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와인 메이커가 알려주는 와인 선택부터 페어링 꿀팁 11 | 지큐 코리아 (GQ Korea)

전설의 와인 메이커가 알려주는 와인 선택부터 페어링 꿀팁 11

2022-12-06T13:18:26+00:00 |drink, EDITOR’S PICK, TRAVEL & EATS|

최근 방한한 전설의 와인 메이커, 텍스트북의 조나단 페이에게 물었다.

Part 1ㅣ와인 선택의 정석
Q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선택할 때
A 먼저 나 자신을 알 것. 내가 무슨 와인을 좋아하는지 궁금할 때는, 의외로 내가 그동안 즐겨온 것들에 해답이 있을 수 있다. 자주 먹고 마신 음식과 음료, 주류의 맛과 향을 떠올려본다. 달콤한 풍미의 음식을 즐긴다면 적당한 당도가 있는 와인을, 산뜻한 산미가 있는 음식, 음료를 선호한다면 산미가 풍부한 와인을, 진하고 풍부한 맛을 즐긴다면 바디감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비슷한 결을 지닌 와인을 선택한다면 적어도 실패 확률은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즐겨 마시던 와인의 국가, 품종을 알아두면 더 좋다. 그러니까 귀찮아도 마음에 쏙 든 와인은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둔다.

Q 취향이 다른 동행인과 와인을 선택할 때
A 취향은 달라도 셰어하는 음식은 비슷비슷하게 마련이다. 적어도 함께 머무는 공간, 분위기는 동일하다. 만남의 목적과 상대, 메인 요리가 무엇인지에 따라 와인 선택은 달라진다. 회처럼 신선한 풍미의 가벼운 음식은 산뜻한 풍미의 소비뇽 블랑, 오크 향이 강하지 않은 샤르도네가 어울리고, 바디감과 소스의 깊은 풍미를 지닌 바비큐 요리라면 메를로나 카베르네 소비뇽이 괜찮다. 취향이 다르더라도 접점을 만드는 식사 자리를 만들고 싶다면 기억해둔다.

Q 실패만은 피하고 싶을 때
A 와인 선택의 장소가 숍인지, 레스토랑인지에 따라 다르다. 와인 숍에서라면 이렇게 말한다. “와인 구매 목적은 이러하고, 원하는 가격대는 이러합니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에서 가볍게 마실 5만 원대의 와인을 구입할 것인지,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선물할 10만 원대 전후의 와인의 답안지는 천양지차일 테니까. 함께 즐길 메뉴가 정해져있다면 페어링이 좋은 와인을 묻는다. 한편, 레스토랑이라면 주문하려는 음식과 와인 가격대가 관건이다. 상대적으로 숍보다 와인 선택지가 적기 때문에 폭을 쉽게 좁힐 수 있다는 점이 차이점. 자신의 와인 취향, 동행인의 취향, 좋아하는 품종, 지역을 미리 알아두면 좋다.

Part 2ㅣ컬렉팅의 정석
Q 컬렉팅을 시작한다면
A 컬렉팅을 시작한다는 건, 곧 와인에 관한 경험이 충분하며 좋은 와인을 보관해 의미 있는 날 즐기고 싶다는 달콤한 욕구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좋은 셀렉션을 지닌 와인 숍의 매니저와 좋은 관계를 쌓아두기를 권한다. 비싼 와인이라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고 컬렉팅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와인을 이해하고 좋은 추천을 해줄 수 있는 숍과 매니저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 어떠한 샴페인은 NV 샴페인임에도 5~8년 보관 후 더 풍부한 맛을 뿜는 경우도 있고, 빈티지가 좋지 않은 해로 평가된 보르도 그랑 크퀴도 5~10년의 셀러링 후 비로소 풍미를 제대로 발현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컬렉팅, 셀러링한 뒤 이 와인을 마시고 싶은 시점이 언제인지 계획하고 와인을 선정하면 가장 좋다. 그리고 하나 더. 와인은 보관이 중요한 만큼 수년에서 수십 년 보관을 원한다면 적정 온도와 습도 등 조절이 가능한 셀러를 구비했는지 먼저 체크해야 한다.

