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프로듀서의 소중함.
프로듀서 드레스 앞에 놓일 적확한 수식어를 찾는다는 것은, 10초 안에 자기소개를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어쩌면 이 프로듀서가 다년간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여러 아티스트들과 작업해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하며, 단순히 아티스트의 장점을 캐치하고, 잘 살려내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닌. 아티스트의 지향점을 능동적으로 같이 찾아가는데에 탁월한 프로듀서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티스트들이 원하는 21세기형 프로듀서의 모습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그의 수많은 트랙 중 들어보면 좋을 몇 가지만을 골랐다. 물론 이 노래는 극히 일부이며, 디깅은 당신의 입맛대로!
❶ Talk (Feat. 빈첸 (VINXEN), Sogumm, 장석훈)
아티스트 드레스(dress) 발매일 2019년 6월 21일Comment 2015년 데뷔한 드레스는 프로듀서로 꾸준히 앨범을 발매해왔다. 테디의 소속사로 알려져있는 더블랙레이블 초기 멤버로 곡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이 앨범은 조금 더 뒤인 2019년 발매작. 스타쉽의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하이라인엔터테인먼트로 옮긴 뒤 발매한 노래다. 2018년 발매했던 드레스의 싱글로 인연을 맺게 된 소금과 드레스는 이후 음악적으로 꾸준히 협업을 이어간다. 이 앨범 후로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여 발매한 정규 <Not my fault>가 발매됐다. 이 전에 병언(a.k.a 장석훈)과 함께 듀엣으로 부른 노래 ‘잘할걸’도 꼭 들어보길. 소금이 또렷한 발음으로 부르는 애잔한 가사를 들어볼 수 있다.
❷ 궁금해 (Feat. 박재범) – Sogumm
아티스트 드레스(dress), 소금(Sogumm) 정규앨범 Not my fault 발매일 2019년 9월 27일 Comment 앨범 전체를 꼭 들어보라고 하고 권유하고 싶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이 그립다면 박재범과 함께 부른 ‘궁금해’를, 오늘 취하고 싶다면 ‘Pretty Bitch’를 권한다. 파도, 파도 끊임 없이 나오는 소금의 매력을 알게 해준 이 앨범은 드레스를 여러 사람에게 확실히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소금이라는 훌륭한 뮤지션이자, ‘퍼포먼서’이자, 그녀의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어떤 남자 프로듀서가 다룬다고 해도 이렇게 힙하고 매력적이게 다루지는 못했을 거다. 여러 번의 거푸집을 만들고, 망치질을 통해 서로의 형태를 알아간 과정이 있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던 앨범.
❸ Midnight Blue(Feat.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 Kid Milli
아티스트 키드밀리(Kid Milli), 드레스(dress) 정규앨범 Cliché 발매일 2021년 4월 27일 Comment 앞서 소금과 드레스의 협업이 낳은 나비효과, 아니 긍정적인 영향력이라고 해야할까. 미국 여행을 다녀온 키드밀리가 함께 작업을 할 프로듀서를 찾던 중. 앞선 <Not my fault>를 듣고 드레스를 만나게 되어 태어난 앨범. ‘태어났다’라고 굳이 표현한 이유를 묻는다면, 지구에 생명이 내려오듯 이 앨범은 수많은 화학작용과 물리작용을 통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2021년은 지나버렸고, 키드밀리가 좋은 앨범을 가지고 나와도 <Cliché>는 유일무이한 앨범으로 남을 것이다. 키드밀리를 단순히 ‘쇼미 래퍼’ 혹은 ‘딘드밀리룩’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날려주었던 트랙들.
❹ STAB (Feat. eaJ) – Big Naughty
아티스트 빅나티(Big Naughty) 발매일 2021년 11월 18일 Comment 빅나티와 드레스가 작업한 앨범은 소금과 드레스만큼이나 방대하다. 빅나티는 토일,보이콜드,피제이 같은 다채로운 프로듀서와 많이 작업을 해왔지만 올해 발매한 EP <호프리스 로맨틱> 그리고 싱글 ‘친구로 지내다보면’는 드레스와 함께했다. 그럼에도 굳이 이 노래를 꼽은 이유를 묻는다면 빅나티가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치열하게 음악적인 시도와 색깔을 만들어가던 19살 중후반의 정서가 담겨져 있어서다. 물론 eaJ와 빅나티라는 보컬이 만나게 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고등학교 졸업을 앞뒀던 빅나티 그리고 한국 활동을 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가 활동 중이었던 29살 eaJ가 느끼는 어떠한 비슷한 감정이 녹아있는 느낌이랄까. 뜨거워서 아릿한 소년과 청년의 목소리를 꼭 확인해보길.
❺ Golden Hour – NCT MARK
아티스트 NCT 마크(MARK) 발매일 2023년 4월 7일 Comment 드레스는 더블랙레이블 소속 당시부터, 그리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힙합 뿐만 아니라 케이팝 음악 작업도 해왔다. 누구보다 수많은 장르의 경계에서 열심히 아티스트들과 호흡하던 드레스가 어쩌면 가장 탁월하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프로듀서이자, A&R적인 감각으로 아티스트들의 캐릭터와 아이덴티티가 잘 담긴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것. ‘고딩’ 래퍼였던 엔시티 마크가 어느덧 20대가 되고, 본인이 내고 싶은 목소리가 생겼을 때, 그 색깔과 메세지를 또렷하게 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 중 한 명은 자신과 한 시절을 함께 보낸 뮤지션이자 프로듀서가 아닐지. 그렇게 스스로 안의 ‘Child’ 와도 같은 모습을 인정하며 솔직한 노래를 발표했던 마크. 이제는 드레스 프로듀싱, 마크 작사, 작곡을 통해 스스로의 ‘Golden Hour’를 만들어냈다. 시간과 공간, 장르와 배경 모든 것을 넘어선 작업. 경계에 서서 호기심을 가지고 표류하는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의 존재는 그렇기에 너무나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