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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린이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영화 속 요리 4

2022.07.31김은희

손 뻗어 맛보고 싶은 이 요리.

소스 올랑데즈ㅣ줄리 & 줄리아
“요리사 없는 미국인들이 쉽게 프랑스 요리를 하게끔” 르 코르동 블루를 비롯해 여러 프렌치 셰프에게 직접 배운 프랑스 요리를 최대한 쉬운 방법과 언어로 소개한 미국인 셰프 줄리아 차일드. 그리고 그가 낸 요리책에 담긴 524가지 메뉴를 365일 동안 도전하고 그 기록을 남긴 블로그로 유명해진 줄리 포웰. <줄리 & 줄리아>는 이들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평범한 생활에 묘미를 더하고 싶었던 사회인 줄리 포웰이 도전 첫날 시도한 요리가 소스 올랑데즈다. “녹인 버터에 달걀노른자를 넣고 크림이 될 때까지 잘 섞어주는 거죠.” 이내 완성한 소스를 찍어 먹고는 “지구로 운석이 날아와 30일 밖에 살 수 없다면 전 버터를 먹으며 보낼래요”라며 감흥에 몸둘 바 모르는 줄리에 이입되어 엉덩이가 들썩인 것도 잠깐, 웬걸, 실제 줄리아 차일드 요리책의 국내 번역서 <프랑스 요리의 기술>을 펼쳐 보니···, 우리 집에 상주 요리사가 있으면 좋겠다.
영화에 틀린 장면은 없으나 뚝딱 축약하기에는 줄리아 차일드가 고심하고 연구한 프렌치 요리가 깊고 넓다. 한국의 줄리 포웰이기를 포기한 나를 대신할 누군가를 위해, 줄리아 차일드가 1961년 책 출간을 앞두고 특히 “이 레시피를 훔치려고 안달 난 사람들이 있으니 누구에게도 미리 보여줘선 안 된다” 강조한 소스 올랑데즈 레시피를 공유한다. 흔히 에그 베네딕트나 수란에 더해 즐기며, 포테이토스틱, 감자칩, 당근, 셀러리, 무엇을 찍어 먹든 맛있다.

Ingredients (4~6인분 기준) 버터 170~220그램, 달걀노른자 3개, 찬물 1티스푼, 레몬즙 1티스푼, 소금 넉넉하게 1자밤, 백후추 조금
Directions
① 소스 팬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버터를 넣고 중간 불로 녹인 뒤 한편에 둔다.
② 다른 소스 팬에 달걀노른자를 넣고 거품기로 약 1분간 저어 걸쭉하고 진득하게 만든다.
③ 달걀노른자에 물, 레몬즙, 소금을 넣고 30초 동안 더 젓는다.
④ 차가운 버터를 한 1티스푼 넣되 휘젓지 말고, 소스 팬을 아주 약한 불 위에 올린 뒤 거품기로 1~2분간, 달걀 혼합물이 거품기에 묽은 크림처럼 엉겨붙을 때까지 젓는다. ⑤ 소스 팬을 불에서 내린 뒤 차가운 버터 1티스푼을 또 더한다. ⑥ 한편에 놔둔 녹인 버터를 약 4분의 1티스푼씩 넣으며 거품기로 휘젓는다. 아주 진한 크림의 농도로 걸쭉해지면 녹인 버터를 더 빠르게 붓는다. 이때 침전물은 넣지 않도록 유의한다. ⑦ 취향에 따라 소금, 후추, 레몬즙을 더해 완성한다.

