ‘조장’ 장면이 무섭고 충격적이라서 TV 앞을 떠났던 기억이 선명한데, 이제는 아버지 옆에 앉아 함께 <차마고도>를 감상해 보고 싶다. 공수래공수거, 삶의 순수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이런 이야기, 아버지는 도리어 이제 지겨우시려나?
왓챠에는 1시간 5분짜리 편집본이, ‘KBS 다큐’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총 6부작 다큐멘터리 전체가 무료로 공개돼 있다. 보러가기

 

 

<언터처블> 애플TV+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영화 한 편 골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에디터 취향껏 고른 이 리스트를 참고하는 것도, OTT 플랫폼 속 랜덤 선택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어머니 아버지께 직접 여쭤보는 것이다.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나이가 늘고 너스레도 늘어서 처음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관에 가본 때, 나는 그제야 부모님이 액션 영화, 그것도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영화관에 걸리는 상영작은 많아봐야 대여섯 개 정도이니 부모님의 영화 취향을 살펴보는 데는 무한한 OTT보다 극장이 낫기도 한 셈이다. 적은 선택지 안에서 어떤 장르나 스토리를 더 선호하시는지 살펴보다 보면 부모님의 취향이 보일 것이다.
그리하여 알게 된 우리 부모님의 취향을 고려하여 지극히 개인적으로 고른 액션 영화. 마피아 누아르 무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언터처블>이다. 1989년 작품으로 1996년 첫 번째 <미션 임파서블>을 연출한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다. 금주령 시대 마피아와 FBI의 산전수전을 그렸다. 보다 더 통 큰 자본으로 시원하게 때려 부수고 싸우는 요즘 할리우드 액션 영화보다 슴슴한 맛일 수 있겠으나 로버트 드 니로와 숀 코네리, 케빈 코스트너의 신사적인 활력이 극을 지배한다. 멋스러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부모님이라면 이미 1989년 어느 극장에서 보셨을 수도. 현재 애플TV+ 통해서는 3천 원에 대여할 수 있다. 보러가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왓챠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미국 9.11 테러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품 속 열쇠의 정체를 밝히려는 아홉 살 꼬마 오스카의 이야기다. 나로서는 19금 영화만큼이나 순수하게 감수성을 자극하는 작품도 어쩐지 부모님과 함께 보기에 머쓱하다. 그것 역시 어딘가 부끄러운 마음을 간지럽혀서일까. 그러니 이 영화만큼은 부모님과 함께 감상하는 것보다, 그럼에도 혼자서라도 한 번쯤 보길 권한다. 이유는 오스카가 아버지에게 품은 속죄의 마음 때문이다. 오스카는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전 남긴 마지막 전화들을 받지 못했다. 음성 메시지로만 남은 그 마지막 목소리에 오스카의 마음은 엄청나게 시끄러워지고 만다. 그러니 그 대상이 누구든 당신 곁에서 사라지기 전에 잘하라고, 돌아서면 후회하지 말고 앞에서 잘하라는 교훈을 굳이 내가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 전하는 대사 한 구절을 옮겨 적는다. 조금 많이 부끄러워지는 마음을 삼키고. “사랑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니?··· 그 말은 언제나 해야 해. 사랑한다.”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