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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그레이 "제가 아는 한국어는 ‘냉장고’, ‘엎드려’, ‘아깝다’예요"

2022.08.22하예진

서울 꽃 배달부, 코난 그레이.

스타디움 재킷 가격 미정, 벨루티. 골드 데님 팬츠 49만원대, 가니.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 튜닉 스커트 1백99만8천원, 뮌. 큐빅 장식 슈즈 가격 미정, 디올 맨. 참 네크리스, 골드 티아라 가격 미정, 모두 돌체&가바나. 원석 링 가격 미정, 벨앤누보. 양말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이어링은 코난 그레이의 것.

GQ 어제 막 한국에 도착했죠? 잘 잤어요?
CG 악몽을 꿨어요. 숲에서 괴물에게 쫓기는 꿈을 꿨는데, 요즘 <기묘한 이야기> 새 시즌을 보고 있어서 그런지 영화 내용이 꿈속으로 스며들었나 봐요. 보통은 시차 적응 때문에 잠을 설치는데 꿈까지 꾸면서 잤네요.
GQ 한국에서는 악몽을 꾸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CG 우와, 정말요? 왜요?
GQ 부정적인 징조를 긍정적인 기대로 전환하는 거랄까요.
CG 재밌다,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오늘 촬영이 잘되려나 봐요. 비도 안 오고.
GQ 어제 공항에 굉장히 많은 한국 팬이 마중을 나갔던데요?
CG 한국 팬들은 정말 열정적이에요. 귀엽고 재밌는 플래카드와 선물에서부터 유머가 묻어나는 사람들이죠. 사실 투어로 찾는 모든 나라에서 이런 뜨거운 인상을 받진 않거든요. 이번에 한국에서 제가 지금껏 받아본 환대 중 가장 따뜻하고 큰 환영을 받았어요.
GQ 어떤 선물을 받았어요?
CG 모두가 바이닐 앨범에 사인을 부탁했는데, 2018년에 발매한 제 첫 EP 앨범을 가져왔을 거라고는 기대 못 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저를 응원해줬다는 사실에 정말 신났죠.

플라워 패턴 재킷 1백89만원, 김서룡. 시스루 디테일 톱 86만9천원, 올리브 컬러 벨벳 팬츠 70만8천원, 모두 푸시버튼. 화이트 슬래시 슈즈 126만원대, 준태킴. 십자가 펜던트 네크리스 가격 미정, 벨앤누보. 이어링은 코난 그레이의 것.

GQ 인천공항에서 손가락 하트와 윙크하는 사진 봤어요. 시그니처 포즈인가요?
CG 제가 블랙핑크의 엄청난 팬이거든요. 친구들 만나면 BTS나 블랙핑크 같은 케이팝 아티스트 인터뷰 영상을 함께 보곤 해요. 그래서 손가락 하트도 좋아하는데, 정말 귀엽잖아요. 미국 도입이 시급해요.
GQ 한국어는 많이 늘었어요?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냉장고’, ‘엎드려’, ‘아깝다’를 알고 있다고 해서 의외였어요.
CG 발전 없어요. 여전히 그 셋만 알아요. 더 많은 표현을 배워야 하는데 말예요.
GQ 보통 다른 언어를 배울 땐 ‘헬로, 땡큐, 알러뷰’ 이런 표현부터 배우지 않나요? 그런 의외의 말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예요?
CG 인생의 많은 시기를 한국인 새어머니와 함께 보냈거든요. 저녁 시간에 밥을 남기면 “아이, 아깝다” 하셨죠. 강아지도 키웠던지라 ‘엎드려’도 알고 있고요.
GQ 팬들 사이에서 코난이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해서 ‘엎드려’를 아는 게 아닐까하는 추측이 난무했는데, 미스터리가 풀렸네요. 라이더(아티스트의 대기실 요청 사항)로는 뭘 부탁했어요?
CG 항상 그래놀라 바를 주문해요. 제가 좋아하는 완두콩인 슈거 스냅 피도요. 커피도 언제나 빠질 수 없죠.
GQ 하루에 아몬드 두 알만 먹을 때도 있다고요. 식탐 대신 무엇에 욕심이 있어요?
CG 저 맛있는 음식 정말 좋아하는걸요. 일한다고 먹는 것 자체를 자주 까먹어서 그렇지. 건강 챙기려면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말예요. 음식은 제게 친구들과 나누는 사랑의 언어 같아요. 친구들과 새로운 맛집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고, 친구들과 함께 요리하는 것도 제겐 정말 특별한 시간이에요. 제 최애 음식이 멕시칸 칠리라 친한 여사친 집에 놀러 가면 제일 먼저 칠리부터 만들어줘요. 한 그릇 가득요. 커피도 제가 열렬히 좋아하는 분야인데, 무엇보다 제 인생에서 가장 열정을 쏟는 부분은 우정이에요. 제겐 친구들이 전부예요.

