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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부담, 압박감, 고통은 즐기려고 해요"

2022.11.25전희란

다시 0이 되면 어때. 박재범의 다음 시작.

체크 울 코트, 옐로 헤링본 울 팬츠, 화이트 레더 모카신 가격 미정, 모두 구찌.

GQ 사람과 ‘잘 통한다’는 건 어디서 느껴요?
JP 일단 편해야죠.
GQ 편하다는 것은?
JP 몇 번 만나면 느껴져요. 나랑 맞겠다, 잘 안 맞겠다. 래퍼부터 재벌, 갱스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잖아요.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코듀로이 재킷과 팬츠, 버니 프린트 티셔츠, 옐로 틴트 선글라스 가격 미정, 모두 구찌.

GQ 불편한 지점은 주로 어디서 와요?
JP 야망과 꿈을 품고 움직이는 자세는 좋아요. 누군가와 함께 올라가느냐, 밟고 올라가느냐는 큰 차이죠. 제가 생각하는 기회는 무한이에요. 누군가 나보다 기회를 먼저 얻었다고 해서 ‘나에게 기회는 없어’라는 마인드는 제게 없어요.
GQ 밟고 올라가려는 야망을 재범 씨는 뭐라고 불러요? 욕심?
JP 악이 가득 찬 욕심이라고 해야 하나. ‘순수하지 않은 욕심’이라고 합시다.
GQ 박재범은 순수한 사람인가요?
JP 순수하다기보다 남이 잘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1도 없어요.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라고 점점 느끼거든요. 똑같은 사람인데 불행하면 어떡해요.
GQ 주변 사람이 잘 바뀌지 않는 점도 박재범의 특징이죠.
JP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함께 멋있는 걸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해요. 그게 훨씬 더 가치 있고 뿌듯하거든요.

시퀸 엠브로이더리 캐시미어 스웨터, 블루 코튼 셔츠, 화이트 코튼 팬츠, 레더 모카신 가격 미정, 모두 구찌.

GQ 어떤 사람이 부쩍 멋져 보여요?
JP 자신에게 득될 게 없는 행보인데도 ‘그냥 하고 싶어서’ 소신있게 해나가는 사람. 그게 멋있고 쿨하고 힙합이라고 생각해요.
GQ 제가 볼 땐 박재범이 그런 사람이에요. 올해 AOMG와 하이어뮤직을 떠나 ‘MORE VISION’을 통해 다시 ‘0’으로 돌아간 것도요. 가진 게 많아질수록 ‘0’으로 돌아가는 데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할텐데.
JP 밑바닥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건 익숙해요. 물론 0으로 돌아가고 싶다 해서 진짜 ‘0’이 될 수는 없겠죠. 여태 쌓아온 경험, 지식이 있으니까. 당장 모든 걸 다 빼앗겨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저는 믿어요. 늘 그랬어요. 하지만 언젠가 제 한계가 느껴지는 순간 쿨하게 인정하고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GQ 그 순간이 되면 슬프지 않을까요?
JP 아니요. 오히려 마음 편할 것 같아요.

그린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블루 실크 셔츠, 네이비 플레어 팬츠, 실크 타이 가격 미정, 모두 구찌.

GQ 안 될 때까지는 안 갈 것 같아요. 될 때까지 자꾸 할 것 같고.
JP 그런 저주를 저한테···. 으하하하. 저도 나이가 드니까 어쩔 수 없이 젊은 소비층이랑 생각과 취향에 거리가 생겨요. 그래도 아직 2,3년은 남은 것 같아요.
GQ 2,3년 전에도 같은 말한 거 기억나요?
JP 이게 다 <쇼미 더 머니> 때문이에요. <쇼미 더 머니>나 <고등래퍼> 나가면 어린 친구들의 유행이나 취향을 캐치하게 되거든요. 심사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단어, 플로를 금방 캐치하게 돼요. 신기하더라고요.
GQ 이상하다. ‘픽시드’ 에서는 바로 ‘아재’로 지목되던데요. (단톡방에서 익명으로 <고등래퍼> 참가자가 아닌 사람을 고르는 영상을 찍었다.)
JP (박장대소)

울 체크 코트, 브라운 실크 셔츠, 모두 구찌.

