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하고 싶은 이상을 띄웠다.
BMW M3 COMPETITION
위로는 파도 같은 구름, 아래로는 성기고 거친 모랫길이 아득하다. 바다를 반으로 접는 공상은 이런 오싹한 배경을 데려왔다. 실은 M3의 존재도 배경만큼 인상적이니까. 못 달릴 곳 없어 보이는 M3의 성능 덕분에 난데없이 펼쳐진 미지의 배경은 그래서 어색하지 않았다. 5백10마력. 6천2백50알피엠을 뿜어대는 녹색 스포츠카가 생경해서, 되레 위협적인 우주선처럼 느껴지는 건 그래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레임 없는 키드니 그릴, 서늘하게 빛나는 헤드라이트, 날렵한 차체를 받치고 앉은 20인치 휠, 독특한 4도어 3박스 디자인 등, M3를 이루는 모두는 낯선 디자인이었으니까. 머리 위로 파도가 쏟아지는 그곳에서 M3가 내달리는 상상을 마저 한다. 직렬로 선 6기통 엔진이 거칠게 요동치면, 납작 엎드려 있던 모래가 이리저리 튀어 오르는 시끄럽고, 요란한 장면이다.
MERCEDES-BENZ THE NEW EQS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전기 세단, EQS는 새벽처럼 고요하다. 1회 충전으로 4백78킬로미터나 달릴 수 있는 넉넉한 배터리는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 거실처럼 안락한 실내는 바깥의 소리를 안으로 들이지 않아 EQS는 언제, 어디서든 고요했다. 살며시 전진하는 차 앞으로 습기를 머금은 새벽 안개가 라디에이터 그릴에 부딪쳐 사방으로 퍼진다. 안개는 별들이 촘촘한 그릴을 지나서 원보우 One-bow 실루엣의 둥근 루프를 넘어, 짧게 떨어지는 쿠페형 디자인 뒤로 흘렀다. 이따금씩 혈관 같은 리어 램프가 번뜩이면, 소멸하는 안개는 연기처럼 피다 흩어졌다. 숲을 깨우지 않고, 숲을 거니는 모습은 EQS가 지향하는 ‘궁극의 편온함’과 닮아 있다. 그런데 평온함 이면에는 2백45킬로와트의 믿기 어려운 힘도 존재한다. 잠잠한 EQS가 기대되고, 궁금하며, 신비로워지는 지점이다.
AUDI RS 6 AVANT
날카롭게 깎인 거대한 산맥 앞으로 RS 6 아반트를 세웠다. 압도적인 범퍼와 디퓨저, 역동적인 실루엣의 루프와 스포일러는 산맥의 우뚝한 존재만큼 강렬했고, 22인치의 크고 넓은 플레어 휠은 바위처럼 단단해 보였다. 여기에 6백 마력이라는 거대한 힘까지 갖췄으니, 그 어떤 배경이 버티고 있다 한들 RS 6 아반트가 넘어서지 못할 건 없어 보였다. 물론 그런 당돌한 상상에는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의 폭발적인 힘, 콰트로 시스템의 안정적인 제어, 무엇보다 최고시속 3백5킬로미터의 짜릿한 스피드라는 믿음직한 근거가 있었다. 다행인 건 왜건 스타일에 길고 매끈한 실루엣만 보고서도 빌딩이 높게 솟은 도심이나, 시원하게 뻗은 도로 위로 RS 6 아반트를 올려두지 않았다는 거다. 고성능의 R 배지를 받은 모델을 두고 뻔한 한계 앞에나 세워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테니까.
VOLKSWAGEN THE GOLF 8
무려 8세대. 반세기를 거슬러 오르며 여덟 번째 진화를 이뤄낸 골프다. 그런 골프를 지평선 너머, 아득하게 뻗은 도로 위에 올려둔 건 타임리스 모델에 대한 존경이자 응원의 의미였다. 간결한 해치백과 수평으로 나란한 라디에디터 그릴, 볼륨감 있는 보닛 후드는 여덟 번의 데뷔 속에서도 골프를 지켜온 고집이었고, LED 헤드라이트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첨단으로 설명되는 제어 시스템들은 골프를 세상 앞으로 다시 이끌어낸 용기였다. 귀엽고 단정한 이미지와는 달리 골프는 사실 잘 달리는 차다. 골프가 가진 효율적이고 강력한 구동력은 주행 환경을 구분하지 않지만, 여기 상상 속 배경처럼 직선으로 뻗은 도로라면 2.0 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의 빠른 반응을 느껴보기에 제격일 것이다. 고속 연비는 리터당 21.3킬로미터로 동급 최고 수준, 출력을 마음껏 끌어올려도 부담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