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그러나 더 나은’. 브라운의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다. 그리고 그 시작엔 디터 람스가 있다. 지난 60년간 전 세계 디자이너들과 기업에 영감을 주는 Less, but better 정신은 좋은 디자인에 대한 원칙이다. 사용하기 쉽고, 유용해야 하며, 오래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디자이너의 디자이너
애플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가 자신의 롤모델로 디터 람스(Dieter Rams)를 지목한 것은 유명하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조너선 아이브는 디터 람스에게 아이폰을 헌정하기도 했다.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의 몇몇 모델들 예를 들면 1958년에 출시된 주머니 사이즈의 라디오 T3는 엄지 손가락만으로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데 이는 아이팟과 같은 심플한 디자인의 기초가 되어 주었다. 1977년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포켓 계산기 ET33은 아이폰 계산기 앱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제품이기도 하다. 그의 동료 였던 디트리히 룹스(Dietrich Lubs)는 이 계산기를 두고 “지금까지도 저는 이 제품을 더 이상 개선할 점이나 뒤쳐질 부분이 없는 좋은 본보기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무인양품의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Hukasawa Naoto) 역시 디터 람스의 디자인에 대해 “이보다 더 완벽한 디자인은 없을 것”이라며 극찬한다. 군더더기를 최대한 배제한 슈퍼 미니멀리즘. 디터 람스가 고수한 원칙 덕에 그의 디자인 제품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세련된 디자인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됐다.
브라운 X 디터 람스
100년의 역사와 독일 장인정신이 담긴 기술력과 디자인을 가진 브랜드 브라운. 오늘 날의 디터 람스는 브라운과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스터 브라운’이라고도 불리는 디자인계의 거장 디터 람스는 1932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났다. 목수였던 할아버지의 공방에서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그는 1947년 건축, 목공 관련 학문을 공부하고 1955년 23세의 나이로 브라운에 입사한다. 건축가로 입사한 그가 처음 맡았던 일은 사무실과 쇼룸을 재설계하는 것.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이 훗날 세계적인 제품 디자이너가 되리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당시 브라운 대표였던 에르윈(Erwin)과 아르투르(Artur)의 권유로 우연치 않게 제품 디자인에 참여하게 된 디터 람스는 1956년 ‘백설공주의 관’이라 불리는 레코드 플레이어 SK4를 세상에 내놓는다. 플렉시 글라스 뚜껑을 상부에 적용한 이 제품은 디자인계에 혁명을 일으켰고 디터 람스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게 된다. “좋은 디자인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나온다”는 그의 생각은 브라운에서 함께 한 동료들로부터 시작됐다. 보다 효율적이고 네트워크화된 환경에서 협업하며 성과를 이뤄낸 디터 람스는 1961년부터 1995년까지 브라운 디자인팀의 실질적인 리더가 된다. 그는 굿 디자인의 원칙을 세워 체계적으로 적용했다. 그 원칙은 명확했고 그 안에서 브라운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모든 원칙은 영원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수정되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여 놓았다. 좋은 디자인의 조건은 기술이나 문화와 마찬가지로 계속 발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은 현재의 브라운 디자인에도 적용되고 있다. 브라운의 면도기 시리즈 9 PRO의 경우 미니멀한 디자인 속에 면도라는 본질에 충실한 다양한 기술들이 담겨있다. 면도하기 까다로운 누운 수염을 들어 올려 절삭하는 프로 블레이드는 0.05mm까지 밀착 면도할 수 있게 계속해서 진화해 왔고, 한번의 스트로크로도 많은 면적을 커버하는 일자형 포일(foil)은 50년대에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브라운 면도기의 초기 모델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브라운만의 DNA다. 디자인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브라운 디자인의 좋은 예다.
굿 디자인, 굿 디자이너, 굿 라이프
‘Less, but better’라는 개념은 바우하우스 운동(Bauhaus movement)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질서, 명확성, 단순성에 기반한 사고방식을 고안해내 이를 전자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브라운디자이너의 수장, 디터 람스가 최초였다. 좋은 디자인은 사용하기 쉽고, 유용해야 하며, 오래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는 단순한 디자인 컨셉이 아니라 태도의 관한 문제다. 제품의 품질, 기능성, 명확성, 수명, 그리고 불변성과 같은 가치들은 그동안 브라운이 시장에 출시해온 수백 가지의 제품들과 오늘날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 날에는 가전 제품과 같은 내구재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경우가 많다. 많은 제품들은 2년마다 버려지고 교체된다. 디터 람스는 조언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여 제품을 완벽하게 제작한다면,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매일 즐겁게 사용 할 수 있다면, 그 제품은 오랜 세월 동안 당신의 이상적인 동반자가 될 거라고.
by Dieter Rams
• Good Design is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 Good Design is aesthetic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이해를 돕는다
• Good Design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 Good Design is honest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 Good Design is long lasting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완벽하다
•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좋은 디자인은 환경을 생각한다
•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디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