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에르메스 재단이 선보이는 기묘한 심층 여행사

2022.05.16GQ PROMOTION

아뜰리에 에르메스에는 어딘가 엉뚱하고, 조금은 기묘한 ‘심층 여행사’가 들어섰다. 로르 프루보가 제안하는 색다른 여행.

동시대 미술가들 가운데서 가장 흥미로운 작가 한 사람으로 주목받는 ‘로르 프루보’의 개인전이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그녀는 이질적인 이미지와 오브제들, 그리고 특유의 억양으로 구현된 보이스오버와 문법에서 발현된 자유로운 텍스트로 동시대의 삶과 예술이 직면한 여러 난국을 창의적으로 선보인다. 실제로 진보와 퇴행이 뒤섞이고 미래와 과거가 뒤죽박죽이 된 것 같은 동시대에 대해 그녀의 작업은 수많은 장소와 시간, 수많은 의미와 문제를 엮어 지은 기발한 스토리텔링으로 여러 갈래의 우회적인 비판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개념미술로 귀결되는 모더니즘 미술사의 가부장주의와 그 이면에서 존재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여성들의 역할을 되돌아보는가 하면 정상적인 것과 합법적인 것, 이성적인 것 바깥에 있는 존재들에게, 그리고 오류로 얼룩진 언어와 무의식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더 나아가 앞으로 펼쳐질 가상세계를 우리가 어떻게 실제 감각으로 포섭할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안하는 것.

그런 그녀의 확고한 세계관을 담아낸 것이 이번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그녀의 개인전 ‘심층 여행사 Deep Travel Ink.’다. 이번 전시에는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Uncle’s Travel Agency Franchise, Deep Travel Ink.’라는 작은 여행사 사무실이 차려졌는데, ‘심층’이라는 모호한 목적지를 내세우고 ‘주식회사 Inc.’를 발음되는 대로 적어 놓은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여행사다. 이곳은 작가 개인의 삶과 가족의 이야기가 녹아든 곳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세계 곳곳에 여행사를 세우겠다고 큰소리치던 자신의 아저씨의 못 말리는 사업확장 계획이 실현된 것으로 2016년 프랑크푸르트에 첫 지점을 낸 이후 마이애미, 뉴욕에 이은 네번째 가맹점이라고 한다. 사무실은 높이 120cm 폭 80cm에 불과한 작은 문을 통과해야만 진입할 수 있는데, 허리를 숙이는 수행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는 이미 다른 공간에, 목적지의 중간 기착지 즈음에 당도한 느낌을 갖게 된다.

사무실의 대기 공간에는 신선한 산딸기와 할머니의 레시피에 따라 진이 첨가된 차가 마련되어 있다. 여행을 홍보하는 이국적인 포스터들과 잡지들, 그리고 여행사의 전문성을 과시하는 관련 서적들과 달리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위아래가 뒤집힌 지도는 작가의 작업 전반에 배치된 유머 코드를 암시한다. ‘여행 정보광고'(2016)는 ‘심층여행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작가가 아저씨에게 만들어 준 비디오 클립으로서 황홀한 휴식과 낭만적인 파라다이스의 장면들을 책장을 넘기듯 정성껏 소개한다. 비록 철자가 틀렸지만 ‘좀 더 깊은 곳으로 데려 갈게요 WE WILL TAKE YOU A BEET DEAPER’라거나 ‘우리와 함께 떠나요 Escape with us’라고 속삭이는 작가의 목소리는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을 자유자재로 여행하며 무수한 트러블들을 제시하는 로르 프루보의 기발한 스토리텔링은 현재를 더욱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의식과 감각을 확장해준다. 팬데믹 완화로 여행에 시동을 걸고 싶은 이들이라면, ‘심층 여행사’를 방문해봐도 좋겠다.

 

    포토그래퍼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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