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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항공의 일등석 같은 비즈니스 클래스

2023.02.06전희란

카타르항공을 타고 떠나는 순간을 여행했다.

카타르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Q스위트 좌석.

자정이 막 지난 시각, 승무원이 가득 따라준 차가운 찰스 하이직 브뤼 리저브로 마른 목을 따갑게 적셨다. 축축한 물수건은 아직 온기를 간직하고 있었고,  승무원은 “식사는 언제든 당신이 원할 때 준비해주겠다 (주문형 기내식 서비스의 일환이다)”며 촉촉한 말 한마디를 건네왔다. ‘프라이버시 패널’이라는 심상치 않은 문이 닫히고, 아름다운 고립은 시작되었다. 나는 지금 도하로 떠나는 카타르항공의 ‘Q스위트’ 안이다.

음바페, 메시, 네이마르가 뒤섞여 뛰는 파리 생제르맹 FC의 기적 같은 경기를 볼 때마다 내 시선은 늘 그들의 가슴팍에 꽂혔다.QatarAirways. 파리 생제르맹의 메인 스폰서이자 2022카타르 월드컵의 공식 스폰서, 그 누구보다 축구에 진심인 항공사. 카타르 항공이 자국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을 맞이하는 포부와 기개는 과연 클래스가 달랐다. FIFA 한정판 어메니티 백으로 기내를 장식하는가 하면 (퍼스트, 비즈니스 클래스 한정), 기내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월드컵 실시간 경기가 펼쳐졌고, 180개가 넘는 축구 콘텐츠가 벤치에 앉은 선수처럼 재생 버튼 뒤에서 대기 중이었다. 경기장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경기장 인기 스낵을 준비해둔 건 대체 어떤 천재적 괴짜가 낸 아이디어인지. 이제 막 도하행 비행기를 탔을 뿐인데, 10시간 빨리 월드컵의 한복판에 도착한 셈이었다.

업계 최초로 비즈니스 클래스에 마련된 더블 침대.

Q스위트 좌석마다 장착된 프라이버시 패널을 이용하면 아름다운 고립을 맛볼 수 있다.

무료 라이브 TV 서비스를 제공하는 태블릿.

2022스카이트랙스 월드 에어라인 어워즈 선정 올해의 항공사, 세계 최고 비즈니스 클래스, 세계 최고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다이닝. 수상 기록 따위를 따져 여행하는 멋없는 여행자는 아니라고 자평했건만, 치밀하고 빈틈없는 하드웨어와 서비스 앞에서 두 손을들고 만다. 대차 밍권 셰프의 진두지휘 아래 신선한 로컬 재료로 주무른 요리를 일체의 냉동 과정 없이 선보이는 수준 높은 다이닝은 기내를 단번에 파인다이닝으로 뒤바꾼다. 공들여 짠 주류 리스트는 애주가에게 때로 잡지보다 더 흥미롭다. 우드포드 리저브 버번향이 방울방울 피어나는 하이볼을 홀짝이면서 다음술은 무얼로 할지 여러 시나리오를 그린다. 도착하려면 멀었는데, 나는 벌써 이 시간이 그립다.

왼쪽부터_2022 카타르 월드컵 기념 메뉴 디자인, FIFA 브랜드 독점 축구 유니폼 스타일의 라운지 웨어.

세계 최대 라운지, 알 무르잔 라운지.

여행의 시작점을 어디쯤으로 정해야 할까, 언젠가의 화두를 기억 속에서 불러온다. 다시 켠 휴대 전화에 외교부발 문자 세례가 날아드는 순간? 팽팽한 긴장속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한 순간? 짐을 찾고 공항을 나서는 순간? 아니, 어쩌면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모래시계는 뒤집어진다. 그리고 ‘여행, Cue’. 하필 이름도 ‘Q’스위트인 이 구역의 널찍한 베드에 몸을 파 묻은 채, 취기를 베개 삼아 상상한다. 그나저나 아직 마셔야 할 술이 많고, 보고 싶은 컨텐츠는 수두룩한데 이 자리는 왜 이렇게 편한 거지. 벌써 잠이 오면 곤란한데.

피처 에디터
전희란
이미지
카타르 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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