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얘기 좀 해.
<중화동에 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곁에 계실 때 그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내 나이 무렵의 하루를 왜 물어보지 않았는지 문득 아련해진다. 효심 가득한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이 책이, 내가 그러하듯 당신들 마음에 품은 그림을 궁금해지게 만들어서. 이 책은 서울 중랑구 중화2동에 혼자 사는 여성 5명, 남성 3명과 중랑구술생애사기록팀이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그들의 나이는 68세부터 89세. 순천, 대전, 영동, 교토 등지에서의 삶을 지나 현재는 중랑2동에 사는 주민이다. 피아노를 전공한 김애자, 송전탑을 지었던 이서종···, 이들이 돌아보는 과거는 여전히 선명하다. 이를 기록한 중랑구술생애사기록팀에도 눈길이 간다. 지역 기반 돌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노인의 생애를 존중하는 동시에 그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나이, 성별, 환경 태그 모두 떼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귀 기울이는 일. 그 다정함이 반갑다.
<뒤라스 × 고다르 대화>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소설가다. 장 뤽 고다르는 영화감독이다. 예술 신을 깨뜨리고 넓히고 다져온 이 예술가들이 1979년, 1980년, 1987년 세 차례에 걸쳐 나눈 이야기를 <뒤라스 × 고다르 대화>에 담았다. 그들의 대화는 대개 이런 식이다. “우리는 조금 적대적인 형제와도 같군요. 저는 글쓰기 Eriture를 증오하거든요.”(고다르), “나는 쓰여진 것 Ecrit이라 부르지. 텍스트 또는 쓰여진 것···. 거의 모든 이미지는 텍스트를 방해하네.”(뒤라스) 이들의 대화를 얕게 요약하자면 쓰여지는 것과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향한 탐닉이다. 창과 방패처럼, 때론 함께 창을 들고, 또 함께 방패를 들고 오가는 대화의 음률이 사유의 파도를 일으키는 진동 같다. 무엇보다 이들의 대화가 저릿하고 뜨겁게 다가오는 연유는 경청하고, 분명하게 말하고, 포용하고, 생각을 나누어서. 아름답다. 글 / 김은희 (<지큐> 피처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신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