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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그릇을 찾고 있다면 꼭 주목해야할 젊은 도예가 5

2022.05.29김은희

젊은 도예가 5인이 구워낸 이 열기.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ㅣ레몬을 올려둔 ‘Egg York Plate’ 15만원, 노란색 ‘Folding Objet’ 9만9천원, 푸른색 ‘Bird Teapot’ 15만원, 안쪽이 초록색인 ‘Angel’ 가격 미정, 안쪽이 분홍색인 ‘Chick Bowl’ 5만9천원, 가운데가 뚫린 ‘Dough 1’ 10만원, 모두 이나영도자.

이나영 이나영도자, @ee_na_young_doza
첫 열기 도자기를 전공하거나 깊게 공부한 사람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회화 작업을 해왔는데 런던 유학 후 ‘그리는 행위’보다 ‘물성’ 자체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평면 작업에 회의를 느껴 그때부터 회화 작업 안에 촉각적인 언어를 넣으려고 시도했고, 물감 외에 석고와 먹으로 작업하다 흘러 흘러 지금의 이나영도자에 이르렀다.
영감 작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앨마 엘런Alma Allen, 베티 우드만Betty Woodman,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 비비안 수터Vivian Suter.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작가들이다. 요즘은 세라믹을 이용해 가구와 조명을 만드는 중이라 뉴욕에서 활동하는 김민재 작가도 즐거이 바라보고 있다. 그는 주로 나무를 다루는데 본인만의 위트가 있고, 가구의 기능을 하는 동시에 아주 멋진 오브제 역할을 하는 작품을 내보인다. 전반적으로 내 작업 안에서 중요한 요소는 색, 재료, 실루엣. 특히 어딘가 이상하고 불완전한 실루엣은 완벽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해서, 서투른 표현과 모자란 부분에 끌린다.
회화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여러 재료를 동시에 사용한다. 특히 작업이 막혔다 싶을 때는 콜라주를 한다. 가위로 종이를 오리다 보면 예기치 않은 실마리를 찾는다. 도자기 작업을 할 때도 다양한 흙을 쓰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까지의 이나영도자는 다양한 ‘색’을 다루다 보니 흰 캔버스로서 백자나 제지용 점토Paper Clay를 주로 사용했다면 요즘은 흑토와 적토, 산백토 등을 만져보는 중이다. 흙 본연의 색에 집중하는 작업에 끌린다. 언제가 멕시코의 오악사카Oaxaca주에 있는 레지던시 ‘포코아포코Pocoapoco’ 혹은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카사 발란드라Casa Balandra’에서 그곳의 흙으로도 작업해보고 싶다.
피할 수 없는 열기 차분한 마음으로 몰입했을 때와 그러지 못했을 때의 작업은 결과로 보인다. 정신이 딴 곳을 향해 있던 날의 작업은 금이 가거나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나오고야 만다. 가마에 들어가는 순간 내 손을 떠났다고는 생각하지만, 떠나기 전에 더욱 작업에 매진하고 잘하고 싶어진다. 더불어 도자기는 한번 구워져 나오면 아주 오래도록 썩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기에, 그런 면에서도 더 신중하게 만들어야겠다 싶다. 망친 결과물은 어떻게 재료로 재사용할지 환경적인 고민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작업 중 플레이리스트 어김없이 찾게 되는 음악은 런던에서 자주 들었던 뮤지션 킨십Kinnship(과거 파벨라Favela. 그사이 이름이 바뀌었다)의 노래. 키워드 ‘Sanctuary’, 나의 안식처.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ㅣ낮은 은 촛대 27만원, 높은 은 촛대 36만원, 은 소스 그릇 각 7만2천원, 은 케이크 접시 21만6천원, 은 잔 각 9만원, 은 찻잔 13만5천원, 은 높은 과일 그릇 25만2천원, 모두 물질세계.

