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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부터 봉준호 감독까지 영화인들에게 추천하는 책 2

2022.09.04김은희

BEHIND THE SCENE.

<묘사하는 마음>
<씨네21> 영상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이 이런 질감의 흑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은근하게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쏟아낼 때, 그 시작점이 그저 “흑백으로 사진을 찍으셨네요” 낮고 다정하게 건네는 한마디였을 때, 이것이 김혜리라는 인물이 지닌 마력이다 직감했다. 어떤 편집도 가공도 기교도 없이, 오롯이 마주 앉은 대상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로 길어 올린 순간. 흑백이라는 표면의 결과물만 보지 않고, 흑백을 통해 무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응축해 있던 인간의 내면에 건네는 환영 인사. 그것이 묘사하는 마음이란 걸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동그랗게, 뾰족하게, 연하게, 진하게, 피사체에 따라 묘사는 형형히 달라져도 관찰하는 대상에게서 절대 눈 떼지 않는 담대한 시선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 기자 김혜리의 영화, 인간, 삶에 대한 산문집.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
박찬욱, 봉준호, 이옥섭, 이경미, 김보라···. 몇 명의 이름만 언급하기 곤란할 정도로 하나같이 이 시대에 진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 영화감독 13인과의 인터뷰집. 이들을 어떻게 모두 만나고 인터뷰했을지 물리적인 과정도 새삼스럽지만, 밀도 높은 서사를 주고받는 그 감정적 교류에 희열이 오른다. 그것은 어딘가 스치듯 묻은 쪽지문까지 포착하고 들여다보며 온전한 지문의 형상을 떠올리는 인터뷰어의 태도와 그 깊은 통찰과 애정에 응답하는 인터뷰이가 이룬 호흡이라고, 시간을 잊고 책장을 넘기게 되는 6백여 쪽의 대담이 증명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영화를 거슬러 헤엄치며 한 겹 한 겹 벗겨내 살펴본 서사는 도리어 더욱 투명하고 단단해서, 이 책을 통해 작품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을 맞이하는 듯하다. 김은희

피처 에디터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