블랙 레더 코트 가격 미정, 돌체&가바나. 실버 네크리스 5천3백40만원, 불가리. 실버 네일 캡 26만원, 새미늄.

GQ 칠리를 만들어주는 여사친이란, 혹시 올리비아 로드리고 말인가요?
CG 에이, 올리비아는 단 한 번도 제게 요리해준 적 없어요. 가끔 재미로 베이킹을 같이 하긴 해요. 저와 친구들은 항상 뭘 함께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
GQ 올리비아와는 어떻게 친해졌어요?
CG 몇 년 전에 올리비아가 쓴 ‘All I Want’ 노래를 들었는데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당시의 제겐 스스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을 발견하는 게 드문 일이라 반가웠거든요. 특히 저처럼 베드룸 뮤직 만드는 또래가 있다는 것에 흥분했죠. 곧장 네 노래 ‘어메이징’하다고 DM을 보냈고 우린 이내 친구가 됐어요.
GQ 어떤 점에서 잘 통하는 것 같아요?
CG 올리비아와 저는 정말 비슷한 사람 같아요. 살면서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언제 어디든 연결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게 안정되고 나와 똑 닮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어 다행이죠. 친구는 제 삶의 전부예요. 제겐 우정이 너무 중요해요.
GQ 빌리 아일리시와도 친한 사이죠. 빌리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 다녀갔는데, 빌리 혹은 한국을 다녀갔던 동료들이 한국에 가면 가보라고 추천한 곳이 있나요?
CG 롯데월드요. 친구들이 추천해준 건 아니고, 한국인 새엄마가 유년 시절에 심어준 환상이랄까요. 어렸을 때부터 정말 가 보고 싶었던 마법 같은 곳이에요.
GQ 마치 디즈니랜드처럼요? 한국에서는 어떤 인연을 만들고 싶어요?
CG 관심 있는 한국 뮤지션은 너무 많죠. BTS가 LA 왔을 때 보러 가기도 했어요.

실버 메커니컬 기어 톱 가격 미정, 일리. 레더 체커보드 팬츠 가격 미정, 아미리. 화이트 골드 다이아몬드 네크리스 1억 2천9백만원, 불가리. 원석 링 가격 미정, 모두 벨앤누보. 로고 링 41만원, 알렉산더 맥퀸. 핑크 슈즈, 슬리브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이어링은 코난 그레이의 것.

GQ BTS 말고는 누구에게 관심 있어요?
CG 기승전 블랙핑크요! 저와 제 친구들은 완전 블랙핑크에 사로잡혀 있어요. 이 노래 한번 들어볼까 하는 수준이 아니라 블랙핑크의 모든 노래, 뮤직비디오를 꿰고 있을 정도로요. 지금까지 했던 공연과 퍼포먼스 영상을 다 찾아봤고, 멤버의 SNS도 모두 다 팔로하고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쿨한 아티스트 같아요. 블랙핑크의 코첼라 공연을 봤는데, 노래와 춤 다 잘하고 재능이 넘쳐서 충격 먹었죠.
GQ 본인은 춤을 못 춰서 무대 위에서 씰룩씰룩 거린다고 고백했던데요. 댄스를 배워보고 싶은 케이팝 아티스트가 있어요? 역시 블랙핑크이려나?
CG 코로나 격리 기간 동안, 베프들이랑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춤을 연습했어요.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일 없고, 보여주고 싶지 않고, 누구도 알 필요 없을 것 같지만요. 어디 보여주기 민망한 춤사위라, 블랙핑크가 본다해도 감흥 없을 거예요.(웃음)

스팽글 디테일 시스루 톱, 핑크 와이드 팬츠, 블랙 글로브 가격 미정, 모두 발렌티노. 실버 펜던트 네일 팁 가격 미정, 허자보이. 벨트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이어링은 코난 그레이의 것.

