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큐 코리아 10월호 커버의 주인공 '김우빈' | 지큐 코리아 (GQ Korea)

지큐 코리아 10월호 커버의 주인공 ‘김우빈’

2022-09-21T14:23:52+00:00 |interview|

우리는 그저 사랑하는 것들을 떠올렸다. 우빈의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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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우빈 씨가 소개한 식물 이름 알려주는 어플이 자주 언급되길래 이번에는 굳이 말하지 말아야지 싶었어요. 그런데 하지않을 수 없네요. 오늘 촬영 장소에 오자마자 어플 켰잖아요. 습지의 이 생기들이 궁금해서.
WB 유용한 어플이잖아요. 저는 최근에, 언제였더라··· (스마트폰을 뒤적이다 보여 주며) 며칠 전 선물받은 이 꽃 이름을 물어봤네요.
GQ 그러게요, 많이 봤는데 정말 이름은 몰랐던 꽃이네요.
WB 거베라라는 꽃이래요.
GQ 저는 우빈씨가 서 있던 갯벌의 붉은 식물들 이름을 물어봤어요.
WB 뭐예요?
GQ 해홍나물이래요. 간척지의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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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 안 그래도 아까 촬영하면서 그 이야기를 했어요. 메이크업 담당 동생이 핑크 뮬리 아니냐고 해서 “그래?” 그랬는데 아니었구나.(웃음) 이름이 뭐라고요?
GQ 바다 해, 붉을 홍. 해홍나물요.
WB 아아, 그래서···. 좋네요. 마치 제가 만든 어플인 것 같아요.(“크크크” 웃는다.) 많이들 물어봐요.
GQ 식물 이름을 알아본다는 이야기가 왜 그리 기억에 남을까 한번 생각해봤어요. 실제로 해보니 잠깐 멈춰 서서 둘러보게 되는 그 순간이 참 좋더라고요.
WB 맞아요. 그렇게 잠깐 땅을, 하늘을 보는 시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삶에서 훨씬. 그 잠깐, 2~3초지만 더 여유 있고, 더 하루를 잘 산 것 같은 느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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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지큐>와는 꼭 1년 전에 만났죠. 여전히 써요, 감사 일기?
WB 아 그럼요. 그거는 뭐, 10년이 넘은 일이니까. 꼭 하는 루틴이에요, 자기 전에.
GQ 꼭? 365일?
WB 무조건. 하루도 안 빼고 10년 넘게. 저는 중간이 없어요. 하루 하고 안 할 거면 애초에 안 해요.
GQ 딱 맞는 표현이네요. 중간이 없다.
WB 저는 하기로 한 건 무슨 일이 있어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마 배우 일을 시작할 즈음부터 쓰지 않았나 싶어요. 내가 갖고 있는 건 이만큼이라고 생각하는데 더 큰 일들을 제게 맡겨주시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걸 잊고 싶지 않았어요. 뭐랄까, 책임감을 더 갖고 싶었고, 하다 보니 제가 좋더라고요. 요즘에는 특히나 더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써요. 잠깐씩 잊고 지내는, 굉장히 기본적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제일 감사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GQ 5개씩 쓴다 말했던가요? ‘5개씩이나?’ 싶기도 했지만요.
WB 5개 얼마 안 걸려요. 길어야 3분? 왜냐하면 하루에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아요. 하루 세끼 잘 먹은것에 감사하죠. 내가 오늘 하루 두 번 하늘을 쳐다보고 여유를 느꼈던 것, 스태프들이랑 즐겁게 촬영한 것에 감사하죠. 벌써 3개잖아요. 그리고 가끔은, 오늘 별일 없음에 감사하죠. 어떨 때는 일하는 것처럼 적기도 해요. 자려다가 안 썼으면 ‘아!’하고 다시 눈뜨니까. 하지만 365일 중 340일 정도는 즐겁게 합니다. 내가 하기로 한 거니까. 이것도 어플이 있어요.
GQ 이렇게 또 소개를.
WB ‘순간 일기’라는 어플인데 (보여주며) 하루에 5개 쓰면 칸이 거의 차요. 제 주변 사람들은 꽤 많이 써요. 제가 또 좋다고 그래서. 순간 일기라는 제목도 좀 마음에 들어요. 순간 내가 감사한 것들을 쓸 수 있으니까.
GQ 하나 더 관찰해볼 게 생겼네요.
WB 진짜 좋아요. 그리고 무료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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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지난 1년 사이 무언가 한 뼘이라도 달라진 게 있나요?
WB 저의 필모그래피가 하나 더 늘어났고, 그리고 큰 변화는 없지만···, 아니요, 있네요. 작품들로 시청자분들과 오랜만에 만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환영해주셨고, 특히 영화 개봉 후 무대 인사하면서 관객분들과 직접 만난 건 6년만 이라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와,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굉장히 오랜만에 느꼈어요.
GQ 필모그래피가 하나 늘었다고 했지만 올 초 예능 <어쩌다 사장 2>부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영화 <외계+인>까지 최소 3개인걸요.
WB 그렇네요. 엄청난 일들이 있었네요, 1년 동안.
GQ 축하해요.
WB 축하할 일이죠. 감사합니다.
GQ 개봉은 올해 했지만 촬영은 2020년 3월부터 한 <외계+인>이 가장 오랜만의 기지개였죠. 이것도 벌써 2년 전이네요. 이제는 조금 연해진 기억이려나요?
WB 연해질 수 없어요, 그 순간은. 아마 오랜 시간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아요. 엄청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행복하고···. 잠을 잘 못 자고 촬영장에 갔는데 스태프 분들이 너무 환영해주시는 거예요. 울컥했죠.
GQ 지금 눈시울이 촉촉해진 것 같은건 제 오해예요?
WB (눈가를 쓸며 웃는다.) 그러게요. 너무 생생해요. 그때의 공기와 첫 슬레이트 치기 직전의 그 적막과 제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과···. 기억이 나요. 좋았어요.

