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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준 "섹시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어요"

2022.11.22김은희

위하준을 끓여 올리는 위현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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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UFC 글러브, 여전히 가방에 넣어 다녀요?
HJ 네. 좋아하니까. 내년 2월에 서울에서 대회가 열린대요. 어떻게든 가보고 싶어요.가게 되면 또 새로운 굿즈를 사와야죠.
GQ 어디서든 한 번씩 글러브를 껴본다거나 섀도 복싱을 한다던 습관이 기억에 남았어요. 변함없나 보네요.
HJ 아까도 그러고 있었어요. 아 좀 졸리네? (섀도 복싱을 하며) 안 돼,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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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음악을 즐기는 리듬인 줄 알았는데 복싱 스텝이었군요?
HJ 하하하, 습관이에요. 어릴 때는 워낙 더 ‘딥’했는데 그게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하더라고요. 특히 현장에서는 좀 밝게, 어느 정도 텐션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막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이건 제자리에서 할 수 있잖아요. 이러면 (다시 섀도 복싱을 하며) 러닝 잠깐 하면 웜업되듯이 그렇게 돼요.
GQ 맨몸으로 부딪힌다는 면에서 링 위에 오르는 선수나 배우나 크게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어요.
HJ 정말요. 오늘도 링 위에 올랐던 것이나 마찬가지죠. 긴장, 걱정, 설렘, 기대···. 제일 그렇게 느껴질 때는 첫 촬영 날 같아요. 새로운 작품의 첫 촬영. 아직도 그 전 날은 잠을 못 자요. 늘 밤을 새워요. 맨 땅에 헤딩 느낌이거든요. 링 위에 많이 서보진 않았지만 가장 두려우면서도 기대되고 설레는 기분이에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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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가장 최근 무대였던 <작은 아씨들>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인주와 도일의 관계가 참 아슬아슬했죠. 고 실장에 이입해 ‘너네 서로 사랑하는 거 맞잖아’ 생각한 시청자로서 최도일은, 위하준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해요.
HJ 대본을 보면서도 저도 모르겠는 거예요. 그런데 인주를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안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억지로 이렇게 연기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인주에게 했던 건 다 진실이었고, 진심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이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런 신은 없었지만, 제 스스로는 혼란스러웠죠.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좋아는 하는데 나와 함께하면 위험해진다는 걸 아니까. 그래서 가까이 안 가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지켜주는 마음으로. 진실되게. 이루어졌으면 더 좋았겠다 싶죠.
GQ 정서경 작가님은 단언하던데요? 도일은 계획한 일은 해내는 사람이니 마지막에 “또 봅시다” 한 말을 지키지 않을까 싶다고. 시즌 2가 기대되게 말이죠.
HJ 맞아요. 그러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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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시즌 2가 기다려지는 또 한 작품이 있죠. <오징어 게임 2>에도 함께하나요?
HJ 그···,잘 모르겠습니다. 조만간 감독님을 뵐 수도 있고, 못 뵐 수도 있고. 하하하.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조금이라도 나오면 좋지 않을까. 인생에 이런 복이 있나 싶을 만큼 너무나도 큰 복을 준 작품이니까요.
GQ 그 시작점은 오디션이었죠. 위하준이란 사람을 어떻게 보여주었어요?
HJ 오디션 당시가 정말 생생한데, 왜냐면 처음 겪는 경험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오디션 전에 저희 소속사 대표님과 사담 나누러 회사에 오신 (황동혁)감독님과 잠깐 인사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드라마 <18 어게인>을 하고 있었고, 감독님께서는 한두 작품 물려서 하는 배우랑은 하고 싶지 않다 얘기하셔서 ‘그렇구나’하고 정말 인사만 드렸죠. 그러고 다음 날인가 한 번 더 볼 수 있겠냐고 하셨다는 거예요. 느낌이 좋다고. 대사 톤을 보고싶다고. 그냥 편하게 앉아서 대본 읽는 리딩 톤만 본대요. 그래서 미팅 날, 생전 피부과도 잘 안 가는데 그날따라 피부과 치료 받아서 얼굴은 난리에, 치료 받는 동안 어차피 머리 헝클어지니까 그냥 모자 눌러쓰고 정말 편한 차림으로 대본 리딩 장소에 갔거든요. 문을 딱 열었는데 감독님, 조감독님, 피디님,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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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오디션장이었던 거예요?
HJ 완전 오디션장. “아···, 감독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렇게 얘기를 들어서 이렇게 하고 왔는데···.”, “아···, 전달을 잘못 받으셨구나.”, “아···, 네···.” 사실 저희 대표님은 저를 어릴 때부터 봤으니까 제가 오디션 볼 때 (경주마 눈가리개처럼 손 으로 양 옆 눈을 막으며) 이렇게 돼서 엄청, 엄청 스트레스 받으며 죽어라 한다는 걸 아시거든요. 그게 독이 되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대표님이 일부러 그렇게 전하셨던 것 같아요. 편하게 보라고.
GQ 그런데 합격했네요?
HJ “그래도 편하게 할 수 없죠” 그랬죠. 준비는 했으니까. 저는 오디션 볼 때 한 번도 대본을 외우지 않은 적이 없어요. 괜히 불안해서 달달 외워서, 항상 대본을 안 보고 했어요. 그날도,“니들이 우리 형 그렇게 했지” 하고 막 총 쏴서 죽이는 격한 신이었는데, 혹시 모르니까 동선도 짜보고 했는데 그걸 하게 된 거예요. 그때 감독님이 몰랐다면서 언제 이렇게 준비했냐고 좋은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러고 같이하자, 그렇게 됐어요. 뒷이야기가 나름 길죠?