GQ 코난의 노래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가는 감성으로 사랑받는데요. 사랑 노래를 자주 하다 보니 하이틴 영화 같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CG 특히 새 앨범 <Superache>는 정말 드라마틱해요. 제가 평소에도 꽤 드라마틱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드라마틱해지는 거 재밌지 않나요? 살면서 근엄하고 성숙한 태도로 마주해야 하는 일들도 있지만, 가끔은 미쳐보는 것도 괜찮잖아요. 울고 소리 지르고 고무된 감정으로 음악을 만들고 영화를 보고, 재밌잖아요. 해보세요! 제 음악은 그런 극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영화 속의 누군가가 된 것처럼 노래를 쓰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드라마틱하게 노래하는 것. 뮤지션으로서 너무 사랑하는 일이에요.
GQ 그 밖에 리스너들이 당신의 음악에 대해 어떤 감상평을 해줄 때 기뻐요?
CG 제 노래를 들은 사람들이 “나도 같은 일을 겪었어, 나도 그런 기분 알아”라고 말해줄 때 기쁘더라고요. 그게 바로 제가 음악을 쓰는 이유이기도 해요. 가끔 제가 혼자라고 느낄 때,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고 “넌 혼자가 아니야, 나도 그랬는걸” 하고 말해주는 데서 저도 위안을 얻어요.
GQ 그래서인지 공감 가는 가사가 많아요. 오죽하면 “이름이 코난이라 명탐정 코난처럼 내 머릿속에 들어와 내 마음을 다 맞추는 거냐”라는 댓글도 있는걸요.
CG 그럴지도 모르죠. 아, 정말 재밌는 의견이네요. 공감 가는 가사를 쓰는 비결은 따로 없어요. 한 인간으로서 제 인생에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나랑 똑같네’ 하고 느끼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은 다 달라요. 한편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타인과 같은 일을 겪고도 나는 특별하다거나 이런 일은 나한테만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저마다 제 노래 ‘Heather’에 나오는 헤더처럼 질투와 선망의 대상이 있고, 항상 기억 속에 머물러주었으면(Stay In My Memories)하는 사람이 있고, 이제 그만 내 앞에서 꺼져버리라고 외치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 테죠. 우리는 같은 일을 겪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같은 사람이에요.

시스루 셔츠 1백36만원, 체크 베스트 1백56만원, 플라워 브로치 1백34만원, 모두 구찌. 아이보리 러플 슬리브 17만2천원, 기준. 블랙 뷔스티에 가격 미정, 벨앤누보.