Q 수준 높은 컬렉터로 성장하고 싶을 때
A 누구에게나 취향이 있다. 그리고 이는 경험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더 나은 컬렉터가 되고 싶다면, 지역, 품종에 대한 선입견을 쓱쓱 지우고 열린 자세로 다양한 와인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약 1만 개의 포도 품종으로 수백만, 수천만 종류의 와인이 매년 쏟아진다. 이 와인을 모두 경험할 순 없겠지만, 많은 와인을 접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와인 애호가들과 여러 와인을 준비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본다. 와이너리의 유명세나 품종, 지역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Q 확실한 취향을 지닌 컬렉터가 되려면
A 좋은 와인을 알아보고, 나만의 취향을 찾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술 작품을 컬렉팅하는 것과 마찬가지. 와인을 제대로 알고 즐기는 사람이 되려고 많은 사람들은 조급해 한다. 그러나 취향을 깨닫고 확실하게 나만의 스타일을 이야기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림을 이해해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경험을 중요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셀러 안에 가득 찬 와인들이 스스로 나의 취향을 이야기해줄 것이다.

Q 텍스트북 가운데 컬렉팅을 권한다면
A 텍스트북 미 장 플라스 오크빌과 텍스트북 페이지 터너 오크빌. 나파 밸리 가운데 대표적으로 퀄리티가 좋은 생산 지역이기도 하고, 뛰어난 테루아를 지닌 포도원에서만 생산하는 와인으로 컬렉팅에 가장 적합하다. 실제로 2004년 출시했던 첫 빈티지 미 장 플라스 오크빌을 최근 시음했는데, 아직까지도 풍부한 향과 우아한 타닌을 느낄 수 있었다.

Q 당신의 컬렉팅 취향은
A 샴페인, 소노마 피노 누아,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 크뤼 보졸레 와인까지를 나의 취향이라고 말하고 싶다. 섬세한 풍미가 있는, 적정한 산미가 뒷받침되는 와인을 선호하는데, 이는 프랑스 부르고뉴에서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까닭에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에서도 섬세함을 기반으로 한 밸런스 좋은 와인을 선택하곤 한다. 적당한 가격과 뛰어난 밸런스. 내가 말하는 가성비는 단순히 저렴한 와인이 아니라 적당한 가격대에 좋은 산미에서 나오는 밸런스, 다양한 향이 계속해 피어나는 와인을 이른다. 그래서 소노마 피노 누아, 크뤼 보졸레를 자주 이야기한다.

Part 3ㅣ페어링의 정석
Q 페어링할 때 메뉴판에서 체크할 것
A 레스토랑에 따라 다르지만, 대표 메뉴에 맞추어 추천 와인 페어링을 적어둔 곳이 있다. 이것은 이미 레스토랑에서 검증된 페어링이므로,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직접 두고 비교 페어링하기 어렵다면 이를 따라보기를 권한다. 메뉴의 메인 재료와 소스를 살피는 것도 방법. 산미, 당도, 바디 등 어떤 요소에 중점을 두고 와인을 선정할 것인지 조화를 생각하면 좋다.

Q 한국 음식과 미국 와인을 페어링할 때
A 경험해본 바, 한국 음식은 그 어느 국가보다도 다채로운 식자재와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한다. 특히 발효 음식 – 김치, 된장, 간장 등 – 을 많이 경험할 수 있는데, 덕분에 자연스럽게 음식에서 배어 나오는 산미와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와인 또한 발효 음식이라 할 수 있기에 페어링하기 매우 좋다. 미국 와인의 풍부하고 무게감있는 바디를 선호한다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사용한 갈비찜과 같은 묵직한 음식을 페어링하고, 섬세함과 은은함이 있는 와인을 선호한다면 해산물이나 닭고기 요리와 매칭하면 좋다. 모든 음식과 와인은 비슷한 풍미를 지닐 때 가장 매력적으로 발현된다. 특히 최근에 물회에 텍스트북 나파 소비뇽 블랑 페어링을 경험했는데, 완벽한 경험이었다. 코리안 바비큐에는 나파 메를로도 매력적인 페어링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핫한 레드 품종 중 하나가 메를로다. 과거에는 카베르네 소비뇽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품종이다. 젊은 세대와 젊은 소믈리에가 가장 선호하고 즐기는 품종인 만큼, 불고기와 메를로 페어링 조합은 앞으로 큰 주목을 받을 것 같다.

Q 효과적인 페어링을 위해
A 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함께 하는 사람을 중요시하라’는 것.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른데, 매번 음식 하나하나에 맞추어 다른 와인을 주문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함께 와인을 즐기는 사람의 취향을 이해한다면 음식과 와인이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까지 조성할 수 있게 된다. 즐거운 시간을 위한 요소를 삼각형으로 표현할 때 나는 각 꼭짓점에 친구, 와인, 음식을 표기하곤 한다.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그것이 우선된다면 그 어떤 페어링도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상대가 와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와인을 준비하고, 조금 어색한 사이라면 좋은 와인을 준비해 와인 하나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결론.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 함께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나만의 페어링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