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지큐 코리아 8월호 커버의 주인공 ‘전종서’

2022.07.22신기호

촬영을 마친 전종서가 말했다.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그랑 드 뿌드르 재킷, 샤이니 저지 타이츠, 카프 스킨 글로브, 페이턴트 레더 SUE 펌프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드럼드 램스킨 트렌치코트, 캐시미어 터틀넥 스웨터, 샤이니 저지 타이츠, 라인스톤 바게트 이어링, 골드 체인 네크리스, 화이트 페이턴트 레더 펌프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요즘 연천에서 머물고 있다고요?
JS 네. 재밌는 게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세트장도 연천이었고, <몸값>이라는 영화도 연천에서 촬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발레리나>도 연천에서 찍고 있어요. 그래서 ‘종이의 집’ 배우들이 절 ‘연천댁’이라고 불러요.(웃음)
GQ 아까 카메라 앞에서는 무슨 생각을 그리 했어요? 화보 찍을 때요.
JS 저는 희한하게 카메라 앞에서 생각이 제일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밖에서 생각이 많고. 그래서 되레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단순해지고. 카메라 앞에서요. 그런지는 좀 됐어요.
GQ 그렇게 아무 생각 없는 상태에서 촬영된 결과물을 보면 ‘내 모습이다’ 싶어요?
JS 음, 그건 더 해 봐야 알 것 같아요. 아직 제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패션 쪽에 관심이 정말 많은데, 욕심만큼 경험이 많은 건 또 아니라서. 그런데 화보 찍는 거 재밌어요 전.

화이트 에코 퍼 코트,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벨벳 V넥 미디 원피스, 실크 메시 삭스, 페이턴트 가죽 실바나 펌프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이야기 좀 해볼까요. 종서 씨는 반응을 일일이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
JS 네. 저는 거의요. 아니, 아예 안 본다고 해도 될 정도예요. 그런데 ‘종이의 집’은 처음으로 다 찾아봤어요. 음···, 아무튼. 3~4일은 진짜 힘들었고, 일주일 정도는 하, 잠도 못 잤어요. 지금은 좀 지나니까 괜찮아졌고요.
GQ 힘들었다는 건 반응이?
JS 네. 저는 얼굴이 어떻다, 몸매가 어떻다, 이런 얘기들에 아랑곳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연기 관련한 얘기들, 여기에는 얼굴을 못 들겠더라고요. 귀가 뜨거울 정도로 새빨개졌어요. 속상하죠. 그런데 그 마음은 저한테요. 그런 반응들이 싫다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만들었지 내가?’ 싶은 거죠. 명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싶었고요. 아무튼 저에게 ‘종이의 집’은 도전이었어요. 배운 것도 많았고요.
GQ 반응에 무관심하다가, 왜 ‘종이의 집’은 찾아보게 됐을까요.
JS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원작이 너무 강렬하니까. 당연히 대중의 기대가 컸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크레이프 미니 드레스, 메탈 드롭 이어링,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벨벳 V넥 미디 원피스, 실크 메시 삭스, 페이턴트 가죽 실바나 펌프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최근에 생각이 달라졌다고요. 이전에는 ‘내 만족을 위한’ 작품 선택이 대부분 이었다면, 이제는 ‘대중적인’ 작품을 하는 쪽으로요. 그런 배경에서 했던 첫 번째 선택이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이었고.
JS 네. 이전에는 내가 재밌어야 했어요. 주변에서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해도 제가 흥미로우면 했죠. 그럴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좀 바뀌었어요. ‘보는 사람이 재밌어야지’로.
GQ 거기에 종서 씨도 재밌으면 가장 좋죠.
JS 그렇죠. 그런데요, 생각을 바꾸긴 했지만 한편으론 이런 기대도 있어요. 흐흐. ‘에이, 내가 좋아하는 걸 확 해버리면 그것도 좋아하지 않을까.’
GQ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어요?
JS 주변에서 이야기가 많았어요. “드라마도 해라”, “더 활발하게 활동 좀 해라”, “SNS도 해라” 이런 말들. 그 때마다 저는 또 “싫은데?”,“나 하고싶은 거 할 건데?”, “좀 숨어 지내면 안 되나” 이런 반응이었고. 그런데 사실 이럴 거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죠. 누군가를 상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요. 하지만 제 일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어느 날 깊게 고민하면서 성찰했던 것 같아요.