GQ 실제로 코난은 ‘명탐정 코난’에서 따온 이름이라고요!
CG 부모님이 제게 영어도 되고 일본어도 되는 이름을 지어주길 원했대요. 아일랜드인인 아빠는 <바바리안 코난> 만화를 좋아하고 일본인인 엄마는 <명탐정 코난>을 좋아한지라, ‘코난’이 제 이름으로 선택 받았어요. 만약 ‘코난’이 되지 않았다면 ‘부치(Butch)’가 될 뻔했대요. 코난과는 엄청 다른 느낌이죠?
GQ 그 밖에 코난 그레이에 대한 숨겨진 사실이 있다면요?
CG 어렸을 때 VCR 플레이어에 바나나를 넣은 적이 있어요. 부모님이 VCR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으니 TV 쇼가 재생되는 걸 보고, 바나나를 넣으면 바나나 쇼가 나오는 줄 알았던 거죠. 엄마가 바나나를 꺼낸다고 식겁하셨대요.(웃음)
GQ 엄청 귀여운 상상력인데?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으로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CG 그럼요, 늘 염두에 두고 있는 아이디어죠.
GQ 코난이 쓰는 가사는 그 자체로 러브 다이어리 같기도 해요. 일기장이 4~5개나 된다고 하던데, 최근에는 어떤 생각을 썼어요?
CG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 주에 일어난 일에 대해 노트해요. 일기에는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일을 얘기하다 보니 말해줄 수는 없지만요. 일기보다는 음악을 많이 쓰는데, 매일 노래 가사를 끄적여요.
GQ 최근 한국에서 흥행한 영화의 카피라이트가 “사람들은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였어요. 일기장 속 코난은 얼마나 솔직한 사람이에요?
CG 음악에서만은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종종 제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를 가사로 쓴다고 저를 과소평가하는 리스너도 있어요. 그래서 노래를 쓸 때 ‘아 이건 얘기해야지, 아 이건 말하지 말아야지’ 하며 고민하기도 해요.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면 어떡하지 싶어서요. 근데 마지막은 항상 ‘그래 말하자, 다들 나랑 똑같을 거야’로 귀결돼요. 살면서 얼마나 이상한 일을 저질렀든 지구상의 수백만 명이 그래봤을 거야’ 하고 말아요.

핑크 실크 셔츠 69만8천원, 김서룡. 민트 쇼츠 가격 미정, 프롬아를. 롱 부츠 가격 미정, 릭 오웬스. 벨트 가격 미정, 아미. 레이어드 네크리스 가격 미정, 카우기. 로고 이어링 가격 미정, 돌체&가바나.

GQ 한국에서 ‘Maniac’ 노래가 정말 인기가 많아요. 한편 ‘Maniac’은 알아도 아직 코난 그레이는 잘 모르는 사람도 많거든요. <지큐> 인터뷰가 한국 리스너와 친해지는 계기가 될 텐데, 스스로를 뭐라 소개하고 싶나요?
CG 저는 삶에 참여하는 사람보다 삶을 관찰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에요. TV 많이 보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TV 보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 노래도 좋아하실 거예요.(웃음)
GQ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코난 노래 속 화자는 주로 옆에서 이야기를 관찰하는 사이드 캐릭터였는데, 점점 사랑의 주체가 되어 노래하는 곡이 많아지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네요.
CG 실제로 저는 점점 두려움이 없어지고 있거든요. 과거의 저는 실연의 상심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누군가와 데이트하려는 노력조차 안 했죠. 하지만 지금은 깨달았어요. 사랑의 아픔을 느끼는 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근사한 일이라는 걸요. 실수해도 괜찮으니 최소한 뭐든 시도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죠. 시도해보지 않은 걸 얻기 위한 시도 말예요.
GQ 용기 있네요. 그럼에도 코난의 노래 속에서, 대부분은 사랑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 주로 슬픈 사랑 노래에 대해 쓰는 이유는 뭐예요?
CG 진짜 내 사람을 발견하는 일은 살면서 몇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드문 일이잖아요. 저는 데이트할 누군가를 찾아나서서 데이트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다만 진짜 사랑에 빠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저 그런 만남으로 둘 모두에게 비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도, 금사빠가 되고 싶지도 않은걸요. 아마 제 연애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으면 제 노래에도 반영되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사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야기에 대해 쓴 노래가 많은 것 같아요.
GQ 코난이 누군가를 가장 사랑했던 시기의 감정을 노래로 느끼고 싶다면, 어떤 곡을 들으면 될까요?
CG 제 사랑이 잘됐던 적이 없어서 그런 시절의 노래는 없는 것 같긴 한데요.(웃음) 제 노래 중에는 ‘Footnote’가 사랑에 대해 제일 잘 묘사한 것 같아요. “난 너를 너무 미치도록 사랑하는데, 왜 너는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거야?” 하는 노래가 아니거든요. 당신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이렇게 말해야죠.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된다고요.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내던져버릴 게 아니라 괜찮아, 난 그냥 널 친구로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진짜 로맨스 같아요. 그게 제가 인생에서 경험했던 사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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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People Watching’은 나 빼고 어떻게 다 이렇게 제 짝을 찾고 사랑하냐고 털어놓는 노래예요. 자신의 얘기 같다고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데, 진짜 인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CG 저 역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우리 모두 사랑에 빠지고 실패도 해요. 문자 그대로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에요. 지금 당장 사랑하고 있지 않은 것보다는 언제 사랑에 빠지냐가 문제죠. 그러니 언제든 내 사람이 나타나면 마음을 열 수 있는 적극적인 태도를 준비하세요. 사랑할 사람을 발견하려면 용기가 있어야죠. 그들이 내 마음, 내 삶에 들어오게 할 용기요.
GQ 유튜브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요즘은 브이로그를 잘 안 하더라고요.
CG 요즘은 온라인이 아닌 진짜 삶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까요. 인터넷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지만, 저는 사람들과 연결된 이후에 일어나는 진짜 만남에 훨씬 더 가치를 둬요.
GQ 브이로그를 하면 더 많은 사람과 닿을 수 있잖아요?
CG 과거에는 인터넷 하면 유튜브가 다였는데, 요즘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이 훨씬 더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과거의 방식에 집중하기보다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 같아요.
GQ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울의 반지를 끼고 다니던데, 애니메이션 좋아해요?
CG 어렸을 때 지브리 영화를 많이 봤어요. 최애는 <마녀 배달부 키키>였는데, 점점 작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바꼈어요. <마녀 배달부 키키>가 10대가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20대 초반에게 맞는 영화 같아요. 영화를 이해하면 할수록 작품에 담긴 깊은 분위기와 원숙한 생각이 보여요. 정말 아름다운 영화예요.
GQ 미국에서 자란 코난이 디즈니가 아닌 지브리를 좋아하는 지점이 흥미롭네요.
CG 확실히 디즈니보다는 지브리를 더 많이 보며 자란 것 같아요. 디즈니 영화 중에서는 <라푼젤>을 좋아해요.

