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B. Beam Distilling Co.(JBBDCo.)’의 8세대 마스터 디스틸러 프레디 노와의 매콤달콤한 만남.
GQ 주변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자랑을 잔뜩 하고 왔습니다. 부커스를 만든 부커 노의 손자이자 리틀북의 창시자, ‘그’ 프레디 노를 만난다고!
FN 하하하. 영광입니다.
GQ 마스터 디스틸러가 된 때가 1년 전쯤이었죠? 기분이 어땠어요?
FN 몹시 짜릿하고 흥분되었죠. 가족들과 동료들 앞에서 아버지가 ‘서프라이즈’로 임명해주셨거든요. 할아버지의 친구인 와일드 터키의 마스터 디스틸러 지미 러셀도 참석하고, 그야말로 축제 같았어요.
GQ 마스터 디스틸러가 되는 순간 인생이 곧장 뒤바뀌기라도 하나요?
FN 일상에 큰 변화는 없어요. 일의 프로세스는 변함없으니까요. 다만 미팅이나 크고 작은 의사 결정이 늘었죠. 위스키 메이킹의 예술을 이해해야 하고요.
GQ 당신의 아버지인 프레드 노가 말했죠. “마스터 디스틸러는 예술가이자 과학자여야 한다”고요. 당신은 얼마나 예술가이며, 얼마나 과학자죠?
FN 예술가에 훨씬 가까워요. 과학자 면모는 아주 조금.(웃음) 반면 저희 팀은 과학에 치중하고 있어서 밸런스가 좋아요. 제가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예술적인 측면에 집중하면, 그를 뒷받침하는 과학을 팀원들이 연구하는 식이죠.
GQ 저 역시 좋은 술 앞에서 “예술”이란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스터 디스틸러가 위스키를 예술적이라고 하는 건 어떤 측면일까요?
FN 방금 촬영할 때도 제가 짐빔과 납크릭 테이스팅을 했죠? 과학을 테이스팅하는 건 불가능해요. 시각, 후각, 미각 등 오감을 활용하는 게 예술인 거죠. 우리는 테이스트를 만들어나가는 집단이에요. 그래서 색감과 향기처럼 위스키를 둘러싼 감각에 대해 적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GQ 홈페이지 어딘가에 “위스키를 만드는 감각은 피에 흐르고 있다”고 적은 게 기억나요. 훌륭한 디스틸러는 타고나는 건가요, 혹은 길러지나요?
FN 저는 디스틸러로 태어났다고 보는 게 맞아요. 그리고 정말 디스틸러가 되었죠. 하지만 길러지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해요. 어린 시절부터 저보다 먼저 마스터 디스틸러를 지낸 아버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훈련을 받았어요. 좋은 위스키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 없이는 불가능해요. 결국 Born & Bred인 거죠.
GQ ‘나는 타고났어’라고 깨달은 운명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FN 처음에는 위스키 병을 만드는 제조 라인에서 일했어요. 당시 마스터 디스틸러인 아버지는 출장 중이었고, 불량품을 가려내라는 갑작스러운 주문을 받았어요. 제가 의사 결정을 해야만 했는데, 다른 사람이 놓친 불량품을 제가 잡아냈어요. 스물다섯 살쯤이었는데, 그때 깨달았죠. 디스틸러가 된 건 운명이구나.
GQ 할아버지 부커 노 역시 당신을 두고 “좋은 후각을 가졌다”고 칭찬했죠. 위스키 가문에서는 훌륭한 코를 빚기 위해 어떤 교육을 받죠?
FN 특정 배치를 랜덤으로 골라 향을 맡아보는 훈련을 해요. 어떤 배치가 더 좋은지 비교하기도 하고요. 훈련하다 보면 위스키 향을 맡는 감각이 섬세해져요. 그런데 불량품을 잡아낼 정도로 예민한 감각은 타고나는 영역에 가까워요.
GQ 버번에 굉장한 혁신을 가져온 부커 노는 버번 업계의 록스타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죠. 프레디 노에게는 어떤 별명이 붙기를 바라나요?
FN Great Master.
GQ 야심 차군요.
FN 열정으로 임하면 가능하다고 믿어요. 훌륭한 마스터의 기준을 높이고 싶어요.
GQ 전통과 혁신은 늘 창과 방패같이 느껴져요. 증류소 전통에 깊은 존경을 표하는 당신이 ‘혁신’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고요.
