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이적할 다음 리그 집중 분석

2022.06.08신기호

여름 이적 시장과 카타르 월드컵이 가까워질수록 김민재의 주가 상승이 거침없다. 한국형 통곡의 벽, 괴물 수비수 김민재는 지금 얼마큼 우뚝한가.

5년 전으로 돌아가자. 2017년 새해를 맞이한 김민재는 3부 경주 한수원 소속이었다. 2주 뒤 김민재는 1부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이 소식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정말 좋은 선수”라고 말했지만, 기자들은 시큰둥했다. 감독이 영입한 선수를 칭찬하는 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민재는 정말 남달랐다. 개막전부터 선발 출전하더니 9월이 되자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김민재는 K리그 클래식(1부) 베스트XI과 영플레이어상을 차지했다. 3부 중앙 수비수에서 대한민국 최고 센터백이 되기까지 단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K리그에서 두 시즌을 뛴 김민재는 2019년 갑자기 중국 슈퍼리그로 이적했다. 중국행 명분은 거절하기 힘든 금전 조건이었다. 하지만 중국 무대는 김민재에게 명백한 시간 낭비였다. 다행히 베이징 궈안에서 뛰면서 꾸준히 유럽 진출을 모색한 덕분에 중국 생활은 2년 반 만에 정리되었다. 행선지는 터키 빅3 중 하나인 페네르바체. 김민재는 짐을 풀자마자 실전에 투입되었다. 김민재는 5년 만에 대한민국 3부에서 유럽 리그 주전 중앙 수비수로 변신했다. 주가는 지금도 우상향 중이다.
5월 초, 김민재는 오른쪽 발목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국내로 복귀했다. 리그 잔여 4경기인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상 유럽 첫 시즌을 마감했다고 볼 수 있다. 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에서 제시한 김민재의 시장 가치는 2021년 8월 입단 당시 3백만 유로에서 두 달 만에 6백50만 유로로 뛰었다. 그리고 올 1월 9백만유로를 기록하더니 가장 최근 측정 시점인 3월에는 1천1백만 유로가 찍혔다. 유럽 진출 반 시즌 만에 열린 지난 1월 이적 시장에서부터 일찌감치 이적설이 돌기 시작했다. 수요는 가격을 올리는 법이다. 터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네르바체는 김민재에게 가격표 2천5백만 유로(약 3백36억원)를 붙였다. 페네르바체는 유럽 축구 시장에서 본인들의 포지션을 잘 안다. 제3국 선수를 저렴하게 건져와서 더 큰 리그에 비싼 값에 되판다. 팀의 주축이라 해도 흥정만 되면 미련 없이 보낸다. 터키 현지 여론도 올여름 김민재가 떠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다만 2022년 여름 이적 시장은 타이밍이 애매하다. 내년 시즌 도중인 11월 카타르 월드컵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본선 진출을 확정한 32개국 대표급 선수들에겐 월드컵이야말로 다음 시즌 벌어질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월드컵 출전 및 활약 여부는 선수 가치 평가에 크게 작용한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코앞에 두고 섣불리 이적했다가 새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월드컵 출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하지만 김민재는 이런 고민이 덜한 편이다. 벤투호에서 입지가 워낙 탄탄해 몸만 성하면 최종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이적 시장은 복잡하게 연결된다.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페네르바체에서 뛰며 최고 컨디션으로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해 본인의 행운을 시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물론 지금도 김민재는 여러 곳에서 구애를 받는다. 가장 빈번하게 들리는 이름은 토트넘 홋스퍼다. 터키 현지 매체 <파나틱>은 4월 갈라타사라이를 상대했던 이스탄불 더비에서 토트넘 스카우트가 경기력을 직접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검증이 어렵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토트넘은 이미 손흥민 영입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런 경험은 또 다른 한국인 선수 영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 시즌을 통해 드러났듯이 토트넘은 수비 라인을 정비해야 한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성에 차는 자원은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유일하다. 에릭 다이어는 원래 포지션이 홀딩 미드필더다. 다빈손 산체스는 잠재력이 터지지 않아 거의 포기 모드에 들어갔다. 자페 탕강가는 성장이 주춤한 상태다. 콘테 감독으로서는 당장 센터백을 최소 두 명 이상 뽑아야 한다. 산체스가 6백61억원이었다. 김민재의 몸값 3백36억원은 토트넘이 가볍게 쇼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콘테 감독이 김민재를 원하는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된다. 냉정하게 보자면, 콘테 감독이 더 비싼, 빅리그에서 검증된 센터백을 선호할 수도 있다. 