그랑 드 뿌드르 실크 라펠 롱 코트, 아세테이트 선글라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그랑 드 뿌드르 실크 라펠 롱 코트,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그런데 저는 종서 씨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 잠깐 했어요.
JS 네, 제가 말은 이렇게 해도 막상 안 바뀔 거예요.
GQ 바뀌면 종서 씨가 힘들겠죠.
JS 맞아요. 제가 힘들겠죠 아마? 더 크게는 제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나, 연기를 좋아하는 근본적인 감정들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테고요. 제가 연기를 하며 느끼는 순수한 재미가 사라질 수도 있겠죠.
GQ 아, 안돼.
JS (웃음)그런데 결국 저란 사람은 제가 하고싶은 거 하고, 하기싫은 건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바뀔까? 본성이잖아요. 아마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블랙 나일론 코트, 크레이프 미니 드레스, 메탈 드롭 이어링, 메시 타이츠, 페이던트 레더 SUE 펌프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블랙 나일론 코트, 크레이프 미니 드레스, 펠트 페도라,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발레리나>에서도 액션 신이 많죠?
JS 네. 아직 액션 신을 찍진 않았어요. 아직 끓기 전, 뜨거워지는 과정에 있어요. 그런데 <발레리나>가 액션 영화로 소개되진 않았음 좋겠어요. 액션을 하는 이유, 그렇게까지 싸워야 하는 이유가 더 보여야 하는 영화거든요.
GQ 종서 씨가 맡은 캐릭터들 대부분이 강하고 또렷했다고 말하면 동의하나요?
JS 네, 대중적으론?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내가 선택한 캐릭터들이 대체로 센 캐릭터다?’ 저는 이해가 안 됐어요.
GQ 종서 씨의 선택이, 아니면 캐릭터가 세다는 게?
JS 캐릭터요. 저는 센 걸 싫어해요. 센 사람, 센 성격, 센 스타일 전부요. 이런걸 무서워해요. 싫어하고요. 그런데 누가 “대체로 그런 캐릭터였잖아?”라고 물으면 “음?” 이렇게 되는 거죠.
GQ 아, 종서 씨는 그 캐릭터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JS 네. 그러니까 이게 어떤 보편성에 있어서 제가 보편적이지 않은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드럼드 램스킨 트렌치코트, 캐시미어 터틀넥 스웨터, 골드 체인 네크리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드럼드 램스킨 트렌치코트, 캐시미어 터틀넥 스웨터, 골드 체인 네크리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예를 들면?
JS 무언가를 보고 열에 아홉은 “무섭다”고 말하는데, 저는 “아닌데, 저건 슬픈 건데” 이렇게 반응할 때가 있거든요. 영화를 예로 들면 <콜>에서 맡았던 ‘영숙’ 은 소시오패스잖아요. 그렇죠. 강렬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정말 천진난만한 캐릭터를 상상했어요. 살인마 보다는 유머러스한? <버닝>도 비슷해요. 당시 제 주변에 생기는 모든 일이 전부 미스터리였을 때 찍은 영화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겠던 시기요. <연애 빠진 로맨스>도 그래요. 손석구 배우님과 로맨스 영화를 찍긴 했지만(웃음) 저는 처음부터 이 영화가 전형적인 로맨스가 아니어서 좋았거든요.
GQ 종서 씨만의 시선이 있는 거니까, 이건 인간 전종서로서도, 배우 전종서로서도 좋다고 생각해요.
JS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이 아홉 명의 말들을 도무지 모르겠는데, 또 요즘 바뀐 생각으로는 이 아홉 명이 좋다고 하는 걸 해야하는 거죠.
GQ 결론이 어느 정도 났어요?
JS 아뇨. 제자리걸음요.(웃음) 그런데 또 이때까지 제가 선택한 캐릭터들을 보면, 아홉 명을 설득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 다른 하나의 시선으로.
GQ 종서 씨의 연기를 좋아한다면, 바로 그 지점이겠죠.
JS 어려워요. 만약 그렇다면 직감을 믿는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의 선택은 ‘재밌다!’라고 느껴서 했던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없었거든요.