GQ 매 오디션마다 너무 깊게 신경쓰고 준비하는 게 독이 되는 것 같다 했는데 이 때는 완전히 빛을 발한 거네요.
HJ 그렇네요. 말씀대로예요. 역시···, 사람은 노력을 해야 해요. 그때 정말 그냥 갔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종종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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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모래밭에서 텀블링하고 발차기 하던 섬 소년의 유년기를 떠올리면 불안보다는 낙천성, 즉흥성에 가까운 성정일 것 같은데 말이죠.
HJ 음···, 사실 저는 어릴 때 기억을 별로 안 해요. 스스로 많이 지웠어요.
GQ 왜요?
HJ 가정사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많이 옮겨 다니며 살았어요. 고모랑도 살고, 작은 어머니랑도 살고, 어머니랑만 산 적도 있고. 어떻게 보면 피해 의식이죠. 괜한 거에 무시받는다 느끼면 방어적으로 더 세게 나가고, 자존심 세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계속 잘하려고 하고. 원래 성격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환경에서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사람들 만나면서, 그리고 나 스스로가 변하려고 하면서 진짜 많이 나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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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뭐라고 해야 할까···. 불편하시면 말씀 안 하셔도 돼요. 그런데 얘기 들으면서 든 생각이 하준 씨를 보면 가정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단 말이죠.
HJ 아 그래요?
GQ 왜냐면 오늘 하준 씨와 처음 만났는데도 하준 씨 누나는 호주에 살고, 형은 고등학교 축구부 코치이고, 아버지는 전복 양식업 하시고, 어머니는 액션 연기를 좋아하시고, 하준 씨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부모님 사진이고···.
HJ 어떻게···? 아, 제가 하도 많이 얘기해서. 하하하하.
GQ 그 정도로 가족 이야기를 자주 해왔는데, 그 속에 어린 하준, 그 때 이름은 현이죠. 어린 현이가 느꼈다던 그런 감정들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HJ 그런 게 많이 있었어요. 일단은 다 떨어져 살았어요. 형, 누나와 셋이 같이 산 적은 지금까지도 없어요. 경제적으로 어렵기도 했고 많이 불안정한 가정이었죠. 저 또한 사춘기가 심했고. 하지만 형이 사고치는 걸 많이 봐서 부모님한테만큼은 대들지 말자 싶었죠. 형도 너무 어릴 때부터 혼자 떨어져 살아서 나름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생각이 많았어요. 막낸데, 너무 생각이 많았어요. 제가 빨리 가정을 일으켜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컸어요. 그런데 모든 게 다 좋아졌어요. 그게 진짜 얼마 안 됐어요. 형이 너무 좋은 형수님을 만나서 결혼했고, 누나도 사랑스러운 조카들을 낳고, 저 또한 일이 많아지고, 부모님도 나이가 들면서 서로 더 끈끈해지시고. 너무 다행인 거죠. 가정이 지금 제일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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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하준 씨도요?
HJ 네. 그래서 제가 자꾸 이제 무언가 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고 느끼는 거예요. 어릴 때 한 번이 없으니까. 가족 여행 뭐 이런 기억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래서 급했던 것도 같아요. 이게 빨리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멋모르고. 그렇게 계속 부딪히면서 커온 것 같아요. 이제는 안 그러려고 해요. 나란 사람을 계속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저를 릴랙스 시키려고 해요.
GQ 아까 <지큐> 영상 인터뷰 촬영하면서 친구들과 있을 때 자신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그랬죠?
HJ 네. 제 고향 친구들, 그리고 고3 때 서울에 와서 연기 배울 때 같이 한 친구들. 저는 딱 걔네밖에 없어요, 친구가. 그래서 합쳐버렸어요. 고향 친구들이 가끔 서울 오면 따로 보기 싫어서. 그래서 이제 서로 서로 다 베프가 됐어요. 그 친구들하고 있을 때 가장 저 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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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나답다는 것을, 위하준 씨가 좋아하는 좀비 정찬성 선수처럼 닉네임으로 표현 해본다면요?
HJ 크···. 섹시?
GQ 너무 직접적인 거 아닙니까?
HJ 하하하하. 이렇게 해야 제가 또 스스로 내려놓게 됩니다. ‘나는 섹시하다, 섹시하다’ 그러면 그 효과가 정말 생각보다 있어요. ‘오겜’ 이후로 말도 안 되게 <피플>지에서 뽑은 세계 섹시한 남자···,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친구들이 월드 스타, 월드 스타 그러면 진짜 (정색하고) “하지마. 무슨 월드 스타야. 놀리지마” 그랬거든요.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그냥 좀 즐겨봐.” 아, 그렇지. 작품 잘돼서 좋은 운으로 잠깐 이렇게 된 건데. 한순간인데. 즐겨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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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이제는 즐기고 있어요?
HJ <작은아씨들> 하면서도 제가 그랬잖아요. 미스터리 섹시를 기대하라고.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 건 있어요. 전혀 그렇게 생각은 안 하더라도, 주문처럼 된 것 같아요. 섹시한 사람. 일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존중과 배려를 담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섹시한 거잖아요.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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