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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열린 ‘랄프 로렌 스프링 컬렉션’ 현장 공개

2022.12.17박나나

캘리포니아의 골든아워에 만난 2023 랄프 로렌 스프링 컬렉션.


뉴욕과 밀라노, 런던과 도쿄. 초고층 빌딩과 긴 랜드마크 리스트를 자랑하는 빅 시티. 랄프 로렌은 그간 주로 이러한 곳에 머물렀다.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볼 룸에서 더 반짝이는 옷을 입은 상류층을 찾아냈고, 샴페인 잔을 넘치게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웨스트사이드와 비치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다. 카우보이와 빈티지, 세일링과 리조트. 기막힌 스카이라인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런 갈증을 한 번에 해소라도 하듯 2023 랄프 로렌 스프링 컬렉션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다. 넘치는 일조량과 찬란한 바다, 강렬한 사막과 끝을 모르는 팜트리, 그리고 유쾌한 보헤미안. 풍족과 부유를 상징하는 이 도시에 드디어 랄프 로렌이 도착했다.
캘리포니아의 골든아워를 감상할 수 있는 패서디나의 헌팅턴 보태니컬 가든에는 조촐한 듯 화려한 무대가 꾸며졌다. 샴페인의 기포가 점점 줄어들 때 선셋이 시작됐고, 조명은 어둠을 낮으로 바꾸고 있었다. 랄프 로렌 컬렉션과 퍼플 라벨, 더블 알엘과 폴로 랄프 로렌 그리고 폴로 칠드런까지. 2018년 랄프 로렌 50주년을 맞아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컬렉션 이후 랄프 로렌 패밀리를 한자리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팜 스프링 사막에서 한 바퀴 구른 듯한 카우보이 모자를 쓴 모델을 필두로, 거칠게 다듬은 가죽 부츠, 로맨틱 비대칭 슬립 드레스, 데님 스리피스 수트, 웨스트사이드 스타일의 자수 장식으로 구성된 더블 알엘 컬렉션이 쏟아져나왔다. 벨 에어의 고급 저택이 떠오르는 호박색 나팔 비즈의 봄버 재킷, 새들 슈즈와 매치한 테일러링 리넨 수트, 투명 비즈로 장식한 쇼 스톱 컷아웃 로브, 금빛 메탈릭 팔레트 등으로 구성된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이 뒤를 이었다. 다음은 마리나 델 레이에 정박한 요트에 필요한 랄프 로렌 컬렉션 차례였다. 스커트 수트, 베레, 테일러드 블레이저는 화이트와 네이비의 리조트 룩으로 완성됐고, 시퀸, 크리스털, 샹들리에 귀고리, 실크 포켓 스퀘어는 꿈처럼 빛나는 바닷가를 떠올리게 했다. 다음 도착지는 영 클래식의 폴로 랄프 로렌이 이끄는 행콕 파크의 주택가. 케이블 니트, 스트라이프 옥스퍼드 셔츠, 크리켓 스웨터는 차분한 치노 팬츠와 함께 매치됐고, 페인트 디테일 리키 백은 행사장의 주인공인 듯 등장했다. 마드라스 프린트, 럭비 셔츠, 스트라이프 스웨트 셔츠, 니트 비니와 버킷 햇, 스트라이프 니삭스는 웨스트우드의 프레피 룩을 연상시켰고. 모델들의 행렬에 잠깐 지루해질 때쯤 어른의 손을 꼭 잡은 폴로 칠드런이 등장했다. 피나포어 스커트, 빈티지 퀼트, 크로스스티치 자수 드레스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아이들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실베스터 스탤론마저 미소 짓게 만들었다.
쇼의 마지막은 컬러 크레센도로 무장한 여성 컬렉션. 에이라인 볼 가운은 스트라이프 럭비 셔츠, 스웨트 셔츠, 니트 캡, 톱핸들 리키 백과 함께 짝을 이뤘고,이는 베니스 비치의 서퍼 쿠위르 스타일로 변했다. 범선의 닻에서 영감받아 방수 실크 태피터 소재로 만든 스커트와 가운은 캣워크를 오렌지, 퍼플, 레드의 바다로 만들어놓았다. 랄프 로렌의 2023 스프링 컬렉션은 서부의 산들바람을 타고 나부끼듯 당도했다.

패션 에디터
박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