핑크 실크 셔츠 69만8천원, 김서룡. 민트 쇼츠 가격 미정, 프롬아를. 롱 부츠 가격 미정, 릭 오웬스. 벨트 가격 미정, 아미. 레이어드 네크리스 가격 미정, 카우기. 로고 이어링 가격 미정, 돌체&가바나.

GQ 어제 공항 패션으로는 해리포터 룩을 입고 왔더라고요.
CG 해리포터를 워낙 좋아해서요. 어릴 때 해리포터 시리즈에 푹 빠져서 자랐는데, 항상 해리포터 캐릭터와 나를 결부시켜 비교하곤 했어요. 아! 안경은 콘셉트에 맞춘 건 아니고 정말 필요해서 쓴 거예요.(웃음)
GQ 해리포터 티셔츠부터 동그란 안경까지, 해리포터 콘셉트로 작정한 줄 알았죠.
CG 안경은 최근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시력이 정말 좋았는데 몇 년 사이에 잘 보이던 것들이 흐리게 보이더라고요. 올해 처음으로 안경을 맞췄는데 안경을 쓰면 왠지 창피해서 긴장이 돼요. 할로윈 때 몇 번 해리포터 분장을 해서 안경을 껴봤는데, 이제는 시력 때문에 정말로 안경이 필요하게 됐네요.
GQ 한국에 오는 짐을 쌀 때, 서울에서 입을 사복 패션으로 뭘 챙겨왔나요?
CG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어요. 한국의 여름이 덥고 습하다고 해서 티셔츠와 바지 정도 챙겼죠. 페스티벌과 음악 방송에서 입을 의상은 재밌게 골랐어요.
GQ 평소 무대 의상이 멧 갈라를 연상시킬 정도로 범상치 않던걸요?
CG 저만의 아시안 헤리티지가 발현되는 것 같아요. 자라면서 아시아 애니메이션과 미디어에서 봤던 독특한 캐릭터들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죠.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항상 핫한 빌런처럼 옷을 입고자 추구해요.