레더 모터사이클 재킷 5백80만원대, 울 베스트 70만원대, 코튼 셔츠 50만원대, 리넨 팬츠 70만원대, 카프스킨 첼시 부츠 가격 미정,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그 매개체가 <외계+인>이 된 스토리가 흥미로워요. 이전에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청> 준비 당시 우빈 씨가 잠시 쉬게 되었고, 그 길로 최동훈 감독은 김우빈을 대체할 배우를 찾고 싶지 않다며 제작을 중단했죠. 우빈 씨는 복귀작은 무조건 최동훈 감독 작품으로 하겠다고 해서 성사된 게 이번<외계+인>이고요. 이 시장에서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WB 그럼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셨죠. 그런 말을 하셨다는 건 최근에 알았어요. 우빈이 아니면 영화 못 찍겠다···. 실제로 영화 투자사분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대요. 놀라운 일이죠. 그런데 투자사에서도  그냥 오케이. 다른 결정을 해도 모두가 다 이해했을 텐데 그렇게 동의해주신 많은 분에게 참 감사해요. 특히 감독님께. 제 선택은 그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제가 한 건 작은 일일 뿐이에요. 늘 마음에 새기고 있고, 여러 번 표현해도 여전히 부족하죠.
GQ 감독이 그런 이유로 <도청> 제작을 중단했다는 건 이번에야 알았군요?
WB 그렇죠. 당시에는 제가 정신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셔서 저보다는 회사와 소통을 하셨고, 제게는 그냥 “몸 잘 챙겨라” 해주셨을 뿐이었어요. 저도 치료 들어가기 직전에 병원복 입고 사진 찍어서 보내드렸죠. “잘 이겨내겠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과 다시 이렇게 함께하는 과정이 너무 좋고, 너무 행복했어요.

네이비 피코트 4백20만원대, 플리츠 울 팬츠 70만원대,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이런 일련의 일이 이뤄질 수 있었던 연유에 대해 최동훈 감독은 그냥 명료하게 이야기하더군요. “김우빈은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발언자에게 물어야겠지만, 역으로, 우빈 씨가 생각하는 ‘인간적’이란 무엇일까 묻고 싶었어요.
WB 제 기준에서는, 사랑하는 것.
GQ 사랑하는 것.
WB 꼭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그 마음을 나눴을 때, 그게 인간적인 것이지 않나, 인간다움이지 않나 싶어요.
GQ 김우빈은 늘 사랑하고 있나요?
WB 저는, 네. 늘 하려고 하죠. 더 하려고 하죠. 언제나.