GQ 오늘 뭐 타고 오셨어요?
JP 리듬타고 왔죠. 제가 예능할 땐 좀 막 던지는 경향이 있어요.
GQ 패기를 ‘폐기’로 알았던 건 리얼이었어요?
JP 네. 그건 진짜예요.
GQ 수백만 팔로워가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루아침에 삭제하는 걸 보니, ‘폐기할 패기’는 있구나 싶더라고요.
JP 폐기할 패기는 얼마든지.

블랙 모헤어 베스트, 브라운 핀 스트라이프 팬츠, 베이지 실크 셔츠, 브라운 레더 로퍼, GG 패턴 브라운 미디엄 볼링 백 가격 미정, 모두 구찌.

GQ 나이먹었다고 자주 한탄하는데, 사실은 나이가 들어서 비로소 낼 수 있는 맛도 있잖아요. 지금이 앞에 놓인 원소주도 그럴테고요.
JP 당연하죠. 그래서 소속 아티스트나 후배들에게 도움되는 조언을 할 수 있죠. 사실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아요. 힙합 쪽은 자기답게 살아나가며 가사를 쓰고 원하는 음악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늘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으로 돌아오지는 않죠. 나는 열심히 하는데 왜?라고 느낄 수도 있어요. 반대로 아이돌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자기 것이 없다는 허전함이나 공허함이 있을 수 있죠. 둘 다 경험해본 제가 중간 입장에서 양쪽에게 가치 있는 조언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GQ ‘아이돌 출신’이라는 딱지가 박재범에게는 몹시 무거웠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아이돌을 키우고 싶다고 했단 말이죠.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JP ‘아이돌은 이래야 한다’라는 규칙은 제게 없어요. 아이돌 시장에 이런 아티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랐는데 없었으니까 제가 만드는 거죠.
GQ 어떤 틀을 넘고 싶은 거예요?
JP 넘고 싶지만 못 넘을 수도 있어요. 쫄딱 망할 수도 있죠.(웃음)

헤링본 울 코트, 그린 니트 베스트, 데님 와이드 팬츠, 레더 스니커즈, 옐로 틴트 선글라스, 블랙 GG 패턴 캔버스 더플백 가격 미정, 모두 구찌.

GQ 무엇이 가장 다를 것 같아요?
JP 일단은 훈련법. 힙합 문화를 대하는 태도부터 신중했으면 좋겠어요. 리얼했으면, 깊이 있었으면 해요. 자신이 하고있는 것을 정확히 이해해야 어떤 선을 넘을 수 있어요. 그래야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깨닫게 될 테고요. 그리고 고마움과 가치를 알아야 하죠. 힙합은 가난하고 외면받은 동네에서 탄생해 지금은 수십 조짜리 시장이 되어버렸잖아요. 이건 기적이에요. 대단하죠. 거기엔 많은 이의 노력이 있었고, 지금 하는 이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GQ 박재범에게는 ‘Why’가 굉장히 중요하군요.
JP 그렇죠. 당연하죠. 유명해지고 싶다. 거기엔 ‘왜?’가 있어야죠. 없으면 그냥 관종일 뿐이에요. 왜, 어떻게 사랑받고 싶은지,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중요해요. 요즘은 유튜브 구독자 수나 댓글이 전부 숫자로 매겨지니까 숫자에만 목을 매고 그 안의 콘텍스트는 생략돼요.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GQ 인터뷰를 즐겨 읽는 이유가 결국은 과정이 궁금해서예요?
JP 맞아요.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어떤 생각을 하고있길래 이런 결과물이 나왔을까. 사람들 만나면 질문도 많이 해요.

헤링본 울 코트, 그린 니트 베스트, 데님 와이드 팬츠, 레더 스니커즈, 옐로 틴트 선글라스, 블랙 GG 패턴 캔버스 더플백 가격 미정, 모두 구찌.