스타디움 재킷 가격 미정, 벨루티. 골드 데님 팬츠 49만원대, 가니.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 튜닉 스커트 1백99만8천원, 뮌. 큐빅 장식 슈즈 가격 미정, 디올 맨. 참 네크리스, 골드 티아라 가격 미정, 모두 돌체&가바나. 원석 링 가격 미정, 벨앤누보. 양말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이어링은 코난 그레이의 것.

GQ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요?
CG 단연코 언제나 빌런의 패션이 히어로의 패션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GQ 예리하다, 부인할 수 없네요. 무대 밖 코난의 패션은요?
CG 어릴 때 우리 가족에게 쇼핑은 정말 새 옷이 필요할 때만 하는 일이었어요. 가계가 넉넉지 않기도 해서 수십 년 지난 빈티지 옷을 많이 사 입었죠. 1950년대 노인들이 입던 옷이나 1980~1990년대에 유행하던 옷을 즐겨 입던 시기도 있었네요. 옷은 그날 저의 무드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비춰주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요. 그런 패션을 마구 즐기고 제 자신을 한껏 드러내고 싶어요. 인생은 짧잖아요.
GQ 평소 젠더리스 룩을 많이 입는데, 자신이 급진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했더라고요.
CG 지금 우리는 자유롭게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는 시대에 살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오랜 시간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내어온 많은 사람이 있어왔기에 성취한 특권이라는 걸 사람들이 종종 잊는 것 같아요. ‘그런 건 모르겠고 나는 그냥 내가 끌리는 대로 옷을 입는데’라는 태도는 무책임하죠. 원하는 룩으로 스스로를 꾸미고 돌아다닐 수 있는 건 그 자체로 여러 사람이 노력해온 결과물이에요. 그러니 선입견을 벗어 던지면 패션은 조금 더 재미있고 자유로운 놀이가 될 거예요. 누군가가 걸치고 있는 차림만 보고, 옷 쪼가리 하나가 사람의 성별을 정의한다는 생각은 얼마나 어리석을까요.
GQ 이렇게 자유 분방한 코난도 남의 눈치를 볼 때가 있나요?
CG 당연하죠. 저는 텍사스 남부에서 자랐는데, 남자는 이렇게 여자는 저렇게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만연한 보수적인 지역이었어요. 어렸을 때 이런 압박이 있어서인지, 지금 저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원하는 건 뭐든 입어요. 제게 영향을 줬을지도 모를 과거의 압박이 제 안에 엄습하게 내버려두지 않아요.
GQ 평소 대상을 지칭할 때 ‘him’이나 ’her’가 아닌 중성적인 ‘them’으로 표현한다는 대목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라벨링하지 말라고 했던 코난의 당당한 트윗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CG 사회가 규정한 틀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특히 요즘 젠지들은 자신이 어떤 박스에 들어갈지, 어떤 박스가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하지 않고 살려고 더욱 애쓰고 노력하는 세대 같아요.

블랙 레더 코트, 레깅스, 슈즈 가격 미정, 모두 돌체&가바나. 실버 네크리스 5천3백40만원, 불가리. 실버 네일 캡 26만원, 새미늄.

GQ 오늘 코난이 꽃차를 타고 한국의 곳곳을 여행하는 콘셉트로 촬영했는데요. <지큐>와 함께한 화보에 직접 제목을 붙인다면, 뭐라고 지을 건가요?
CG 배달부 코난? 아! (<마녀 배달부 키키>의 운율을 따서) 배달부 코코가 좋겠어요.(웃음) 촬영 준비하느라 고생해준 스태프들에겐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오늘 화보 촬영이 너무 즐거웠어요.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제대로 도시 구경을 못 했는데, 오늘 촬영은 그 자체로 작은 서울 여행이었거든요. 완전 특별한 여행이었어요. 감사합니다.
GQ 오늘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만약 자신이 인터뷰어라면 어떤 질문을 했을 것 같나요?
CG 코난, 넌 어떻게 이렇게 ‘뷰티풀’하고 ‘탤런티드’하고 ‘인크레더블’ 하니?
GQ 대답은?
CG 그냥 이렇게 태어나버렸으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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