이적설이 자주 보도된다고 해서 토트넘이 무조건 김민재 영입에 ‘올인’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세상에는 우수한 경쟁자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올여름 가장 급한 곳은 첼시다. 현재 백3 주전으로 뛰는 안토니오 뤼디거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는 시즌 종료 후 이탈이 확정적이고, 백업 자원인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도 떠난다. 치아구 시우바는 올 9월 만 38세가 된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최종 수비진에서만 3명 이상을 새로 영입해야 한다. 팀을 떠나는 주전 멤버들과 비교하면 벅찰지 모르지만, 어린 트레버 찰로바(22)나 말랑 사르(23)라면 김민재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첼시가 직접 김민재를 데려가지 않는다 해도 수비수 영입 작업은 다른 클럽에 연쇄적으로 작용한다. 그게 돌고 돌아 김민재에게 닿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에버턴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잔류 사투 중이라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행여 2부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에버턴은 김민재 플랜에서 삭제될 수밖에 없다. 본인 스스로 2부 선수가 될 필요는 없다.
톱리그의 중하위권 클럽이 김민재의 공격 재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는 한 단계 아래 리그에 있는 강호 클럽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지난 1월 접근했던 나폴리를 생각할 수 있다. 올 시즌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의 나폴리는 이미 내년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터줏대감 칼리두 쿨리발리가 서른 줄에 들어섰고, 아미르 라마니(28)와 주앙 제수스(30)가 센터백 포지션을 맡는다. 1월 이적 시장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임대로 데려온 악셀 튀앙제브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알다시피 세리에A는 수비 전술 면에서 세계 최고 지도자들이 모인 곳이다. 주전 경쟁이 쉽지 않겠지만, 이탈리아 무대에 선다면 김민재는 중앙 수비수로서 더할 나위 없는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유럽 빅5 리그 중에서 세리에A가 선수 변동이 심하다는 특성도 긍정적이다. 다만 세리에A 클럽들은 살림살이가 프리미어리그보다 작아서 페네르바체의 요구액을 흔쾌히 수락하긴 어렵다. 이 부분은 독일 분데스리가도 마찬가지다.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 유럽 시장에서 터키 슈퍼리그는 정상권 리그와 격차가 크다.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배정을 결정하는 테이블에서 터키의 순위는 13번째다. 오스트리아(10위), 스코틀랜드(11위), 우크라이나(12위)보다 아래다. 터키에서 정상급 센터백 대접을 받아도 무림 강호에 나가면 평가가 절하된다. 과거 통계가 터키 리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슈퍼리그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수비수는 2017년 페네르바체에서 세비야로 이적한 덴마크 국가대표 시몬 카예르다. 이적료가 1천2백50만 유로(약 1백68억원)밖에 안 된다. 가장 최근에는 터키 신예들인 오즈만 카박(슈투트가르트)과 메리흐 데미랄(사수올로)이 빅5 리그 진출에 성공했는데 몸값은 1천만 유로(약 1백34억원) 수준에서 형성되었다. 게다가 김민재의 국적은 축구 변방인 대한민국이다. 페네르바체의 요구에 응할 클럽이 선뜻 나오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선수 주변에서 “최근 다양한 영입 제안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다들 ‘달라는 대로 주고 무조건 데려가겠다’라는 뜻은 아니다. 전술한 대로 이적 협상은 다양하고 무질서한 변수가 점 하나로 모여야만 겨우 타결된다. 김민재는 구애를 보내는 곳의 겉모습이 아니라 자신과의 궁합을 최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대인마크 능력과 함께 빠른 발과 과감한 전진 능력이 김민재의 차별화 포인트다. 그 부분을 살리려면 일상적으로 공격하는 팀을 골라야 한다. 어느 리그든 팀 전력이 강해야 공격 축구를 고수한다. 톱리그에 가면 좋겠지만, 늘 실점을 허용하는 중하위권 클럽보다는 한 단계 아래에 있더라도 상대를 압도하는 ‘로컬 빅클럽’에서 김민재가 더 빛날 수 있다. 최대한 빨리 토트넘 혹은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면 베스트다. 하지만 유럽 축구의 이적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판이 아니다. 김민재로서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올해 말 카타르 월드컵까지 시야에 넣은 채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글 / 홍재민(축구 전문 기자)

피처 에디터
신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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