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빅나티가 보내온 글, 호프리스 로맨틱

2023.03.08임채원

동시대 아티스트의 글을 싣는 디지털 저널 <Letters From.>의 두 번째 이야기. ‘무용한 것을 열렬히 사랑하는 낭만이 있나요?’ 에디터가 던진 질문에 답장이 왔다. 낭만의 도시 파리로부터. 당신이 낭만이라 믿었던 것들은.

호프리스 로맨틱
나는 나의 결함들을 낭만이라는 단어를 빌려
포장해왔던 것 같다.
무용한 것들로 음반을 만들고
그 음반으로 유용한 것들을 얻었다.
이 얼마나 모순인가.

이런 와중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이 글을 쓴다.
낭만이라는 단어가 오글거리다 못해
역겹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낭만은 더 이상 가지고 싶은 게 없는 어른의 사치품은 아닐까.
넘쳐남 속의 비움, 비움.
가진 게 없다면 비울 것도 없지 않은가.

낭만은 어쩌면 그저 <미스터 선샤인>의 김희성을
따라 하고 싶었던 보잘것없던 소년에게 잠깐 빌려 쓰기에 딱 좋은 단어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마저도 낭만이라는 단어로 포장이 가능한 걸까.

불확실한 것들 중 분명한 하나,
낭만은 스무 살의 나에게 전부를 주었다.

    Letters from.
    빅나티
    에디터
    임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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