네이비 피코트 4백20만원대, 플리츠 울 팬츠 70만원대,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이것 역시 사랑의 모습이었겠구나, 이제 표현을 찾았네요. <어쩌다 사장 2>에서 어르신들께 “어머니, 모자 예쁘네?” 하던 너스레는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WB 저도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GQ 왜요?
WB 제 모습을···, 그러니까 일이 너무 바쁘니까,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형들이랑 있으니까 방송인 걸 자꾸 잊게되는 거예요. 제가 너무 까불고 있는 거예요. 저의 바이브라고 해야 할까요? 일상에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의 그 느낌을 저는 방송에서 한 번도 본 적 없거든요. 그런데 너무 놀랐어요. 어르신들한테 막 말을 거는 걸 보면서 저도 내가 왜 이렇게 끼를 부리지? 싶고.
GQ 잔망스러워서 신기했어요.
WB (웃음) 재밌었어요. 이렇게도 내가 방송을 할 수 있구나. 그래서 뭔가 그만큼 좀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나 생각도 들었고, 좀···.
GQ 여유가 늘었나?
WB 네. 어릴 때는 더 실수하고 싶지 않고, 인터뷰도 좀 더 방어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일할 때도 남이 실수하는 건 괜찮은데 내가 실수하는 건 항상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난 그릇이 요만한데 나한테 이만한 일을 주시니까, 그래서 더 저를 옥죄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졌죠. 예전에는 내가 실수하는 걸 인정하지 못했다면, 지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인정하게 됐어요. 내 실수였다면 두번 안 하면 되지. 지치면 잠깐 쉬었다 하면 되지.
GQ 자연스러운 변화이려나요?
WB 그동안 좋은 어른을 많이 만났어요. 대화할 시간이 많았으니까.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변에 좋은 어르신이 많아서 그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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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김우빈은 어떤 질문을 던지나요?
WB 특별히 공부하듯이 질문을 던졌다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어깨너머로 보고 어렴풋이 따라 해보는 거죠.
GQ 그 연륜, 여유와 포용이라고 해야 하나.
WB 맞아요. 제 곁에는 그런 분이 많아요. 인복이 많은 거죠. 어릴 때부터 그랬고, 그렇게 믿으니까 자꾸 더 좋은 사람이 모이나봐요. 그것 역시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들을 사랑하면 그들의 좋은 점이 보이잖아요.

네이비 피코트 4백20만원대, 플리츠 울 팬츠 70만원대,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요즘 우빈 씨의 교집합 요소는 뭐예요?
WB 작년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 가끔 라운드 나가거든요. 너무 좋아요. 아버지랑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잖아요. 바쁘고. 그런데 골프를 하면 새벽부터 거의 해 질 때까지 같이 있고, 서로 오롯이 느낄 수 있어요.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아버지의 못 보던 표정도 보게 되고.
GQ 어린아이처럼 아쉬워하는 표정이라든지?
WB 그리고 공이 되게 잘 맞았을 때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라든지.(웃음) 일상적으로 집에서만 대화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표정이 굳게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 날은 아버지의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어요. 저 또한 밖에서의 모습과 다르게 부모님 앞에서는 괜히 표현을 덜 하게 되는 느낌인데, 오히려 밖에서 함께하다 보니 표현을 더 잘하게 되고, 제가 막 까부는 모습도 보여드리게 돼요.

네이비 캐시미어 울 코트 3백50만원대, 캐시미어 스웨터 1백60만원대, 화이트 리넨 팬츠 70만원대, 카프스킨 첼시 부츠 가격 미정,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GQ 골프의 장점을 누리고 계시네요. 남녀노소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더군요.
WB 맞아요. 너무 좋아서 엄마와 제 동생도 꼬시고 있어요. 빨리 연습해서 같이 라운드 가자고. 넷이 나가면 더 좋겠죠. 꿈···까지는 아니고 바람.
GQ 우빈 씨는 이제 비기너이고, 아버지 구력은 어떻게 돼요?
WB 저희 아버지는 20년 정도 됐어요.
GQ 굉장한 팁을 많이 전해주시겠는데요?
WB 아버지가 그러세요. 샷을 하기 전에 꼭 호흡을 한번 내뱉으라고.

블랙 캐시미어 스웨터 1백60만원대, 블랙 울 팬츠 가격 미정, 스웨이드 재킷 6백50만원대, 카프 스킨 첼시 부츠 가격 미정, 모두 랄 프로렌 퍼플 라벨.

GQ 이제 가을이겠다, 안녕을 담아 편지한다면 누구에게 무어라 전하고 싶나요?
WB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할머니인데···. (시선을 아래로 떨군 김우빈이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눈물이 너무 날 것 같아서.
GQ (<어쩌다 사장 2>에서)“할머니, 저 ‘테레비’ 나오고 있어요” 그러셨죠.
WB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두 분이신데 외할머니께서 방송 3회인가 끝나고 돌아가셨어요. 할머니가 제 복귀를 기다려주셨는데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TV를 못 보셨어요. 그때 이모랑 엄마가 곁에서 손주 다시 TV에 나온다고 얘기해주셨으니까 알고 계실 거예요. 죄송합니다. 갑자기 눈물이.
GQ 죄송은요. 제가 감사합니다. 원래 눈물이 많아요?
WB 원래 이렇지 않았는데 점점.(웃음)··· 그런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미국의 영매가 사연을 받아 돌아가신 분들의 얘기를 전해줘요.(<타일러 헨리: 죽음 너머를 읽다>.) 거기에서 이런 말을 해요.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이 많이 생각나는 순간에는 그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안녕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