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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국제 영화제 주변 근본 맛집 7

2023.04.26차동식

전주 국제 영화제에 참석하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근본 있는 식당들.

🍚성미당 | 전주 전통 비빔밥의 근본

‘전주까지 가서 누가 비빔밥을 먹냐’고 할 수도 있지만, ‘원조’라고 하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성미당은 1952년부터 지금까지, 7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주비빔밥의 근본이다. 대표 메뉴는 전주 전통 육회 비빔밥과 전주 전통 비빔밥인데, 특히 비빔밥은 밥이 이미 볶음 된 양념에 비벼져 나오기 때문에 다른 재료들과 잘 섞어서 먹으면 된다. 황포 묵을 포함한 10여 가지 고명을 넣고 신선한 달걀노른자를 얹은 후 따뜻한 놋그릇에 담아내는데, 그 때문에 맨 밑바닥에 깔린 밥은 살짝 눌어있다. 이걸 긁어먹는 게 또 별미. 보통 비빔밥은 그 자체로 반찬이자 밥이라 곁 반찬이 소박하게 나오는 편인데, 이 집은 메인 메뉴 나오기 전까지 반찬으로 배를 채울 만큼 인심이 후하다. 적어도 영화제 기간에 ‘근본 있는 비빔밥’ 한 끼 정도는 먹어보면 좋겠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5길 19-9
영업시간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왱이집 | 전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콩나물국밥

전주에서 콩나물의 명성은 꽤 자자하다. 완산구 교동의 남천과 서천은 예전에 물이 맑고 풍부해 콩나물을 기르기 좋았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남부 시장이 근처에 있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콩나물국밥집이 여럿 생겼다. 토렴식과 직화식 모두를 맛볼 수 있는 현대옥, 하루에 삼백 그릇만 팔면 문을 닫았다는 정통의 삼백집도 유명하지만 체인점이 된 지 오래. 다른 지역이 아닌 오직 전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집이 왱이집이다. 손님들이 잠자고 있는 시간에도 육수를 우려낸다고 하는데, 국밥을 보약처럼 대하는 정성이 묻어난다. 먼저 살짝만 익힌 계란과 김이 나오면, 마른 김을 부셔서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먹은 뒤 끓지 않은 육수에 오징어를 넣은 토렴식 국밥을 깨끗이 비우면 된다. 성질 급한 이들은 계란을 국밥에 넣기도 하는데, 깔끔한 국물 맛을 위해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88
영업시간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지본관 | 고릿하고 찐한 맛이 필요할 때

국물의 민족으로서 맑은 콩나물국밥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찐한’ 무언가가 있다면, 연지본관의 국물을 들이켜 보자. 입구에 들어서면 벌써부터 고릿한 내음이 확 끼치는 것이 1987년부터 쉬지 않고 고기를 삶고 끓였다는 신뢰를 갖게 한다. 메뉴판에는 도가니탕, 모듬탕, 꼬리탕 등 탕 종류와 함께 각종 수육 가운데서 현미 수육이 눈에 띈다. 현미 수육은 혀밑살 수육으로 한 번쯤 먹어볼만 한 이색 부위. 도가니탕에도 진짜 도가니를 두어 점 넣어 다른 곳과는 차별화를 꾀한다. 모두가 사랑하는 모듬수육은 우설, 머릿고기, 힘줄, 꼬리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야들야들한 고기를 어느 부위든 한 점 집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묵은김치와 먹으면 입안 가득 찐한 풍미가 올라온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현무1길 15
영업시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시 40분까지

🐽덕천식당 | 순대가 안 들어간 순댓국

전주 현지인 맛집이라고 해서 처음 가본 외지인이라면 당황할 만하다. 순대 국밥에 순대가 안 들어가다니. 전주에서는 선지 섞인 순대가 들어간 것을 피순댓국, 순대 없이 내장만 넣은 것을 순댓국이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당황할 것 없이 얼큰한 국물과 함께 내장과 막창을 즐기면 된다. 듬뚝 넣은 들깨가 칼칼한 매운맛을 잡아주고, 밥을 말아 먹으면 훨씬 더 구수하다. 순대 국밥은 밥이 말아져있고, 막창 국밥은 밥이 따로 나온다는 점도 참고할 것. 1976년 문을 열어서 45년을 훌쩍 넘겼다. 내장이 느끼하다 싶을 땐 아삭한 부추나 깍두기를 함께 곁들이면 부드럽게 술술 넘어간다. 이 집에서 소주를 안 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너무 이른 아침에 방문해 숙취와 함께 영화 보는 일은 없도록 주의할 것.
주소 전북 전주시 덕진구 명륜1길 6
영업시간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백번집 본점 |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게 바로 이것

전주의 맛을 한 상에 죄다 모아 놓으면 상다리가 휘어지거나 부러지기 직전까지 간다. 1958년 문을 연 백번집은 전화번호가 0100이라 백번집으로 이름 지어졌다는 전설을 가진 노포다. 갈비찜, 삼합, 낙지볶음, 게장 등 지방 특산물을 비롯해 40여 가지의 반찬이 올라오는 한정식 상차림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주문은 2 인상, 4 인상 이런 식으로 일행의 명수를 고려해 고르면 되는데 하나하나 다 세기에도 지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한다. 적당히 허기지고 그래서 파이팅이 넘칠 때 방문해야 하는 곳. 싱싱한 회와 해산물, 고기 요리, 튀김과 밑반찬 등 그야말로 산해진미를 한 상에 가득 담았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2길 15 백번집
영업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무)

🍜태평집 | 전주 여름의 시작

전주에서 미리 여름을 만날 수 있는 방법. 태평집에서 전주 여름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소바를 한 그릇 먹는 거다. 살얼음이 살포시 올라간 진한 멸치 육수에 소바를 ‘부먹’ 하거나 ‘찍먹’ 하면 된다. 메밀 면과 육수가 따로 나오기 때문에 본인의 취향껏 먹으면 된다. 이곳이 처음이라면 어느 정도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즐긴 뒤, 고추냉이와 식초를 넣어 조금 더 알싸하게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함께 곁들여 나오는 단무지, 김치도 맛있지만 그중 섞박지는 계속해서 리필하고 싶을 만큼 시원하고 소바와 궁합이 좋다. 아직 봄이 채 물러나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여름과 인사하고 싶다면, 줄을 서서 기다릴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주소 전북 전주시 덕진구 조경단로 3-6
영업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무

🍻초원편의점 | 가맥집이 빠지면 섭섭

전주 국제 영화제가 초행이 아니라면, 이미 방송까지 탄 가맥집 전일갑오를 이미 가봤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번엔 초원편의점을 방문해 보자. 원래 아는 사람만 가게 안쪽에서 맥주를 즐기다 가맥집이 된 곳이다. 전주의 시그니처가 된 가맥집들은 대체로 황태와 먹태를 대표 메뉴로 삼는다. 초원편의점도 커다란 쟁반에 오랜 시간 구워낸 황태를 올려준다. 바삭함이 지나쳐 찢을 때마다 가루가 날리는 탓에 쟁반 사이즈는 클수록 좋다. 먹태는 황태보다 훨씬 촉촉하게 구웠다. 물엿과 간장을 넣은 소스를 마요네즈 넣은 버전과 넣지 않은 버전 두 가지로 맛볼 수 있다. 깨 대신 송송 썬 대파를 얹어주는 게 초원편의점만의 포인트. 곁들일 술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시원한 맥주다. 하루 종일 영화를 보러 다니느라 피곤했던 하루의 고단을 말끔히 씻어준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3길 32-1
영업시간 매일 연중무휴 24시간

에디터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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