 

돼지고기 허리 살과 과일 소스ㅣ한니발
“ 돼지고기의 경계선을 봤을 때 (고기와) 떨어져 있고 겹겹이 쌓여 있기도 한 모습이 프로슈토로 감싼 것으로 추측됩니다. 색깔과 보편적으로 어울리는 재료로 볼 때 크랜베리를 사용한 소스 같고요.” 무심하게 “돼지고기 허리 살이에요. 과일 소스로 맛을 냈죠” 소개하고 끝인 극 중 요리사 한니발 렉터 박사와 달리, 레스토랑 트리드 Trid를 이끄는 강승원 셰프는 다정하고도 유심하다. 강승원 셰프가 추측한 레시피는 이러하다. “돼지고기는 로스트, 찜, 수비드 중 한 가지 조리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저는 현대 조리법으로 가장 간편하게 많이 쓰이는 방법인 수비드를 택했습니다. 소스는 과일로만 만들면 풍미가 부족하니 육류 뼈와 육즙으로 만들어 감칠맛이 좋은 쥬 Jus를 함께 섞으면 좋겠고요, 곁들이는 재료는 보기에 생 Raw 느낌이 강해 데치고 자르는 정도로 구성했습니다.” 추측이 얼마나 맞을지 모르겠다면서도 망설임 없이 전해지는 요리에 대한 강단에, 손님으로 트리드를 다시 찾을 사적 흥분을 감추고 있던 에디터의 침샘이 이내 또 터져버렸다.
“크랜베리를 대신할 만한 8월 제철 과일 소스로는 실제로 요즘 저희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요리가 있습니다. 프로마쥬블랑 크림 한 스쿱에 참외와 레몬즙으로 만든 소스를 주변에 자박하게 뿌린 뒤, 참외로 만든 젤리와 참외 과육을 얹고, 달꽃 등 각종 허브를 얹어 마무리하는 요리예요. 3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참외를 맛볼 수 있죠.”

Ingredients 돼지 허리 살(등심) 원하는 양만큼, 돼지 허리 살을 감쌀 정도의 프로슈토, 크랜베리 소스, 그린빈스와 블루 치즈, 꾀꼬리버섯, 만가닥버섯은 곁들이고 싶은 만큼
Directions
① 돼지 허리 살을 소금물에 염지한 뒤 프로슈토를 둘러 감싼다.
② 진공 포장한 뒤 저온 조리(수비드)한다.
③ 조리된 고기는 포장을 벗기고 얇게 슬라이스한다.
④ 크랜베리 주스를 내린 뒤 약간의 설탕과 치킨쥬 Chicken Jus를 넣고 졸여 소스를 만든다.
⑤ 블루 치즈는 한입 크기로 뜯고 버섯들과 그린빈스를 소금물에 데쳐 함께 곁들인다.

 

사과주ㅣ판타스틱 Mr. 폭스
“목에서는 타고, 배에서는 끓고. 녹은 순금과 거의 같은 맛이지.” 멋쟁이 여우 미스터 폭스 씨를 끌어 당기는 홀쭉이 인간 빈의 창고에는 사과주가 금빛을 뿜어낸다. ‘사려 깊은 성인들을 위한 액체’를 만드는 이쁜꽃 대표 양유미 양조사가 우리 스스로 아름다운 사과주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한국의 유일한 내추럴 사과주라 말할 수 있는 레돔 Lesdom의 시드르, 은은하고 순하고 차게 해서 마시면 그만인 그것 자체도 추천하지만, 사과즙에 효모를 넣고 기다려 만들어보는 나만의 사과주도 재밌죠.” 그런데 술이 되었다 안 되었다, 마실 수 있다 없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초보 양조사는 걱정이 앞선다.
“기포가 발생하면 발효가 시작됐다는 뜻, 중단되면 발효가 멈췄다는 뜻이에요. 사실 가정에서라면 판단은 순전히 오감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일 좋은 건 매일 관찰하고 조금씩 맛보면서 ‘이때다’ 싶을 때 (액체만) 걸러 호로록 마시는 거예요.” 양조로 성장일기를 써내려가 볼까 의욕이 부글거리는 차에 양유미 대표가 배에서 끓는 제안을 한다. “저라면 무농약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 복숭아, 자두를 한데 으깨서 나만의 서머 와인을 만들겠습니다. 인공 효모를 넣지 않고 야생 효모가 활동하길 기대하면서, 매일 관찰하는 즐거움을 챙기면서요.” 레시피는요? “으깨서 방치한다. 다소 원시적이에요. 운이 좋으면 일주일 만에도, 김치 냉장고에 넣고 잊어버린 채로 몇 년 후 마셔도 좋죠.”

