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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선택한 두 편의 한국 영화 꼼꼼리뷰

2022.05.17주현욱

칸 영화제 경쟁작 라인업에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개봉에 앞서 두 편의 한국 영화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 6월 8일 개봉
힘 있는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연출로 영화팬들을 사로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그의 첫 한국 영화 <브로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는 거센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밤,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를 찾으러 돌아오고,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 데려간 것이라고 둘러대면서 이들의 새 부모 찾기 여행이 시작된다. 또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 형사(이주영)는 결정적 증거를 포착하고자 이들의 뒤를 조용히 쫓는다. 깊이 있는 메시지와 여운을 주는 <브로커>는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여행을 통해 가족이 형성되는 이야기로 기대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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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포인트
<브로커>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출연진의 면면, 일본 작가영화의 최정상 감독이라는 위상을 살펴보면 다시 만들어지기 힘든 영화임에 틀림없다. 극중 브로커들의 케미부터 현실감 넘치는 형사 간 케미까지 배우들의 다채로운 앙상블로 기대를 높인다. 또한 아역 배우들과의 호흡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특별한 여정의 출발점이 되는 아기 우성부터 동수와 남다른 호흡을 보여주는 아이 해진까지. 브로커와 형사들, 그리고 아역 배우들의 다채로운 시너지는 관객들을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끌어들이기 충분하다. 배우 송강호는 <브로커>를 두고 “인류애가 묻어나고 고귀한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닐까”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감독의 전작과 비교
그동안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던 감독은 <브로커>에서도 유사가족이 되어가는 것을 그리고자 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제6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어느 가족>으로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로 통산 8번째 칸 영화제 진출의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특히 의도치 않게 만난 등장인물들의 예기치 못한 여정을 담아내는 동안 다양한 세대에 걸친 배우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여정을 이어가는 모습은 친구와 보호자를 오가는 특별한 관계성을 엿보게 하며, 전작과는 또 다른 극적 재미를 더한다.

알고보면 도움되는 TMI
🔈송강호와 강동원은 영화 <의형제> 이후 12년 만에 재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머물 때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접했고, 이지은의 ‘빅 팬’이 됐다.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지안’만 등장하면 울고 또 울었다고.
🔈영화 <기생충>의 홍경표 촬영감독과 정재일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편집은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두나 역시 영화 <공기인형> 이후 12년 만에 만났다.
🔈이지은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먼저 캐스팅돼 있었던 배두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네 역할과 잘 어울린다”라는 말에 확신이 생겨 영화에 참여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브로커>의 주 촬영지는 부산이다. 연산동, 전포동, 다대포해수욕장 등 부산 지역 13곳에서 촬영했다.
🔈이지은과 이주영은 생애 첫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강동원은 두 번째, 배두나는 네 번째, 송강호는 무려 일곱 번째 칸 영화제에 참석한다.

헤어질 결심
박찬욱 | 6월 29일 개봉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건을 수사하게 된 주인공 형사 해준(박해일)과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포함해 해준의 아내이자 능력 있는 전문직 정안(이정현), 해준을 형처럼 따르지만 수사 방향에서는 이견을 지닌 후배 형사 수완(고경표), 그리고 서래의 여정에 등장하는 또 다른 남자 호신(박용우) 등 짐작하기 어려운 미묘한 캐릭터들이 얽히고설켜 영화에 궁금증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의심과 관심을 오가는 관계의 변화, 수사 과정에 따라 밝혀지는 진실의 변화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두 사람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은 관객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과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신선함으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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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포인트
박찬욱 감독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서로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공개된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고 형사와 마주한 순간에도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서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상대를 의심하면서도 서로에게 이끌리는 장면 일부가 담겼다. 외신들은 폭력과 도덕적인 측면에서 양면적인 모습의 캐릭터를 그려온 박찬욱 감독이 이번 영화 역시 기이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전개로 관객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스터리는 기본, 긴장감 그리고 멜로까지 ‘장르 천재’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이 어떤 우아한 작품을 내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감독의 전작과 비교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수많은 물음표가 등장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적절한 유머, 박찬욱 감독만이 할 수 있는 감각적인 미장센과 연출력은 모두를 서서히, 그리고 깊게 매료시킨다. 또 그의 오랜 시나리오 파트너인 정서경 작가와 공동 집필한 <헤어질 결심>으로 그동안의 작품과 다른 박찬욱표 ‘수사 멜로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은 칸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박쥐>로 또 한번 심사위원상을, 그리고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다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4번째 칸의 초청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이전 영화들이 아주 자극적인 경험을 하게 만드는 강렬한 영화를 목표로 했다면 <헤어질 결심>은 은근하고 미묘하게, 관객이 스스로 다가와서 관심을 갖고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전작과 완전히 결이 다른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알고보면 도움되는 TMI
🔈박찬욱 감독은 주인공으로 배우 박해일에 대한 캐스팅을 시나리오 단계부터 고려했다.
🔈탕웨이는 <만추> 이후 무려 12년 만에 한국 영화에 출연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수위가 매우 센 영화일 거라는 추측이 많지만,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15세 관람가로 만들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탕웨이, 박해일, 고경표, 박용우는 첫 번째 만남이며, 이정현은 단편 영화 <파란만장> 이후 11년 만에 재회다.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도전한다. 수상에 성공할 경우, 그녀는 한국 영화 출연을 통해 세계적인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최초의 중국 배우가 된다.
🔈<헤어질 결심> 역시 부산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를 비롯 금정산, 한국해양대학교, 기장 도예촌 등 부산 전역이 영화에 담긴다.
🔈박찬욱은 이번 영화로 칸 영화제 네 번째 경쟁 부문에 올랐고, 이는 홍상수 감독과 함께 한국 감독의 칸 경쟁부문 최다 초청 타이기록이다.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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