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2022 밀란 가구 박람회에서 시선을 붙잡는 새 오브제 6점

2022.06.12김은희

이 가구로 주세요.

TALK, Padded lounge armchair, Alessandro Di Prisco, 2022, Mogg. 
버터를 끼우기 위해 슬쩍 접으려는 식빵이 떠오른다. 토크 TALK란 이름의 이 소파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나폴리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디 프리스코 Alessandro Di Prisco도 동일한 영감에서 출발했는지는 몰라도, 소파의 브랜드 이탈리아 모그 Mogg의 설명에 따르면 “동일한 모양을 세 요소(시트와 다리 2개)로 구성해 기하학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단순하고 본질적인 라인”을 표현하고자 했다. 단순하고 본질적으로 귀여워서 풍덩 앉아보고 싶다.

 

CONTAINER, Sideboard, E-ggs Design, 2022, Miniforms. 
이름 그대로 ‘컨테이너 Container’. 부산항에 달인의 테트리스처럼 차곡차곡 쌓인 컨테이너 박스를 볼 때 묘하게 희열을 느끼는 이라면 나처럼 이 정직한 컨테이너에 흐뭇할 것이다. 기다란 형태와 수납이 적절할수록 역할에 빛을 발하는 사이드보드에 알맞게 컨테이너의 능력과 모양새를 그대로 옮겨왔다. 다리 부분은 목재로 마감하여 너무 투박하지 않게 마무리한 것도 포인트다.

 

Photo by Pierpaolo Ferrari.

TIZIO 50 YEARS, Lighiting, Richard Sapper, 2022, Artemide. 
공학도가 아닌 사람도 샤프와 각도기, 컴퍼스, 무엇이든 들고 책상에 붙어 앉아 있고 싶게 만드는 이 조명을 보라. 아르테미데 설립자이자 디자이너 에르네스토 지스몬디 Ernesto Gismondi와 함께 티지오 Tizio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리차드 쉐퍼 Richard Sapper는 조명이란 그 무엇보다 어디로든 빛을 보내야 한다 생각했다. 티지오는 “손가락 하나로 조절할 수 있고, 관절이 마모되어 테이블에 떨어지지 않는 테이블 램프를 원했다”라는 그의 철학대로 위아래 좌우 부드럽게 헤드를 움직일 수 있는 건축적인 조명이다. 티지오 탄생 50주년을 맞아 생전 리차드 쉐퍼가 가장 좋아한 레드 컬러를 옷 입혔다. 어김없이 빛난다.

 

ICONA CLASSIC, Taps, Vincent Van Duysen, 2022, Fantini.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무리 다가서도 물을 하사해 주지 않는 자동 수도꼭지나, 위아래로 들어 올리는 손잡이가 너덜거려 물이 새모이만큼 흐르는 수도꼭지를 만날 때면, 유서 깊은 호텔의 클래식한 밸브형 수도꼭지가 그리워진다. 하이엔드 수전 브랜드 판티니 Fantini를 위해 벨기에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빈센트 반 듀이센 Vincent Van Duysen이 디자인한 클래식한 밸브형 수도꼭지는 고전적이되 그의 디자인 철학에 따라 조금 더 미니멀하다.

 

SOPHIA, A Perfect Set Of Fitness Accessories, 2022, Pent.
특히 호텔을 타깃으로 한 피트니스 액세서리 세트. 럭셔리 피트니스 아이템을 디자인하는 브랜드 펜트 Pent에서 새로 선보였다. 이렇게 간결하고 점잖은 피트니스 세트라면 우리 집에도 하나 두고 싶다. 덤벨, 케틀벨, 텀블러, 무선 스피커나 아이패드 등 운동에 필요한 모든 액세서리가 포함돼있는데, 이들이 떨어지지 않게 카트 선반에 작은 홈을 패고 올려 둔 배려는 기본이다. 팔굽혀펴기 장치, 줄넘기 등은 서랍에 보관돼있다. 어디든 끌고 가 운동할 수 있는 이 카트를 칵테일 카트로 쓰지만 않는다면야 운동을 보조하는 세트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HALFMOON DORMEUSE, Sofa, Leonardo Talarico, 2022, Trussardi Casa.
당대 디자인이 모이는 밀란 가구 박람회 Salone del Mobile Milano 같은 자리에서 아무래도 기대하게 되는 것은 이전에 본 적 없던 신선함이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레오나르도 탈라리코 Leonardo Talarico가 디자인한 소파를 마주할 때와 같이 말이다. 바나나를 닮은 듯한 외형이 익숙함을 불러올 수 있으나 이 소파 양 끝에 두 사람이 앉으면 시소처럼 될 것인가, 호기심 돌게 하는 낯섦이 눈길을 끈다. 혼자 데이베드로 사용하면 가장 편할 듯하다. 레오나르도 탈라리코의 그간 작업을 살펴보니 선의 미학을 좇는 그의 집요함이 재밌다. 제품명 중 ‘도르뫼즈 Dormeuse’라는 단어는 잠자는 사람이란 의미.

피처 에디터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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