FN 미래로 나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과거로부터 배우는 거죠. 우리 가문은 미국이 국가가 되기 전부터 위스키를 만들어왔어요. 무궁무진한 역사와 스토리를 존중하면서 동시대 위스키와 커뮤니티를 공부해나가는 것이 위스키의 미래를 만드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해요. 거기서 혁신이 피어날 수 있죠.
GQ 미국에서는 소위 ‘아재’들이 마시는 술인 버번, 짐빔이 한국에서는 어쩐 일인지 MZ세대가 열광하는 술로 정착했어요.
FN 놀라워요. 사실 버번의 플레이버는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맛이죠. 버번은 모두를 위한 술이에요. 저희 가족은 늘 “버번은 원하는 대로 즐겨”라고 이야기하죠. 그래서 한국 시장이 제게 큰 영감이 되고 있어요.
GQ 여성 뮤지션 미노이의 광고가 엉뚱하게 대 히트를 친 사실도 알고 있나요?
FN 물론이죠. 미노이를 통해 한국에서 짐빔이 모든 사람이 즐기는 술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었어요. 그에게 꼭 이렇게 전하고 싶습니다. 탱큐!
GQ 한국에서 술을 잘 마는 사람은 어딜 가나 환영받게 마련인데, 고깃집에서 말아 먹기 좋은 짐빔 칵테일을 하나 추천해주시겠어요?
FN 클래식 짐빔 하이볼이 으뜸이죠. 대안으로는 위스키 사워를 권하고 싶어요. 위스키, 오렌지주스, 레모네이드를 넣고 얼음을 섞어 스무디로 만드는 칵테일이죠. 저희 할머니가 만든 레시피인데, 여름에 마시면 베리 판타스틱합니다.
GQ 그렇다면 짐빔 가문에서 가장 술을 잘 마는 인물은···
FN 그건 바로 저예요. 가족을 위해 저는 바텐더가 되기도 하고, 셰프가 되기도 해요. 제가 가문 최고의 바텐더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겁니다.(미소)
GQ 버번 업계 라이벌과의 교류도 활발한가요?
FN 우리의 유대는 끈끈하고 단단해요. 서로의 술을 마시고 개선할 점을 코멘트하기도 하고, “역시 우리 술이 최고네” 같은 농담도 하죠.(웃음) 역사적으로 버번의 인기는 오르락 내리락했어요. 그럼에도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함께 노력한 끝에 지금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었죠.
GQ 당신의 역작 ‘리틀북’은 한국에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소문이 자자합니다. 리틀북 시리즈는 계획된 맛의 구현에 가까웠나요, 혹은 미지의 여정이었나요?
FN 블렌딩에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시기에 리틀북은 뜻밖의 발견이었어요. 증류소의 모든 위스키를 테이스팅하면서 맛의 차이와 숙성의 차이를 이해해나가고, 그것을 여러 조합으로 블렌딩해 또다시 테이스팅, 또다시 확장해 이해해나갔죠. 마치 탐험가처럼, 새로운 플레이버를 만드는 하나의 여정 같았어요. 결국 위스키의 가치를 높이는 건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해요. 숨은 디테일을 찾는 우리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고, 저는 멈추지 않는 탐험가가 될 거예요.
GQ 요즘 프레디가 가장 궁금한 게 궁금해요.
FN 아메리칸 싱글 몰트. 몰트위스키는 버번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아메리칸 싱글 몰트가 버번에 어떤 새로운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GQ 이것은 다음 위스키의 힌트가 될 수 있을까요?
FN 지금으로서는 확실치 않아요. 다만 고숙성 위스키가 더 탄생할 것이고, 리틀북이 지닌 스토리텔링이 전보다 강해질 거라는 힌트는 드릴 수 있겠네요.
GQ 당신에게 “Damn Good Whiskey”란 무엇인가요?
FN 일단 퀄리티가 좋아야죠. 바닐라, 캐러멜처럼 배럴에서 비롯되는 플레이버도 있지만 공정에서 피어나는 플레이버도 있죠. 우리는 동일한 이스트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발효 과정에서 프루티 플레이버가 피어나요. 몹시 미묘한 플레이버들이 한데 모여 조화롭게 공존할 때 비로소 이렇게 말할 수 있죠. 댐, 굿!
GQ 전 세계 판매량 1위 버번인 짐빔으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건배하고 있을 애주가들에게 건배사를 건네볼까요?
FN Cheers to you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