GQ 올해의 술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 ‘원소주’를 만들 때도 매주 회의하고, 농사 지으러 다니고, 양조하는 분들과도 자주 만났죠. 어떤 질문했어요?
JP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 열심히 설명해주셔서 제가 물을 틈이 없었어요. 저는 50퍼센트밖에 못 알아들었고.(웃음) 술이란 게 엄청 복잡한 세계더라고요. 제가 직접 담그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GQ 이렇게 잘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JP 못했죠. ‘인싸들만 마시는 술’로 소문이 나서는 오픈런까지 해서 찾아주시더라고요. 저와 제 음악에 관심 없는 분들까지도요. 이럴 일이야? 도대체 왜, 어떻게? 신기하고 감사하죠. 오픈발 떨어지면 어쩌나 살짝 걱정돼요.
GQ 아직은 이 성공에 취해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JP 저는 잘될 때 더 고민과 걱정이 많아요. 잘 안 될 때는 노력해서 올라가면 되는데, 잘될 때는 이걸 어떻게 유지해야 하나 생각이 너무 많아지죠.
GQ 타격받기 싫어서요?
JP 타격에 대비하는 거죠. 갑자기 추락하면 충격이잖아요. 그래서 좋은 일이 있어도 너무 좋아하지 않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너무 기죽어 있지 않으려 해요.

더블 브레스티드 데님 재킷, 프릴 디테일 실크 셔츠, 네이비 플레어 팬츠 가격 미정, 모두 구찌.

GQ 박재범의 고민은 누구에게 털어놔요?
JP 하느님요.
GQ 응답을 빨리 받나요?
JP 맑은 정신으로 살아야 놓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순간순간 흘려버리지 않고 깨닫고 눈치채는 게 중요해요.
GQ 2022년 1월 1일에 ‘To Life’라는 노래를 업로드했죠.
JP AOMG, 하이어뮤직 창립자이자 제 식구들이 다 속해 있는 회사의 사장 자리를 내려놓는 게 큰 결심이었는데, 그렇다고 마냥 슬프게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여태 해온 성과는 역사적이고 누구도 재현할 수 없는 행보예요. 여태 수고했고, 앞으로 더 많은 도전과 발전을 하자는 결심에서 냈죠.
GQ 모두에게 건네는 건배사 같은 곡이었네요.
JP 맞아요. 새로운 도전 ‘모어비전’을 멋있게 해 나가자는 결심이기도 하고.
GQ More Vision, More Soju, 늘 ‘모어’를 외치던데 ‘Less’를 붙일 건 없어요?
JP Less Stress, Less Hate. 좋은 것들은 모어, 모어. More Love.

그린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블루 실크 셔츠, 네이비 플레어 팬츠, 실크 타이 가격 미정, 모두 구찌.

GQ 사랑하는 박재범은 어떻게 달라져요?
JP 많이 베풀어요. 그래야 나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저를 통해 상대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그게 저에겐 사랑이에요.
GQ 영향력 없이도 행복할 사람 같은데, 영향력을 슬기롭게 사용하고 있죠.
JP 부담도 아주 많지만 덕분에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잖아요. 부담, 압박감, 고통은 즐기려고 해요. ‘왜 하필 나야?’가 아니라 주어진 거니까 열심히 해야지, 감사해야지, 하고. 감당할 수 있어서 제게 주어진 일일거예요. 운명이죠.

더블 브레스티드 데님 재킷, 프릴 디테일 실크 셔츠, 베어 레진 브로치, 모두 구찌.

GQ 12월의 건배사 하나 추천해주세요.
JP 올해 힘든 일이 많았는데 모두 고생 많으셨고, 서로를 아껴주면서 진심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면서 2023년은 더 좋아질 거라 믿고 힘냈으면 해요.
GQ 건배사가 너무 긴데요?
JP 하하하하. 제가 꼰대라서 말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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