Ingredients 사과주스나 사과는 원하는 양만큼, 온라인으로도 구매 가능한 양조용 효모 퍼미빈 혹은 랄빈(사과즙의 0.1퍼센트)
Directions
① 아주 쉽게는 사과주스에 양조용 효모 퍼미빈이나 랄빈을 0.1퍼센트 투입한다. 손이 가더라도 좀 더 맛있는 사과주를 맛보고 싶다면 사과를 직접 갈아 착즙한다. 이쁜꽃 양유미 대표가 공유하는 사과 고르는 팁. “사과주를 만드는 즐거움은 내가 설계하고 싶은 맛에 따라 사과 품종을 블렌딩해볼 수 있다는 데 있어요. 달콤한 맛을 강조하고 싶다면 부사, 산미를 원한다면 홍옥으로 밸런스를 맞춰볼 수 있겠습니다.”
② 모험심이 강하다면 무농약으로 재배한 사과를 갈아 즙을 짠 후 야생 효모가 활동하길 기대하며 방치해봐도 재미있다. 단, 곰팡이가 보이거나 냄새가 이상하면 먹지 말 것.
③ 앞의 과정 모두, 발효하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게끔 보관용기 뚜껑을 살짝 열어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1~2주 둔다.

 

바지락 베이컨 버터 양배추찜ㅣ어제 뭐 먹었어?
매일 두 남자가 한 집,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다. 대부분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피로를 녹이는 저녁 시간에, 때론 개운한 주말 아침이나 점심 시간에, 연말연시 특별한 연휴에는 항상 함께 수저를 든다. 이들에게는 휘저어 곱게 푸는 달걀이, 맑게 우리는 육수가, 속까지 제대로 익힌 닭다리 살이 사랑한다는 언어를 대신한다. 드라마 <어제 뭐 먹었어?>에서는 밥을 먹는 행위, 가능하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는 행위란 널리 알려야 할 자비라는 듯이 매 화마다 식사 준비 과정을 요리 프로그램 못지않게 세심히 다루는데, 하여 그중에서도 손쉽게 따라 해볼 용기가 나는 요리를 받아 적고 직접 만들어보았다.
요리용 술인 미림을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미림이라 말했기에 “술 50시시”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는 드라마 속 제품과 같이 투명한 액체인 소주를 사용했다. 간 마늘은 취향대로 한 스푼, “간장 조금”은 극 중 니시지마 히데토시(카케이 시로 역)의 손놀림대로 냄비에 두 바퀴 술술 돌렸다. 너무 간단해서 이거 과연 먹을 만할까 의심스러운 마음은 냄비 뚜껑을 열자 훅 풍기는 풍요로운 버터 향 덕에 한 번, 오묘한 얼굴이어도 남김 없이 먹어준 상대방 덕에 두 번 안정됐다. 이것은 신뢰의 맛. 추신 남은 바지락은 극 중 조언대로 해감한 후 지퍼 백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다음에 또 간편히 요리할 수 있다. “조개류는 냉동해도 살아 있어 가열하면 입을 잘 벌린다.”

Ingredients 양배추 반 통, 베이컨 2장, 술과 물 각 50시시, 버터 크게 2스푼, 바지락과 간 마늘, 간장, 흑후추는 취향대로
Directions
① 양배추를 한입 크기보다는 조금 더 큼직하게 썬다.
② 베이컨 2장을 적당한 크기로 썬다.
③ 썬 양배추와 베이컨을 큰 냄비에 넣고 술과 물을 붓는다.
④ 양배추가 어느 정도 익으면 해감한 바지락과 버터 2조각을 넣는다.
⑤ 취향대로 간 마늘을 더한 후 뚜껑을 닫고 익힌다.
⑥ 바지락이 입을 벌리고 재료들이 익으면 완성. 간장은 간을 봐가며, 흑후추는 취향대로 더한다.

피처 에디터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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