페이크 퍼 디테일 울 트윌 점프 수트, 퀼티드 램스킨 박스 백, 미니 버클 벨트, 메탈 체인 브레이슬릿,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그랑 드 뿌드르 실크 라펠 롱 코트, 메시 타이츠, 페이턴트 롱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최근에는 ‘이거 해보고 싶다!’ 같은 거, 있었어요?
JS 저 로맨스가 정말 하고 싶어요.
GQ 그러니까 종서 씨의 다른 시선으로요?
JS 아니요. 이건 전형적인 로맨스요. 진짜 로맨스. 최근에 어떤 한국 드라마를 막 울면서 봤어요. 이 내용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겠고, 다음 화가 어떻게 전개될 지도 다 알겠는데 너무 슬픈 거죠. 여운이 오래 남아서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다’ 그랬어요.
GQ 종서 씨는 스스로의 커리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JS 아뇨. 지금 해보면, 아직 뭔가를 시작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배우라는 일을 아주 단순하게 시작했거든요. 이 일이 너무 좋고, 이 일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요. 이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몇 안 되는 작품들을 했는데 돌아보면 ‘에게?’ 이렇게 되는 거죠. ‘에게?’ 그렇다고 불만족스럽냐, 그건 전혀 아니고요. 아직 제 안에 더 많은 것이 채워져야할 것 같아요. 다른 작품, 다른 모습처럼. 아직 제 안에는 저를 소진시킬 게 엄청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그랑 드 뿌드르 케이프, 캐시미어 터틀넥 스웨터, 레이스 팬츠, 유광 리자드 체인 백, 카프 스킨 글로브,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골드 버튼 디테일 울 코트, 루스핏 울 팬츠, 카프 스킨 글로브,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오늘 만난 종서 씨는 투명한데 어렵고, 솔직한데 모르겠고.(웃음)
JS 맞아요.(웃음) 저 단순해요. “아,재미 없어” 이러다가도 옆에서 누가 “재밌는데?” 하면 슬금슬금 관심이 생겨요. 금방금방 바뀌고. 그러니까 어디에 오래 묶여있지 않는 스타일 같아요. 그게 생각이든, 감정이든. 근데 또 뒤끝은 세요.(웃음) 저도 저를 알 수 없어요. 이랬다, 저랬다.
GQ 종서 씨가 가장 우선하는 가치는 뭐예요?
JS 사람 이었는데요, 지금은 감정인 것 같아요. 어디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감정은 인간이 가진 전부다.” 그러니까 많이 느끼고, 경험하고 하라고. 저도 그러려고요.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려고요. 이 사람하고도 연결돼보고, 또 까여도 보고. 아마 상처도 주겠죠? 나도 모르게.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런거 참 징그러워요. 거기서 벗어나고 싶은데 다시 거기로 돌아가게 되고. 그게 한편으로는 징그러워요. 관계라고 하나요.
GQ 다들 그렇잖아요. 뻔한데, 다 알 것 같은데, 다들 가 보잖아요. 종서 씨가 봤던 드라마처럼.
JS 맞아요. 그렇죠? 다들 그래.
GQ 지금 종서 씨를 포트레이트로 남기면 어떤 표정이 찍힐까요?
JS 멍한? 텅 빈 얼굴이 나올 것 같아요. 아무런 생각도 없어 보이는 얼굴.
GQ 가끔은 정말,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안될 때가 있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JS 그럴 땐 그냥 자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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