최수진 물질세계, @muljilsegye
첫 열기 2015년 봄, 핸드빌딩(물레 성형이 아닌 손으로 빚는 기법)을 시작으로 도예를 배우게 됐다. 구워진 흙은 물감과 달리 실제 생활에서 식기로 쓰일 정도로 실용성이 좋다는 점, 표현할 수 있는 색이 다양한 점, 물성이 꾸덕꾸덕하고 쫀득해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주로 하는 은 작업은 2020년 KUHO×PACK 컬래버레이션 전시 <pack.KUHO: parts of air>에서 미래의 통치자를 위한 유물을 상상해 ‘은 왕관’을 만들며 시작됐다. 다른 작품들은 유약이 아닌 흙 자체에 안료를 넣고 손 반죽을 해서 만드는데, 은 작품은 구워진 도자기 표면에 액체로 된 진짜 은을 바른 후 한 번 더 구워서 만든다. 겉만 은이고 안은 평범한 흙. 실제 은 함량보다는 겉보기나 이름 붙이기에 따라 정체성이 바뀌는 그 지점이 흥미로웠다. 내가 하는 다른 작업인 ‘가짜 청자’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재미있게 하고 있다.
영감 유물, 공산품, 작품, 쓰레기, 가끔 인터넷으로 산책하면서 재미있어 보이는 사진 등 세상 모든 물건의 형태. 세상에는 너무 많은 물건이 있고, 가끔은 그 방대한 양이 피곤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양한 사물을 만들어내고, 좋아하고, 숭배하고, 그리워하고, 버린다. 나는 그런 사물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그들의 존재 방식을 되짚어보고 다양하게 연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신적인 것들에 앞서 존재하는 물질의 세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백자 흙을 주재료로서 좋아한다. 마치 흰 밀가루나 흰 캔버스처럼 안료의 색상을 잘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작업 중 플레이리스트 복잡한 작업에 집중하면 어차피 잘 들리지 않아서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반복 작업을 할 때는 세상의 잡다한 지식을 소개하는 영상 듣는 것을 좋아한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나무는 와티에자로, 약 3억 8천만 년 전 지구에 등장했다. 한편 최초의 상어 이름은 글라드바쿠스 아덴타두스이며, 와티에자 나무보다 약 7천만 년이나 앞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피할 수 없는 열기 바닥 연마. 도자기를 다 만든 뒤 연마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다. 반복되는 동작으로 일정한 힘을 사용하기에 관절과 근육이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닥 연마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도자기 바닥이 닿는 곳 여기저기가 긁힐 수 있기에 피할 수 없고 즐겨야 한다.
주관적 사용법 작업실에서 주로 쓰는 식기는 20센티미터 조금 넘는 원형 접시다. 한 접시 위에 이것저것 올려서 데워 먹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핫윙과 소고기 육포를 올려 먹었다.
키워드 물질, 권태, 사랑.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ㅣ다리가 세 개 달린 ‘Theee Legs Bowl’ 7만 5천원, 귀 모티프 ‘Ear Mug’ 8만원, 손잡이가 긴 ‘Waving Long Arm Cup’ 8만원, 모두 예림피스.

박예림 예림피스, @yerimpiece_
첫 열기 좋아하는 조각과 패션을 아우를 수 있는 대상을 찾다 공예라는 분야에 빠졌다. 이후 대학에서 도예를 시작해 2018년부터 배우고 있는 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자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는 점, 갇히지 않고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영감 인체의 형태와 기능,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해왔다. 요즘은 사물 그 자체와 자연 풍경에도 관심이 간다. 예술 작업에서는 알렉산더 칼더와 멤피스 디자인 그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채로운 색과 디자인, 현재까지도 활발히 작업하는 멤피스는 작업적으로나 작업자의 태도로서나 많은 영감을 준다. ‘예림피스’도 멤피스에 빠져 있을 때 지은 이름.
작업 중 플레이리스트 반복 작업이 많아 지치지 않으려고 다양하게 듣는다. 요즘 랜덤으로 자주 틀어놓는 것은 미츠키Mitski, 포니 피피엘Phony Ppl, 파라솔의 노래와 팟캐스트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 ‘Design Matters’, ‘Anything Goes’.
주관적 사용법 다리가 3개인 볼 ‘Threelegs Bowl’을 반려견에게 간식 줄 때 사용 중.
피할 수 없는 열기 도자 작업에서 수분은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요소다. 수분도가 맞지 않아 형태가 갈라지거나 터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큰기물 작업을 할 때는 만드는 도중 마르지 않고 전체 수분도가 잘 맞도록 계속 신경 써야 해서 이 과정들을 피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가마에서 불을 만나 생기는 우연의 효과와 미지의 결과는 계속 작업하고 싶게 만든다. 특히 흙 위에 바르는 유약은 불을 만나 다변하고 우연적 표현이 극대화되는데, 예측할 수 없어 재미있고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게 독려한다. 여러 유약과 재료를 흙에 입혀 우연히 탄생하는, 하나뿐인 색의 기물을 만드는 일이 즐겁다.
키워드 일상, 자극, 자유.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ㅣ갓 모티프 ‘갓 볼’ 각 3만9천원, 측우기 모티프 ‘우기 잔’ 3만6천원, 조각보 모티프 수저받침 각 9천원, 모두 삼작소.

김윤삼 삼작소, @sam_jakso
첫 열기 고등학고 1학년, 열일곱 살 때 처음 도자기를 접했다. 아무것도 아니던 흙에서 형태가 생기고, 나라는 사람을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자랐다.
영감 예부터 쓰임이 있던 물건들에서 영감을 얻는다. 갓, 맷돌, 측우기, 기와 같은.
흑토로 빚는다. 그릇에 음식이 담겼을 때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색이 담백하고 어두운 계열, 즉 백색, 재색, 흑색이라 생각해서다. 백색, 재색, 흑색은 유약 시유 과정에서 차이를 두어 표현한다. 옛 물건이 지닌 선의 간결함과 현대적인 무채색 계열의 조화, 여기에 나의 감각을 더해 그릇에 아름다움을 담고자 한다.
피할 수 없는 열기 머그잔에 손잡이를 붙이는 과정은 가장 손이 많이 가는 터라 피하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럼에도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 한잔 마시며 하루 일과와 작업을 시작하는 내게 컵은 가장 자주 애용하는 기물.
키워드 간결함, 선, 쓰임.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ㅣ초록색 화병 ‘Green Mosaic Vase’ 19만원, 흰색 트레이 ‘Piece Of Mosaic’ 11만원, 검은색 작은 그릇 ‘Black Leaf Plate’ 12만원, 검은색 캔들 홀더 ‘Mosaic Leaf Candle Holder’ 17만원, 모두 자연 스튜디오.

조희진 자연 스튜디오, @eastsmoke.info
첫 열기 대학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했다. 흙의 촉감이 좋았고, 유연했다가 소성을 거쳐 단단해지는 이중성에서 어떤 형태든 구워 사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영감 현재는 나의 감정이나 날씨, 형태가 없는 것들.
작업에 따라 달리하며 여러 국산 흙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직접 손과 입이 닿는 식기는 부드러운 흙, 조형 작업은 거칠고 알갱이가 있어 튼튼한 흙 등 때마다 질감이 다른 흙을 다양하게 쓰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나라의 흙도 만져보고 싶다. 예를 들면 여름을 좋아해서 따뜻한 동남아시아, 특히 태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햇빛 쬐며 걸어 다니는 상상을 많이 한다.
주관적 사용법 오브제로서 책 지지대로 쓴다.
작업 중 플레이리스트 모토히코 하마세Motohiko Hamase의 앨범들을 랜덤 재생한다.
피할 수 없는 열기 유악을 입힐 때 한 자세를 오래 취해야 해서 어깨가 많이 아프다. 그래도 마지막 결실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다. 매일 흙도 마음도 다르다는 것, 매일 작업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일 때 즐겁다. 끝없는 변화와 순환이 반복되는 매일을 쌓아 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성실하고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

피처 에디터
김은희
포토그래퍼
김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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